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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길윤웅 Aug 06. 2022

관계는 좋은 질문에서 시작한다

질문이 기회를 만든다

1년에 한 번 정도, 아니면 두 번 전화 통화하는 선배가 그중 한 번에 해당하는 전화를 했다. 전화벨이 울릴 때 궁금한 일이 생겼구나 싶었다.


"내가 궁금한 게 있어서..."

"첫 번째가, 왜 글이 짧아?"


브런치에 올라온 내 글을 보고는 글이 짧다고 했다. 어떻게 보셨지? 나는 별로 생각해 본 적이 없다. 내 브런치 방문도 뜸했다. 소재도 빈약하고 길게 쓸 만한 여력도 없다. 글을 끌고 갈 만한 힘도 부족하다. 그걸 극복하려고 애를 쓰지만 쉽지 않다. 시간 날 때, 혹은 어느 날 어떤 글이 갑자기 주목을 받으면 그 글을 다시 뒤집어서 보고, 다시 채워 놓는다. 독자 반응에 따라서 글을 수정한다.


어떤 제목에 사람들은 반응을 하고, 어떤 제목에 더 눈길을 주는지를 생각해 본다. 어떤 글은 시기적으로 맞아 얻어걸리기도 하고, 학생들이 학교에서 내준 과제를 하느라 찾다가 내가 쓴 글이 검색 노출이 되어 조회수가 올라가기도 한다.  


매일 찾아오는 독자들을 위해 헛 시간 보내지 않게 '발행인'으로서 최선을 다해야 하는 것일진대 그렇지 못하다. 문을 열었지만 닫지 못하고, 그냥 두지도 못한다. 쓴 글을 모아 엮는 일로 가야겠다는 생각은 든다. 구독을 했던 독자는 주제와 맞지 않은 글 때문인지 구독자수가 줄 때도 있다. 취향이 다른 글을 받아볼 이유도, 알람으로 신경 쓸 이유가 없다.


편성준 작가가 쓴 책, <살짝 웃기는 글이 잘 쓴 글입니다>를 읽었다. 저자는 다양한 작가들의 글쓰기 책을 통해 얻은 지식을 담고 직접 글쓰기 강좌를 통해 만난 예비 작가들과 만남을 책 속에다 풀었다. 작가는 글을 쓰고 싶다면 주저하지 말고 어떻게든 쓰라고 한다. 원고지 없어서 못쓰는 시대가 아니지 않은가. 어딘가 배포할 곳이 없어서 만들지 못하는 시대도 아니다. 스마트폰만 있으면 글을 쓰고 올릴 수 있는 때다.  


사람들이 궁금해서 더 읽어보고 싶은 욕망을 불러일으키는 문장을 어떻게 만들까 궁리 중이다. 더 길게 쓰면서도 재미있는 문장을 말이다. 글의 길이에 대한 선배의 질문이 내 글이 안고 있는 문제는 뭔지 생각할 기회를 줬다.  


요즘 나는 질문에 말 그대로 꽂혔다. 나 스스로도 제대로 질문을 하며 살았는가 반성한다. 업무 상 확인을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답을 얻기 위해 질문을 해보지만 인생 질문을 제대로 던졌는가 하는 점에서 아차 싶었다. 많이 늦었지만 '더 늦기 전에 질문 속에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불끈 솟았다. 마침 당신 글은 왜 짧냐는 질문을 받았다.


상대로부터 받은 질문에 당황하지 말고 우선 감사하자. 예상하지 않은 질문은 나의 문제를 드러내는 일이고, 나에게 고칠 수 있는,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게 하는 길이다. '너는 그게 질문이라고 하냐'라며 면박 주지 말자. 그런 질문이라도 누군가에게 해보지도 않았다면 더 그렇다. 상대의 질문은 돈을 버는 기회를 준다. 질문이 곧바로 현금으로 바로 입금되지는 않지만, 인적자산을 올릴 수 있는 발판이다.


첫 번째 질문을 던진 선배는 나에게 또 다른 질문 4개를 더 던졌다. 내가 아는 범위 내에서 성실히 답했다. 올해 가기 전에 한 번 더 전화가 오면 좋겠다. 안 와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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