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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칼란드리아 Jun 17. 2024

KBS FM <굿모닝 팝스>가 폐지된다

30여 년간의 추억들이 사라진다

매일 아침 6시, KBS Cool FM과 Happy FM으로 동시에 방송되는 라디오 프로그램이 <굿모닝 팝스(Good Morning Pops; 이하 GMP>다. 이 프로그램은 1988년 2월 1일에 첫 방송되었으니 36년 하고도 4개월이 되었다. 당시에 88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영어에 대한 국민의 관심도를 높이기 위해 편성되었는데, 그 뒤로도 계속되어 지금에 이르렀다.


내가 이 방송을 처음 들었던 것이 고 1 때니까 1991년이네. 그러니까 지금까지 33년 간 함께 했다고 할 수 있겠다. 당시 DJ는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기억하고 있는 오성식 씨다. 


물론 방송을 계속 들었던 것은 아니다. 고등학생, 대학생 때도 매일 듣지는 못했고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 그래도 좀 더 열심히 해보고자 할 때는 시간 맞춰 테이프에 녹음해 가면서 교재와 함께 보기도 했었다. 그러는 사이 DJ도 여러 번 바뀌었다.


한동안 안 듣던 GMP를 다시 듣게 된 건 결혼 후다. 나는 어릴 때부터 라디오 듣는 것을 좋아해서 평소에도 라디오를 켜놓고 생활할 때가 많은데 결혼 후 아내도 라디오를 같이 듣게 되는 경우가 많았다. 아침에 일찍 일어나면 틀어놓은 것이 GMP였던 것이다.


그리고 내가 좀 일찍 출근하게 되면서 스마트폰 앱으로 듣거나 혹은 자차 운전하면서 카오디오로 듣게 되었다. 지금은 그렇게 꾸준히 들은 지 7~8년 정도 되는 것 같다.


새로 듣게 된 DJ는 레이나 씨. 그 뒤로 조승연, 현재 조정현 씨까지 듣고 있는데, DJ별로 특색이 있긴 하지만 각각의 장점들을 더 생각하려 했다.


현재 진행 중인 조정현 씨는 목소리도 경쾌하고, 초등학생 대상으로 영어 교육을 진행해서 그런지 자연스럽고 편안한 진행이 좋았다. 그래서 좀 더 오래 진행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도 있었다.




그러다 얼마 전, 날벼락같은 멘트가 있었다. GMP가 이번달로 종료된다는 얘기였다. 너무 갑작스럽고 한 번도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이라 당황스러웠다. 운전 중이었는데 손이 떨릴 정도로.


뭐 그 정도냐고 할 수도 있겠지만, 라디오 프로그램 중에 특히 더 애착을 갖는 프로그램들이 있는데 GMP 또한 그러했기 때문이다. 거기에는 내 기억과 추억들도 같이 엮여 있기에.


폐지는 되지만 선행 프로그램의 한 코너로 진행될 것이라고 하는데, 차라리 안 하느니만 못하지 않을까? 개편이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선행 프로그램인 <상쾌한 아침>을 두 시간으로 늘리려나? 그래서 2부를 GMP처럼 진행할 거라면 지금처럼 그냥 단독으로 하는 게 낫지 않나?


그리고 어차피 7시 이전의 시간대는 청취율보다는 그 시간대의 애청자들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이 더 중요하지 않을까?


아무리 라디오가 광고 수입으로 유지되고, 광고 단가가 청취율에 기반한다고는 하지만 그런 논리가 이렇게까지 적용돼야 하나 싶기는 하다.


그러한 아쉬움은 비단 나만 느끼는 것은 아닐 것이다. 게시판에는 아쉬움을 토로하는 글들이 이어졌다. 나도 글을 남기고 싶었지만 이미 정해진 일을 되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단지 그러한 아쉬운 마음에 공감할 따름이다.





그러한 아쉬움에 월간 <굿모닝 팝스> 올해 5월호와 6월호를 구입했다. 이 월간지 역시 6월호를 마지막으로 폐간된다. '폐간'이라는 어감도 너무 안 좋지만 공식적으로 그렇다.



재고가 없을까 봐 걱정했는데 배송이 조금 지연되기는 했지만 두 권 모두 받았다. 이 월간지도 생각날 때 어쩌마 한 번씩 구입했었는데 이것도 이제 마지막이구나. 잘 갖고 있어야겠다.


프로그램이 종료되면 다시 듣기도 종료되는데, 이것도 아마 그렇게 되지 않을까? 그러면 책을 보면서 복습하는 건 어려워질 수도 있겠지만, 설사 그렇게 되더라도 방송 들었던 것을 떠올리면서 봐야겠다.


사실 나는 영어 공부 목적으로 이 방송을 들었던 것은 아니다. 그래도 영어 듣기나 혹은 간혹 새로운 표현들을 익히기 좋아서 들었던 것이지만, 아무래도 운전 중에는 잘 안 들리기 때문에 그냥 흘려보낸 것이 더 많을 지도 모르겠다.


일단 7월부터는 어떻게 될지 모르겠지만, 그리고 내 출근 시간의 동반자는 어떤 프로그램이 될지 모르겠지만 지금보다 더 악수를 두는 것은 아니었으면 한다. 그리고 다시듣기라도 살려놔주었으면 한다.


GMP와 함께 추억을 쌓았던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러한 충격과 실망과 아쉬움을 남겨주었던 그 결정이 번복될 일말의 가능성도 기대해 본다. 언젠가는 부활할 수도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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