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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살라 Dec 15. 2024

반지

손가락에 위태롭게 매달린
반지를 돌려본다
너와 나의 약속이라 불리는
금빛 족쇄가
더 이상 빛나지 않는다


금속 덩이 안에 갇혀
삶은 작아졌다
숨 쉬지 못하는 시간들이
반지 안에서 둥글게 돌아간다


어느새 살과 한 몸이 되어
돌려도 돌려도 굵어진 마디를
벗어나지 못한다


마디를 깎아서라도
빼어낼까
그냥 살과 하나 되도록
두어볼까


망설이다
기름칠로 살살 달래니
마디를 가뿐히 벗어난다


다시는 반지 속에 가두지 않으리
시간들이 숨 쉬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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