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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는 자꾸 엄마탓이라 했다.

나도 자꾸 내탓이라 하더라.

by 안영

뇌경색이 왔다는 의사의 진단에 급하게 뇌동맥류 시술을 한 아산병원으로 예약을 했다. 꽈리에 들어 있는 코일이 튀어 나와 뇌경색이 왔을지도 모를 확률에 검사가 필요했다.

이번엔 남편이 나의 보호자로 함께 했다.

백일을 갓넘긴 아들을 엄마아빠께 맡기고 새벽 버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떨렸다. 무서웠다. 남편이 있어서 무섭다고 투정도 부려봤다. 검사를 마치고 교수들을 만났다.

신경과 교수가 얘기했다. 뇌의 흔적을 봤을때 뇌경색이 작게 여러번 지나갔다며 의심해보는 진단이 있으니 검사를 권한다고. 그 검사는 내가 평생을 두고 다시는 하고싶지 않은 검사가 되었다. 그건 심장내시경.

쉽게 경험해 볼 검사는 아니다.

위,대장 내시경은 수면으로라도 할 수 있지!

이건 그냥! 쌩으로, 아주 그냥...

3-40분의 검사를 끝내고 난 또 벼락을 맞았다.

난원공 개존증!

이게 뭔가! 심장에 구멍이 있단다. 그 구멍사이로 혈전이 떠돌다가 뇌로 올라가서는 뇌경색을 유발하는거였다.

엎친데덮친다했던가,, 검사만하면 하나씩 나오는 병명들 앞에서 엄마는 울면서 얘기했다." 내 탓이다. 더 건강히 낳아서 키워줘야했는데 살기바빠가지고 ..미안하다"

그 때 마다, 뭐 그런소릴 계속하냐고 짜증을 부렸었다.

그러다 내 아들이 어느 날 고열이 났다. 해열제도 소용이 없었다. 응급실로 달려갔다. 그 조그만 아이한테 바늘을 꽂는데 아이도 울고 나도 울었다. 그 때, 나도 모르게 뱉어진 그 말. " 미안해. 엄마 탓이야. 더 건강히 낳아줘야했는데 엄마가 그러지못해서..미안해" 그건 엄마의 진짜 마음이었다. 그렇게 난 엄마가 되어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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