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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북 시는 시간 18화

스펀지의 꿈

2014.04.16

by 살라

스펀지의 꿈



나의 꿈은 바닷물을 모두 흡수할 만큼

커다란 스펀지가 되는 것이었다

하지만 그 꿈은 이룰 수 없었다

대신, 매년 벚꽃이 필 때마다

조용히 슬픔을 흡수한다

햇빛이 강하게 내리쬐는 날

젖은 슬픔을 말려보려 하지만

습기는 여전히 나를 따라온다


슬픔을 모두 흡수해야

비로소 무게를 느낄 수 있다

그제야 편안해진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의 아이들

나는 증인으로 그들을 간직하겠다

슬픔에 무게를 재어 머금고 있다가

너희가 나를 짜낼 때마다

그 기억들을 노래로 뿜어내고,

너희가 나를 쓰다듬을 때마다

그 기억들을 흘러내리게 할 것이다





4월은 잔인한 계절이라고 하더니

잔임함으로 꼼짝 못하게 하는 달이 되었습니다. 저는 4월만큼은 스펀지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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