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한 딸 콤플렉스를 시작하게 되는 말 '엄마한테는 너밖에 없어'
‘씨발 제발 그만 좀 해!!!’
쌓여있던 울분이 터졌다. 가느다란 팔로 내 머리채를 움켜쥐던 엄마를 밀쳐 넘어뜨렸다. 나를 향해 사정없이 발버둥 치는 다리를 눌러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처음이었다. 소리치는 것도, 욕한 것도, 나를 방어한 것도. 그러나 나의 반항에 엄마는 놀라기는커녕 더 미쳐 날뛰었다.
‘내가 이렇게까지 하는 왜 멈추지 않는 거야?’그 순간 문득 ‘엄마한테는 너밖에 없어’라는 말이 내 머릿속을 스쳐갔다. 단편영화 ⌜수희⌟의 첫 대사기도 했다. ‘엄마는 말했다. 엄마에겐 이제 너밖에 남지 않았다고’ (...)
우리들이 착한 딸 콤플렉스를 시작하게 되는 말이다. 엄마를 사랑해서 실망시키고 싶지 않고, 행복하게 해주고 싶어서 나의 행복을 숨기며 엄마의 인생을 함께 살아간다.
평상시 얼굴에 미소가 띄지 않는 아이.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주로 혼자 있는 아이. 엄마가 하자는 대로 따르는 아이. 나와 주인공 수희의 공통점이다. 그리고 우리의 첫 반항의 대상은 가장 소중했던 엄마였다.
우리가 엄마에게 처음으로 그만하라 소리쳤을 땐, 이 상황이 끝나길 바라는 마음이었다. 하지만 야속하게도 울분 가득한 외침 후에 돌아오는 건 허탈함뿐이다. 우리가 화를 내던, 비명을 지르던, 자해를 하던, 엄마는 당황하거나 우리를 달래주지 않는다. 자신의 세상에 갇혀 우리는 신경도 쓰지 않는다. 그때 우리는 깨닫는다. 이 상황을 끝낼 수 있는 어른은 나라는 것을. 이때 느낀 허탈함은 오랫동안 가슴에 아픔으로 남겨진다.
우리 착한 딸들은 그렇게 어른이 되어간다. 억압했던 나의 감정이 폭발하며 수많은 감정을 알아차리게 된다. 그리고 그것을 숨기고, 통제할 수 있게 된다. 인생은 쓰다는 것을 알아차리며 나의 세계를 일찍 만들어간다.
영화에서 바다는 수희의 넓어진 새로운 세계를 의미한다. 새로운 사람과 사랑이 오고, 떠나는 과정을 겪으며 자신의 세계를 만들어간다. 우울한 현실 속에서 벗어나게 해 주는 존재는 우리를 기대하게 만든다. 하지만 그 존재는 영원하지 않다. 어느 순간 그 존재가 사라졌을 때 남는 건 선택뿐이다. 나를 위한 삶을 살기 위해 나아갈 것인가, 허탈함에 머물며 고립될 것인가. 내 삶은 나의 선택에 달렸다.
바다에서 앉아있는 수희는 뒤로하고, 멀어지는 하나의 모습이 이 둘의 관계가 멀어질 것이라는 복선으로 생각했다. 하나로 인해 넓어진 자신의 세계를 두려워하지 않고 모험했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가슴 아프면서 응원하게 되는 희망찬 이 영화는 착한 딸 콤플렉스를 가진 이들에게 ‘꼭 그러지 않아도 괜찮아’라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 같다.
단편영화 <수희>
제작 : 2021
러닝타임 : 25분
평점 : 3.3
연령 : 12세
줄거리
엄마의 종교적 억압을 당해온 수희는 목사의 딸 한나를 만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