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연재 중 indie film 05화

여름바다에 뜨는 가벼운 것들

단편영화 속 더운 여름 바다의 뜨거운 윤슬이 가져다주는 메세지

by modip
65p2KbDqQb2qvBbs2Q6OacjwBas.jpg


노을이 저물어가는 바다 위로 뜨거운 윤슬이 반짝인다. 그곳에 있는 두 사람의 실루엣이 천천히 가까워진다. 화면에 담긴 모든 것들이, 나를 포함해 중력을 거스르듯 바다 위로 붕 뜬 기분이었다. 바다에 들어가면 심장이 부력으로 두둥실 떠오르는 그런 기분말이다. ‘여름바다에 뜨는 가벼운 것들’이라는 제목이 이 장면 하나로 이해가 되었다.


누구에게나 말 못 하고 숨겨둔 무거운 마음이 하나쯤은 있을 것이다. 영화 속 주인공 역시 쉽게 꺼내지 못한 감정을 안고 있었다. 그 마음을 가장 솔직하게 표현해낸 순간이 바로 이 장면이다. 좋아하는 바다, 그리고 마음에 품은 사람과 함께 있는 풍경을 마주한 그녀는 아마도 감정을 억누를 수 없었을 것이다. 사진작가인 그녀가 그 풍경에 매료되는 건 어쩌면 당연했다.


바다로 한 걸음씩 다가갈수록 그녀의 마음도 천천히 녹아내리고, 마침내 가볍게 떠올랐다. 그리고 그 순간, 마음속 이야기를 꺼낼 수 있었다. 1분 12초 동안 숨조차 멈춘 채, 나 역시 그곳에 함께 서 있었다. 윤슬을 온몸으로 받고 있는 그녀들을 바라보며, 나는 모래 위에 망설이는 발을 붙이고 있었다. 바다에 들어갈 엄두조차 내지 못한 채로.


나는 왜 바다에 들어가지 못했을까. 무엇이 두려워서, 내 마음의 무게를 내려놓을 생각조차 하지 못한 걸까. 영화를 보며 미처 몰랐던 내 안의 무거운 마음 하나를 마주할 수 있었다. 아직은 그것을 바다에 띄워보는 용기가 없다. 그래서일까, 노을 진 바다의 윤슬이 더욱 뜨겁고 아름답게 느껴진다. 계절도 딱, 여름이다.

올여름 내 바다에는 어떤 ‘가벼운 것들’이 뜨게 될까.


단편영화 <여름바다에 뜨는 가벼운 것들>
제작 : 2019
러닝타임 : 22분
평점 : 3.2
연령 : 15세

줄거리
사진전을 준비 중인 사진작가 혜리. 그녀는 자신과는 달리 스스로의 성 정체성에 당당할 줄 알고 본인의 감정을 숨기지 않는 주현에게 점점 빠져든다.
keyword
수요일 연재
이전 04화착한 딸 콤플렉스를 가진 우리들 <수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