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과 대화 속에서 목이 메어버렸다.
오래된 친구들이 있다. 집안 숟가락이 몇 개 인지도 알만큼 가깝고도 허물없는 친구들. 이젠 사춘기소녀들은 아니지만 아직도 만나면 깔깔 깔거리며 10대같이 즐기곤 한다. 그런 우리도 나이가 들어감을 느끼는 건 부모님 이야기를 꺼낼 때다. 우리 나이가 마흔 후반에 접어들었으니 부모님들은 보통 칠순중반, 그중 먼저 하늘나라로 가신 엄마도 계시고 아프신 아빠도 계신다. 현실적인 이야기가 오고 간다. 오래 아프셨던 엄마를 보며 고생 그만하고 가셨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다고, 그때 나는 나쁜 년이었다고 얘기하는 친구에게 우린 겪어보지 않았지만 그게 왠지 당연한 감정일 거 같다고 얘기했다. 긴병에 효자 없다는 건 그냥 생긴 말은 아니다. 부모님이 아프시면 당연히 걱정이 된다. 그런데 며칠이 지나면 그 안쓰러운 감정이 점점 짜증과 화로 바뀐다. 자식들 키우느라 한 몸 갈아넣은셨을텐데 건강도 챙기지 않고 뭐 했냐는 소리부터 나온다. 친구들과 대화하다가 멈칫했다. 엄마 아빠가 갑자기 돌아가시면 너무 힘들 것 같아서 무섭다고 했다. 무섭다.... 그거였다. 무섭고 두려워서 걱정된다는 그 표현이 , 그 표현을 그렇게 숨기고 있는 거였다.
평생 옆에 있어줄 것 같은 엄마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져 버린다고 하면 긴 터널에서 걷고 걸어도 끝이 안 보여 내내 어둠에서 걷고 있을 것 같은 느낌. 다신 밝은 곳으로 나가지 못할 것 같은 느낌.
산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간다고 하지만 내가 산채로 살아갈 수 있을까? 생각하기 싫어서 단 한 번도 깊이 엄마의 죽음을 생각해보지 않았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그 순간을 이제는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 순간이 돼서 후회하고 힘들어하지 않게 옆에 있는 지금을 더 소중하게 보내야 한다.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생각만으로도 심장이 쪼여오고 눈물이 미친 듯 흐르는데... 죽음이라는 순간에 대해 우린 깊은 대화를 잘 나누지 않는다. 그러다가 갑작스레 그 상황이 닥치면 너무 바쁘고 정신없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없이 보낸다. 그렇게는 안 하고 싶다. 그러니 이제라도 더 많이 삶과 죽음에 대해 이야기를 나눠야겠다. 아프지 말라는 단순한 말 말고, 엄마가 없는 그 시간이 빨리 오는 게 난 두렵고 무서우니 더 엄마의 몸과 마음을 챙겨달라고, 난 갑작스레 엄마와 헤어지기 싫으니 내가 미운소리해도 서운해하지 말고 담아두지 말라고, 어떻게 해도 후회는 남겠지만 최대한 후회남지 않게 사랑해 주자고... 이 말들을 해주고 싶다. 앞에서는 못하겠고... 눈물이 나서 입이 떨어지질 않을 테니... 편지를 써야겠다.. 책을 만들어 엄마에게 이 마음들을 전하고 싶지만 이 책이 언제 세상에 나올지 모르니, 늦으면 안 되니까, 편지로 해야겠다.
엄마! 더 친하게 지내보자 우리! 하고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