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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거 외할매한테도 참 미안하더라.

내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by 안영

난 꽤나 다정한 딸이였다. 한번씩 썽질부릴때야 미운소리를 해댔지만 평소엔 엄마아빠한테 크게 짜증부리지 않고 다정하게 얘기하는 편이었는데 아이를 키우면서, 내가 부모가 되어서 육아라는걸 해보면서 미안함이 생기고, 한편으론 답답함도 생겨서 말투가 점점 미워졌다. 바른소리라고 하면서! 내 말이 틀렸냐고 하면서!

왜 그렇게밖에 못사는거냐고! 이제라도 좀 바뀌면 안되겠냐고.... 힘들거란걸 아는데도 평생 고생만 하는 엄마가 자꾸 불쌍해서 화가난다. 내 미래도 그럴까봐, 무서워서 덜덜 떠는 내가 더 미워서 엄마한테 화를 낸다. 엄마가 삶의 순간 순간 다른 선택을 했었더라면 지금 이렇게 살고 있진않을거라고 단정지으면서 말이다.

난 내가 어떻게 컸던 원망한적이 없었다. 한번씩 아쉬운 마음에 그때 내가 하고 싶다고 했던거 말이라도 해준다고 했으면 내가 더 열심히 노력하지 않았겠냐고 엄마의 아픈 구석을 찔러대긴했지만 그래도 엄마는 딸하나는 잘 키운거라며! 내가 혼자 잘 컸다며! 큰 소리를 치곤했다. 이 모든 화의 원인은 오빠에게 있다. 평생을 엄마 등골 빼먹는 .. 내 얼굴에 침뱉기라 어디 말하지도 못하지만 동네가 좁다보니 정말 친한친구 몇몇은 집안 속속사정을 다 알기도 한다. 그 친구들은 엄마는 어쩔수 없다며, 엄마가 자식한테는 껌뻑죽는 사람이니 어쩔수 없으니 엄마한테 나라도 미운소리 하지말고 잘해드리라 한다. 근데, 그러다보니 내가 속병이 나기 시작했다. 오빠가 챙겨야 할 것들을 못챙기니 그 부담은 자연스레 나에게 왔다. 엄마아빠가 원해서는 아니다. 하지만 엄마아빠 친구나 지인분들이 자식자랑을 하시고, 누구네는 딸(아들)이 어디도 데려가고 뭣도 사주고 했다더라 하시면 그나마 조금 형편이 나은 내가 그거라도 해드려야 내 속이 편했다. 어쩌면 그것도 내마음 편하려고 그랬던건지도 모른다. 그런 시간들이 쌓이다보니 으레 그것들은 당연한것처럼 되버렸다. 나도 살림이란걸 살고 아이를 키우고 남편눈치도 안볼수가 없다. 남편이 아주 살갑게 엄마아빠께 잘해준다. 그래도 난 가족간에도 적당한 거리가 있어야 된다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그 거리가 없다. 그래서 평생을 오빠한테 매여 아직도 탯줄을 끊지 못하고 달고계신다. 노후준비라고는 하나도 없이 탈탈 털어서 다 주고도 모자라 아직도 새벽같이 나가서 고생한다. 그러고는 내 앞에 와서 죽을상을 하고 힘들어서 누워있다. 한숨쉬며 모든게 자기탓이라며.

그럼 난 또 시작한다. 미운소리, 볼맨소리, 짜증섞인 말투의 땍땍거림.

이번주도 그랬다. 아들은 할머니,할아버지를 고맙게도 너무 사랑하고 챙기고 보고싶어한다. 금요일이면 할매할배가 집에 오셔서 같이 외식도 하고 같이 영화도 보고 주무시고 가시라한다. 아들이 그렇게해주니 내가 못하는 효도 대신 해주는거 같아서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에 고마울따름이다. 저녁을 먹고 아들이 고사리손으로 모은 용돈으로 커피를 사주겠다며 할매할배를 모시고 카페로 갔다. 이런 저런 이야기 끝에 난 또 엄마아빠한테 쏟아내기 시작했다.

"맨날 죽상을 하고 앉아가지고 왜 그리 못놓고 사는데!"

"뭐가? 내 피곤해서 그렇지 죽상하는거 아이다."

"아니기는 내한테 올때마다 죽상을 해서는 , 그걸 보는 내는 좋나? 그라고 뭐하러 오빠네는 자꾸 가는데?

가기전에 미리 얘기는 하나? 엄마는 꼭 그리 자식들 집 비밀번호도 다 알아야되고, 뭐 다 해줘야된다고 생각하나?

"그런기 아이다. 어쩔수 없는 상황이 있는기다. 그럴 형편이 있어서 그런거지 내가 뭐 쓸데없이 가나?"

"그 어쩔수 없는기 뭔데? 자꾸 엄마가 다 해주니까 그런거지, 그냥 모른척하고 그냥 살면되지!"

...................눈물이 나올려고 해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내가, 요새 너거 외할매 생각이 참 많이 난다. 나도 내가 다 맞다고, 옳은 소리라고 하면서 너거 외할매한테

그리 짜증을 내고 미븐소리를 해댔는데 그때마다 너거 외할매가 내한테 서운하다 했다. 서운하다하모 또 머시 서운하냐고 소리지르고 했는데 참 미안하드라."

"그래, 뭐 내가 틀린말하나? "

"아니, 그냥 좋게 말해줄껄, 그래도 더 다정하게 해줄껄 하는 생각이 자꾸 드는기다"

...그렇게 대화는 끝이 났다. 거기서 내가 더 말을 하면 그건 진짜 생각이 없는거지.

주제를 돌려 아무일도 없었던듯 다른 대화를 했다. 목이 메어오는걸 겨우 참으며....

나도 엄마가 안계시면 그때서야 후회를 할까? 그렇게 후회하기 싫어서 엄마가 지금이라도 편해지면 좋겠어서

그렇게 악을 쓰며 제발 편해지라고 하는건데.....

과연 난 어떻게 하는게 엄마를 위한 길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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