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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잇다 Dec 19. 2024

하루에도 기억하고 싶은 순간들이 너무 많아서

1.

노트북을 덮으며 네게 말했다. “노트북 다 썼어! 내일 직장에 챙겨 가.” 너는 동그란 어깨를 으쓱하며 답한다. “괜찮아, 내일 챙기면 돼.” 그 말과 함께 자신 있게 거실로 향하더니 몇 걸음도 가지 않고 돌아와 개구진 표정으로 말한다. “그래도 혹시 모르나? 미리 챙겨야겠다, 히” 내 손에 들린 노트북을 잽싸게 뺏어가는 너. 

2.

크리스마스를 맞아 커플 잠옷을 샀다. 이제 부부니까 부부 잠옷인가? 아무튼 오랜만에 맞춘 거라 설레고 행복했다. 네가 바랬던 밝은 색 잠옷. 얼른 뜯어 입어보곤 기뻐하던 모습이 선명히 남는다. 할가운 옷을 입고 빙글빙글 도는 너를 보면, 내가 아주 대단한 사람이 된 것만 같아. 정말 좋은 것만 예쁜 것만 멋진 것만 주고 싶다.

3. (갑자기 편지가 됨)

어제 요리교실에서 닭갈비를 만들어 왔어. 너는 그걸 오늘 내 점심 도시락에 넣어줬고. 점심시간, 먹는 내내 너무 맛있고 좋았어. 그리고 우린 각자의 일을 마치고 돌아와. 일주일은 떨어져 있었던 양 애틋한 포옹을 하고, 곧이어 저녁으로 남은 닭갈비를 먹었어. 그런데 이상하게 닭갈비 양이 많지 않은 거야. 내가 의아해하자 네가 그랬지. “오늘 비니 도시락에 고기 엄청 많이 넣었어! 그래서인지 지금은 고기가 별로 없네. ㅎㅎ” 어쩐지 배가 엄청 부르더라니! 그 마음을 다 알면서도 한번 더 듣고 싶어 나는 묻지. “왜~?” “비니가 맛있는 걸 많이 먹었으면 해서.” 나는 기분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론 너무너무 아쉬웠어. 너도 그랬으면 좋겠는데. 너도 맛있는 거 많이 먹으면 좋을 텐데. 오빠, 이제 그러지 마. 안 그래도 돼. 오빠도 맛있는 거 먹어. 네 예쁜 마음으로도 나는 충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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