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사는건 어떤걸까 엄마.
난 욕심이 그리 없다고 생각했다. 사실 그랬다. 결혼과 출산 전에는 집이나 차나 명품이나 이런거에 크게 관심도 없었고 욕심도 없었다. 적당히 내가 필요한만큼이면 월세든 전세든, 차가 소형차든 구형차든 상관이 없었다. 돈 잘벌때 비싼 명품은 아니라도 명품이라 불리는 가방도 사서 써봤음 됫고, 그 가방이 그 가방이고 조심스레 들고 다니는것보다 편하게 막들고 다니는 가방이 편하고 좋았다. 그런 겉치레에 쓰느니 내가 가고싶은 여행가고 내가 배우고 싶은것 배우면서 나를 위한 시간에 돈을 쓰는게 더 행복하고 그 가치에 집중했었다.
물론 그 시간들을 후회하지 않는다. 그래봤기에 어쩌면 지금 내가 더 잘 살고 싶어서 노력을 하는걸지도 모르니까. 안해봤다면 두고두고 지금도 그런 부분에 결핍을 느껴 내 자신을 괴롭히며 살고 있을지도 모를일이다.
브런치를 한참 들여다보지않았다. 내게 지금 이것조차 사치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모든건 꾸준함이 있어야하는법인데 내가 지금 보장도 안되는 이 길에 시간과 마음을 쓰는것이 과연 내 현실에서 괜찮은건지 의구심이 계속 들었다. 내가 하고싶은건 분명하지만 나는 가정주부로 살림에 집중하는게 제일 우선이다. 아이는 예비초등이라 신경써야할것들이 늘어났다. 돈은 더 들어가서 허리띠를 졸라매야한다. 글을 쓰고 나를 살피는 일에도 돈이 들어가고 시간이 꽤나 드는 일이다. 다 할 수 있다고 시작했다. 이 브런치도.
글이란게 그냥 아무생각없이 내 마음만 끄적거릴땐 쉬웠는데 무언가를 꼭 이루려고 쓰다보니 너무 어려워졌다. 그리고 내 자신을 속이는 것 같은 마음이 계속 들었다. 현실에 아둥바둥 하고 있으면서....
엄마의 삶을 지켜봐오면서 싫었던 그 모습들을 내가 마주할 수 밖에 없는 현실들에 부딪히면서 내 자신도 싫어졌다. 엄마처럼 살기 싫었는데 삶이라는게 어쩔수 없이 다 그런건가 싶어서 서글퍼지고 우울해졌다.
내 욕심은 어느새 끝도 없이 자라고 있었고 엄마를 핑계삼아 나는 잘 사는 삶이 행복이라 기준삼고 있는것이였다. 잘 사는 삶. . . . 돈이 많아 내가 하고 싶은데로 다 하고 사는 삶? 꼭 그게 아니여도 기준이 돈이 되어있었다. 입으론 아니라고 떠들어대면서 속물이 되어가고 있었다. 엄마에게 그 탓을 돌리면서 , 엄마가 오시면 괜히 그 때 왜 내게 그렇게 해주지 않았냐고 엄마 속을 후벼파면서....
사실은 그냥 잘 살고 싶을뿐인건데, 그래서 엄마한테 엄마가 힘들었던거 이제라도 호강시켜드리면서 웃는모습만 보고 싶을뿐인건데, 난 사춘기도 아니면서 자꾸 내가 처한 현실을 부정하고 탓하고 헛된 희망을 품고 있는것만 같아서 내 자신이 좀 역겹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