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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eremy Feb 14. 2019

I Love Myself More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



‘Confidam mihi ipsi et diligam.’     


라틴어로 ‘나 자신을 믿고 사랑하리라’라는 뜻이다. 어딘가 적어두고서 주문처럼 외우면 좋을 듯한 문장. 나에게는 주문 같은 의미를 지니는 문장이다.


최근 전형적인 자기계발서에 반감을 가지는 사람이 늘어나고 있다. 자기계발서에는 분명 이로운 점이 있지만, 한편으로는 너무 ‘잘난 사람들의 잘난 이야기’로 다가오기도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일까. 요즘은 평범한 사람이 보통 사람의 눈높이로 말을 거는 책이 늘어나는 느낌이다. 이런 책을 읽다 보면 나와는 다르지만 비슷한 삶을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나 자신을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너무나 평범한 인생이지만, 그래서 내 삶이 더욱 소중하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에베레스트보다 더 높게 콧대를 당당히 세우고 살고 있는 현실적 개인주의자인 나에게 ‘나를 사랑하다’라는 말은 진리요, 생명과 다름없다. 어떻게 보면 더없이 자기계발서다운 발언이면서, 한편으로는 자기계발서스럽지 않은 메시지이다. 성공을 바라는 사람은 우선 자신의 일을 사랑하고, 성공 그 자체를 사랑하고, 미래를 사랑해야 하는 권리이자 의무를 가진다.


하지만 나는 다른 관점에서 보고 싶다. 나의 내면을 더 들여다보고, 성공보다 지금 당장 가진 것에 만족하며, 미래보다는 현재에 더욱 집중하고 싶은 것이다. 이는 자존감 문제와도 연결 지을 수 있다는 생각도 든다.



이것도 바로 내 삶이다


늘 뭔가를 배우고자 애쓰면서 출근 전 새벽에는 수영장에 다니고, 퇴근 후에는 회식도 자주 빠지며 영어 및 일본어 공부를 빼먹지 않는 사람이 있다. 뭔가 배우지 않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자기계발이 되는 것 같지 않아서 결핍감에 휩싸여 불안하다. 이는 자신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를 학대하는 것이고 고통 속에 밀어 넣는 것이다. 자신도 깨닫지 못한 채.


나 역시 이것저것 많은 것을 배우며 살아간다. 악기도 몇 가지를 배우고 있고, 운동도 하면서 일도 빼놓지 않는다. 하지만 뭔가 단기간에 완벽하게 해야겠다는 압박감에 시달리지 않는다. 가야금은 지금까지 6~7년 가까이 배웠다. 하지만 그렇게 한다고 해서 내가 황병기 선생님과 같은 명인이 될 수는 없다. 애초에 그런 생각을 가지지도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취미로든, 배움 자체에 대한 갈망이든 단시간 내에 커다란 성과를 내지 않으면 불안해하고 빨리 지쳐서 그만두곤 한다.




삶도 여유 있게 즐기며 따라간다면 지치지 않을 것이다. 내가 할 수 있는 범위에서 조금만 더 신경을 쓴다는 생각 정도가 좋다. 인생이 짧고 굵게 끝나는 것이 아니지 않은가. 인생은 길고 가늘게 가는 것이 보통 사람들의 운명이다.


상대를 지나치게 신경 쓰는 사람도 자신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이다. 남의 말에 거절도 하지 못하고, 언제나 그 한마디 한마디에 마음을 쓰다가 상처 받고 괴로워하고 힘들어하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눈치를 볼 필요가 없고, 알고 보면 사람들은 나에게 별로 관심이 없는데 행동 하나하나에 걱정 근심이 가득한 사람은 자존감이 부족한 것이 아닌가 싶다.


내가 잘하는 것, 내가 하고 싶은 것, 나를 위한 것이 무엇인지 몰라 갈팡질팡 하는 사람도 있다. 확고한 신념 아래 내가 한 선택에 후회하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는 방법을 익혀야 한다. 나중에 후회하더라도 선택을 당장 뒤바꿀 수 없지 않은가. 남들이 하니까 따라 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니까 그걸 선택하는 어리석음으로는 나다운 나, 나를 사랑하는 나를 찾을 수 없다.




그러면서 자존감 문제로 스스로를 싫어하고 사랑하지 못하는 모습을 볼 때마다 많이 안타깝고 씁쓸하다. 어릴 적부터 ‘살아 있는 죽음’이라고 알려진 강박증으로 고생하는 나는 그냥 내 신체나 정신의 일부이자 공기처럼 받아들이기로 마음먹었기 때문에 힘들지만 그 속에 빠져 허우적거리지는 않는다.


첫 번째 책에서 잠깐 했던 이야기로 인해 많은 분들이 물어보셨다. “우리 아이가 강박증이 있는 거 같아요. 자꾸 못하게 하는데도 안 되네요.” “출근길이 불안해서 못 견디겠어요. 회사 정문 앞에서 10분을 맴돌고 마음을 진정시켜야 겨우 들어갈 수 있어요.” 에세이를 썼는데 심리상담을 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었다. 그때마다 늘 그렇게 이야기했다. 나 역시 그러한 아픔을 충분히 경험했기 때문에 그분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냥 그것이 바로 내 삶이라고 받아들이세요. 어쩌겠어요. 그렇게 살아가야 하잖아요. 그냥 나쁜 공기를 조금 더 마셨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코 안이 조금 지저분해지면 세면대에서 코를 풀 면 되잖아요. 그거나 다름없습니다.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조금씩 이겨낼 것은 이겨내면 되니까요.” 


자존감이 높은 사람은 캡틴 아메리카나 슈퍼맨, 아이언맨 같은 히어로들처럼 척척 해내는 사람이 아니다. 아닌 것은 아니다, 싫은 것은 싫다, 포기할 것은 포기한다, 좋은 것은 좋다, 해보고 싶은 것은 해보고 싶다, 라고 당당하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사 람이다. 광고 카피 중에 ‘모두가 ‘예스’라고 말할 때, ‘노’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바로 자존감이 넘치는 사람이다. 


타인에 과도한 신경을 쓰지 말고, 그로 인해 피곤해지고 아파질 나의 신체와 정신에 조금 더 신경 써줄 필요가 있다. 내가 지 쳐서 쓰러지면 타인을 신경 써줄 여력조차 없어질 테니까. 인간의 몸과 마음은 뗐다 붙였다 하는 반창고처럼 상처가 나면 치유 도 되고, 다시 다치기도 한다. 이건 자연의 진리이다. 이러한 것 을 그대로 받아들이고서 마음 편하게 살 수 있다. 오늘부터라도. 크게 숨을 들이쉬고, 내뱉고 ‘Just Do It Now’ 하는 나를 더욱 사랑하자.           



스토리로 맹자 읽기


자신이 부른 재앙은 피할 수 없다


夫人必自侮然後 人侮之, 家必自毁而後 人毁之, 

부인필자모연후 인모지, 가필자훼이후 인훼지,      


國必自伐而後 人伐之. 

국필자벌이후 인벌지.      


太甲曰: 天作孼 猶可違 自作孼 不可活 此之謂也. 

태갑왈: 천작얼 유가위 자작얼 불가활 차지위야.          

      

<뜻풀이>
사람은 반드시 스스로 업신여긴 후에야 남들이 그를 업신여기며, 집안도 스스로가 훼손시킨 후에야 남들이 훼손시키며, 나라도 반드시 스스로 공 격한 후에야 남들이 공격하는 것이다. <태갑(太甲)>에 이르기를 “하늘이 내린 재앙은 오히려 피할 수 있지만 자신이 만든 재앙은 피할 수 없다”라고 했으니 이것을 이르는 말이다. 
— <이루 上> 


악비는 송나라의 장군으로 송나라가 금나라와 맞서 싸워야 한 다고 주장하며 전투를 이끈 인물이다. 그는 군사를 이끌고 금군과 주선진에서 싸워 큰 승리를 거뒀다. 


그런데 이때 뜻밖의 일이 일어났다. 진회라는 자가 악비를 살 해한 것이다. 진회는 악비와 같은 송나라의 신하였으나 금나라와 화친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악비와 맞서던 인물이다. 악비가 죽게 되며 남송대업은 막 성공하려는 순간 실패로 돌아갔다. 


그런데 머지않아 진회가 병으로 일어날 수가 없게 되었다. 그 는 더 조급히 음모를 획책하여 자기 아들이 승상 자리를 계승할 수 있게 하였다. 진회의 아들 진희는 아버지의 세력을 빌어 과거에 급제하면서부터 온갖 수치스러운 수단을 이용해 계속 승진하였고, 최근 6년간 아버지 다음으로 높은 자리에 올라 있었다. 


사실 지금까지 송나라 황제가 진회를 너그럽게 대해준 것은 그에게 이용가치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제 진회의 죽 음을 앞두게 되자 송고종은 자기를 위협하는 그 어떤 승상도 두 지 않겠다고 생각했다. 며칠이 지난 뒤 송고종은 친히 진회의 병문안을 갔다. 병석에 누운 진회는 급히 황제에게 물었다. 


“폐하, 누가 재상직을 이어서 맡게 됩니까” 


송고종은 냉담히 대답했다. 


“이 일은 그대가 물을 일이 아니다.” 


황제의 이 대답은 진회가 재상직을 아들에게 계승시키겠다는 요구를 명확히 거절당한 것과 같은 의미였다. 이로서 진회 부자의 계산은 허사가 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진회와 그의 아들 진희, 그리고 손자 진훈까지 모두 관직에서 파면시키겠다는 송고 조의 지령을 알게 된 진회는 그날 밤 명을 거두었다. 사람들은 이 일을 두고 진회가 악비를 살해했기에 벌어진 일이라며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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