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케터 모딥이 아닌 김수빈이라는 사람의 속마음
에필로그에서는 마케터 모딥이 아닌 김수빈이라는 한 사람으로서 이야기해 볼까 합니다.
저는 원래 머릿속이 시끄러울 정도로 생각이 많은 편인데, 퇴사를 한 후에는 그 생각들을 차분히 들여다볼 수 있는 시간이 생겼어요. 좋아하는 카페에서 커피 한 잔 마시며 머릿속 생각들을 하나씩 꺼내보았습니다. 그리고 말과, 글, 사진으로 기록하고 표현했죠. 그러다 문득 깨달았습니다. 마케터로서가 아니라, 오로지 김수빈이라는 사람으로서 퇴사한 이유를요.
저에게 ‘평범’이란 굉장히 소중하고 간절한 바람이었어요. 가난하고 사건 사고가 끊이지 않는 집안에서 자란 기초생활수급자, 자립 청년이거든요. 저는 제가 기초생활수급자라는 걸 밝히는 게 싫었어요. 하지만 돈이 없어서 국가 지원금에 의존해야 했고, 그 지원금을 받기 위해 얼마나 가난하고 힘든지를 설명해야 했습니다. 가난이 부끄럽다기보다는,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에 너무 무거웠던 것 같아요.
매일 밤 잠들기 전, ‘오늘은 아무 일 없이 그냥 지나가게 해주세요’라고 기도하던 아이는 어느새 ‘평범’한 성인이 되었습니다. 사람들은 모르는 저의 꿈이자 목표는 평범한 사람들이 하는 것을 해보는 거였어요. 대학생, 휴학생, 유럽 배낭여행, 직장인 등. 어릴 적에는 그저 월급 200만 원을 받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 목표였을 뿐, 그 이상의 꿈은 없었어요.
24세에 그토록 원하던 평범한 삶을 이루었으나 마냥 행복하지는 않았어요. 목표를 이룬 후 삶의 원동력이 없는 일상은 삭막했습니다. 새로운 목표를 찾으려고 해도 찾아지지 않았어요. 아마 이 막막함이 제가 번아웃을 겪은 이유 중 하나였던 것 같아요. 래서 저는 용기를 내어 퇴사했고, 새로운 꿈과 목표를 찾아보기로 했습니다.
솔직하게 저는 큰 꿈이 없고, 성공에 대한 욕구가 없는 사람이에요. 사람들 앞에서 일을 하는 것보다 뒤에서 서포트하는 걸 좋아합니다. 모든 사람이 같은 레이스에서 경기할 필요는 없어요. 누군가는 경기장에서 뛰고, 누군가는 응원석에서 관람하며, 또 누군가는 심판이나 청소부가 될 수도 있죠. 심지어 경기장을 뛰쳐나오고 싶다면 뛰쳐나오세요. 성공을 위한 삶을 향해 달려갈 의무는 없어요. 어떤 선택을 하든, 여러분이 행복하고, 만족하는 선택을 하세요. 어떤 선택을 하던 여러분의 결정을 진심으로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