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 때만 해도 가장 친한 친구는 바로 나라는 말이 공감이 안 됐다. 아 실은 좀 멋진 척하려고 어릴 때라고 표현한 거고 바로 몇 달 전까지만 해도 그랬다. 내 절친이 바로 나라니? 이게 뭔 뚱딴지같은 소리? 내가.... 둘? 이런 느낌이었달까. 머리로는 이해가 되지만 가슴으로는, 그러니까 실제로 느껴 본 적도 관심도 없던 그 말.
어찌 된 일인지 지금은 그 말에 깊이 공감한다. 아마 감정을 있는 그대로 바라보는 연습을 하기 시작하면서부터 가능해진 일인 듯. 어? 나 기분 좋네. 행복하네. 슬프네. 속상하네. 뿌듯하네. 그렇구나, 하는 연습이 1차적인 자아와 그 옆에 흐르는 2차 자아로 분리할 수 있게 해 주었다.
또 하나의 계기는 스스로를 응원하고 위로해 줄 사람을 밖이 아닌 안에서 찾게 되었다는 것. 속으로 말하든 입 밖으로 말하든 글을 쓰든 내게 힘을 줄 수 있는 말을 많이 해줬다. 친한 친구를 대하듯 장난스러우면서도 조심스럽고 소중하게 나를 대했다. 친구의 이런 마음이나 사정을 알면 뭐라 말해줬을까? 하고 깊이 고민했다.
이걸 반복하다 보니 혼자 있는 시간도 꽤 좋아졌다. 천생 외향형이라 누군가와 같이 있는 시간이 더 행복하지만, 혼자 있음에도 외롭지 않아 졌달까?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는 건강한 취미들이 많이 생겨서인지도 모르겠다.
직장에서도 오빠가 싸준 도시락으로 점심 식사를 한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처음엔 쓸쓸한 기분이었으나 점점 이 시간이 기다려졌다. 지금은 직장에서 보내는 시간 중 가장 행복하다고 느낄 정도로 만족스러워하고 있다. 가장 솔직하고 재밌는 나와 만나는 순간이니까.
아무튼 나는 내가 너무 좋다. 쭈구리처럼 “오빠 나 바보 같지ㅠ”하는 때도 있지만. 오빠에게 쪼르르 달려가 지지를 바라는 순간도 많지만. 그래도. 그래도 나의 가장 친한 친구가 나라는 사실이 참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