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우리엄마는 화내지 않는다

화병보유자

by 안영

내 나이 46, 아주 어릴 적 빼고 40년 동안 내가 못 본게 있다. 화난 엄마의 얼굴!

적어도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 우리 엄마가 화를 내는 걸 본 적이 없다.

엄마가 아빠에게 이쁘지 않은 말투로 땍땍거리기는 해도 성질을 부리거나 보통의 사람처럼 화를 낸 적이 없었다.

태어나길 그렇게 태어났다고 해도 지금까지 살면서 진짜 속 터지고 뒷목 잡을 일도 많았는데 그런 순간에도 화내지 않았다. 어쩌면 우리 엄마는 대인배인지도 모른다.

속 좁은 아빠와 나, 그리고 오빠는 마음그릇이 크지 않아서 걸핏하면 짜증 내고 화내고 성질을 부렸는데 그럴 때마다 엄마는 "도대체 뭐 그리 씅이 난다고 그리 난리를 치는고 내는 이해가 안된다"라고 말씀하셨다. 그 말을 듣는 나는

"엄마가 더 이상하다!"하고 맞받아쳤지만 엄마는 화낸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걸 알고 계셨던 거겠지.

마음은 얼마나 약한지 눈물은 또 많기도 하다. 엄마는 화내는 거보다 우는 편이 더 편했던 건지도 모른다.

눈물에 사람들은 더 약해지는법이니까 그렇게라도 남편과 자식들에게 하소연하신건지도 모르겟다.

물론 우리들은 엄마가 화를 안내서 우리엄마는 '속도 좋은 사람' 이라 여기며 살아왔다.

내가 점점 여자가 되어가면서 엄마의 모습을 볼 때 '저러다가는 화병나서 오래못살지' 싶은 날이 많았다.

그 많은 사연들을 어찌 일일이 말하겠냐만은 언젠간 엄마가 엄마의 마음속 깊이 엉어리져있는 그 울화통터지지만 못내 삼켰던 일들을 다 풀어헤치는 날이 오기를 바래본다.

속시원히 소리치며 가슴에 가득찬 화!들이 씻겨내려가기를 !

그런데 우리엄마한테 아직도 울일이 남았을까....

우리 엄마 이젠 안 울면 좋겠다. 이젠 안울고 시원하게 화도 내고 맘편히 삐지기도하고 그러면 좋겠다!

(엄마의 그런 모습이 싫었던걸까? 난 왜그리 화를 잘내는거지? 부당한걸 보면 그냥 있을수가 없는 나는 , 엄마의 참는 모습들이 할말을 못한다고 느끼며 자라온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본다)














keyword
이전 03화엄마의 월급봉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