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대체 이걸 왜 이러고 가지고 있는 건데??
소쿠리의 숨은 사연을 알게 되었다.
친정에 간 어느 날, 엄마는 바닥에서 소쿠리를 꺼내 초록 노끈으로 감고 계셨다. 남편도 있는데 그러는 모습이 처량해 보여서 화가났다, "아니, 이 낡아빠진거를 뭐하러 그리 낑낑대고 묶고 있노?하나 사면 되지! 도대체 와그라는가 모르겠네!!"
이렇게 아껴봤자 아무 소용도 없는데 왜 청승스럽게 저러고 있는지 답답해 소리지르며 짜증을 냈다. 한마디 할법도 한데 우리엄마는 화를 안 낸다.
"이거 니 외할매가 내 시집와서 살림살 때 집에 와서 사주고 가신거다. 40년도 넘었다이~"하며 웃으신다.
'아,, 이 낡아빠진 소쿠리에 숨은 사연이라니..'
그때 고스란히 엄마의 마음이 내게 와 닿았다. 점점 낡아가는 소쿠리를 보며 늙어가는 외할머니를 생각했을 거다.
소쿠리를 볼 때마다 엄마도 엄마를 떠올리고 위로 받고, 힘을 내기도 했을 거다.
외할머니가 돌아가신 후엔 어쩌며 이 소쿠리 하나로 외할머니를 그리워하고 생각하면서 부러지면 다시 묶고, 그 끈이 상하면 또 다시 묶으며 외할머니를 향한 엄마의 마음을 묶었겠지.
난 골동품 사진이나 찍어놓자며 웃었지만 슬펐다.
저 낡은 소쿠리가 꼭 내 엄마 같아서,
엄마, 내가 지금의 엄마 나이쯤 되면 나도 엄마의 손길이 담긴 어느 하나를 붙잡고 엄마를 그리워하며 살고 있을까?
아쉬워하며 그리워하지 않게 지금 더 많이 사랑하고 표현하고 더 함께 해줘야 하는데 이젠 나도 내살림을 사느라 내 새끼 챙기느라 엄마는 뒷전이네. 말이라도 곱게 해야지 하면서 맨날 볼맨소리만 해대는 못된딸년을 그저 사랑한다, 고맙다 해줘서 또 미안해.
내일은 나긋나긋하게 엄마한테 전화해야지! 그리고 물어봐야지!
"외할매가 사줬던 그 소쿠리는 아직도 있나?"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