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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Nov 07. 2024

사느라 고생했어

빈아. 네가 사느라 참 고생이 많다. 네 복잡다단한 속을 모르는 사람들은 무엇이 고생이냐 반문하겠지만, 나는 알아. 네가 얼마나 치열하게 살아 가는지. 또 노력하는지. 불안한 기질과 예민한 성정을 다스리는 게 쉽지 않다는 거, 나도 알고 있어. 나도 네가 주위의 무던한 친구들처럼 크게 고민하거나 깊은 생각에 빠지지 않고 편안하게 지내길 바라. 근데 그게 쉽지 않다는 거 너도 잘 알잖아. 그냥 생긴 대로 살자. 잘 키우면 그 또한 분명 좋은 도구, 좋은 능력이 될 거야. 그리고 내가 아는 한 너는 진심을 무기로 인생을 살아내지. 그게 결점이 될 때도 있고 약점이 될 때도 있지만 말이야, 딱히 그 무기를 바꾸지 않는 네 모습이 멋져. 당당하잖아. 어디서 봤는데 주인공이 처음부터 완벽하고 뭐든지 잘하면, 사람들은 그 영화 안 본다더라고. 너처럼 성장형 캐릭터에 매력을 느낀다라나 뭐라나. 그래 많이 부족하단 것도 알아, 그런데 괜찮을 거야. 지금으로도 충분할 거야. 가끔 분노조절이 안 되는 것만 빼면 뭐 괜찮지 않나? 그리고 넌 오빠나 엄마나 친구들을 찬양할 줄만 알지 스스로를 찬양할 줄은 잘 몰라. 스스로에게 너무 인색해. 그게 조금 아쉬워. 너 자신에게 더 인정을 베푸는 건 어떨지? 너를 좋아하는 것과 별개로, 너는 너를 박한 잣대로 보잖아. 모르겠다, 혼자 쓰는 편지가 쑥스러워서 많이 어수선한데 어쨌든 네가 대체로 행복하고 평온했으면 좋겠어. 야, 힘내라. 힘을 내자. 온 마음을 다해 언제나 응원하고 있어. 네 곁엔 내가 있잖아. 아니, 속인가? 아무튼.


방콕, 도시를 바라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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