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꾸만 손이 가는 존재의 정체.. 새우깡이 아니라 바로 나다. 오늘 아침이었다. 나는 보통 직장에선 욕먹지 않을 정도의 후줄근한 옷차림(?)을 고수한다. 누추한 곳에 귀한 옷을 입고 가기 아깝기 때문이다.. 피부도 마찬가지. 요즘엔 선크림도 안 바르는 날이 많다. 그런데 오늘따라 입은 옷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예쁘게 입고 싶은 것도 아니지만 왠지 불편한 것 같기도 하고 마음에 들지가 않았다. 변덕의 변덕으로 여러 번 갈아입고 나니 수많은 옷가지가 여기저기 널브러졌다. 내가 하도 부산스럽게 구니 오빠가 옷방엘 왔다. 방 꼬라지를 보곤 "빈아~ 옷이 이게 다 뭐야~"라며 하나둘씩 정리해 줬다. 나는 준비하느라 바빠 손도 못 댔고, 결국 대충 주워 입고 현관을 뛰쳐나왔다.
그리고 출근길. 오빠에게 전활 걸었다. 어제 에버랜드를 다녀온 여파로 삭신이 쑤셔 괜시리 칭얼대기 시작했다. "오빠는 나 안 사랑하지. 나는 사랑을 못 느끼겠어!" 쇼미 유얼 럽. 내가 기분이 안 좋을 때면 벌어지는 난리 부르스. 오빠만큼 진실한 사랑을 보여주기 쉽지 않다는 걸 알면서도 장난 반 우쭈쭈 받고 싶은 마음 반으로 하게 되는 애정의 갈구. 너도 알고 나도 알지만 나만 모르는 척하는 사랑 타령. 오빠는 상황이 익숙한지 웃으며 답했다. "내가 널 사랑하지 않으면 어떻게 이 바쁜 아침부터 네가 던져 놓은 옷을 여섯 개나 치우겠니? 아니, 여덟 개다 총!" 오빠의 입에서 소리치듯 흘러나오는 여덟 개라는 구체적인 숫자가 갑자기 너무 웃겼다. 정신없던 아침을 돌이켜보니 정말 얼추 8개는 되지 싶었다. 그것도 그렇네. 이른 아침부터 이렇게까지 챙겨 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오빠의 항변을 들으니 T 익스프레스 정도의 속도로 기분이 좋아졌다.
오빠 ㅎㅎㅎ 미안하구 고마워! 나두 점점 더 노력해서 좋아질게!! 약속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