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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Oct 10. 2024

지금 당장 행복해야 할 이유

삶의 유한함을 깨닫고

죽음이라는 건 딱히 멀리 있지도 않으면서 방식은 참으로 묘연하다. 우리의 삶은 이제 첫 탄생 보다 죽음에 더 가깝다. 누구나 죽고, 누구나 죽음을 향해 달려간다. 출근을 하다 보면 몸이 일그러진 고양이들을 심심찮게 본다. 흔한 일이지만 볼 때마다 어찌나 낯설고 안타까운지 심장이 쿵하고 떨어진다. 얼마나 아프고 놀랬을까. 얼마나 고통스럽고 외로웠을까. 집에서 곱게 자랐다면 장장 20년을, 길에서 자유로이 자랐다면 5년은 살았을 아이들. 갑작스러운 충격과 영영 잃어버린 시간. 




오늘 퇴근길에는 고양이의 두세 배 정도 되는 크기의 커다란 개가 갓길에 누워 있었다. 그의 표정은 숨죽여 자는 듯 고요했다. 차들이 쌩쌩 달리는 도로가 아니었다면 편안하게 자고 있는 모습으로 보였을 것이다. 얘야, 자니? 그곳은 평온하니? 많이 아프진 않았니? 네가 무슨 잘못을 했다고 그렇게 아파야만 했을까. 그래도 이전의 삶은 행복했니? 따듯했길 바라. 그 세상은 반드시 아름답길 바라. 고속화 도로라 멈출 수도 없고 멈춘다 한들 내 두 눈으로 자세히 보고 만지는 것 또한 겁이 나기에, 쉽게 말해 겁쟁이기에, 다만 흰 개의 평온을 기도하며 길을 스쳤다. 트렁크에 알량한 죄책감이 실렸다. 미안해, 네가 그 길을 걸을 수밖에 없게 만들어서 미안해. 내가 너를 지나칠 뿐이어서 미안해.




이렇듯 평범한 일상 속에서도 발견되는 죽음. 이것이 가까이 있단 사실은 알고 싶지 않아도 자연스레 알게 된다. 그래서 두렵다. 두려우므로 나를 포함한 대부분의 사람들이 죽음을 등한시한다. '한동안은' 죽지 않을 것처럼 생각하고 행동한다. 그러나 사실 죽음은 어디에 있지? 어디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지? 생의 유한성을 깨닫는 순간, 지금의 삶이 소중해진다. 옆 사람과 나누는 대화가 즐겁고 작은 방 한 칸에도 감명한다. 동시에 발 밑과 운전과 물가를 조심하고 음식을 가려먹고 위험을 예견하고 대비한다. 오늘이 될지 한 달이 될지 1년이 될지 30년이 될지 70년이 될지 모르는 불확실성. 그러므로 하루를 행복하게 보내고자 하는 마음은 더없이 간절하다. 일그러진 고양이와 자는 듯한 개는 언제나 누구나 될 수 있으니까.




주어진 하루에 감사하고 이름 없이 사라진 무수한 죽음을 기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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