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섹스 단편영화 <소라게>

알고보니 내가 여성도 남성도 아니었다

Aug 21. 2025

만약 내가 인터섹스, 남성이나 여성의 신체 정의에 규정되지 않는 사람이라면?

단편영화 ⌜소라게⌟는 고등학교 남학생 태영이 어느 날 자신에게 여성의 2차 성징이 나타나면서 인터섹스(간성이라고도 불린다)라는 사실을 알게 되며 자신의 성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담은 영화다. 태영이는 남자임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자라고, 초경까지 하는 자신의 모습을 보며 두려워한다. 나 또한 이게 가능한 일인가 싶어 놀랐다.

영화를 통해 인터섹스 : 생식기가 완전한 여성의 것도, 완전한 남성의 것도 아니게 된 상태의 사람이 존재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대부분은 태어나자마자 수술을 하며 성별을 정해버리지만 태영이는 다른 케이스였다. 그는 17년 동안 남자로 살아왔으나 갑작스럽게 자신의 성 정체성을 새로 정해야만 했다.

하지만 그가 자신의 성 정체성에 혼란을 느끼고, 고민하는 이유는 자신과 친한 동성 친구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그는 남성으로서 남성을 좋아할지, 여성으로서 남성을 좋아해야 할지 결정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이 선택은 절대 후회하면 안 되는 중요한 선택이다. 그렇기에 나는 그가 17년 동안 살아왔던 남성을 버리지 않길 바랐다. 영화 그 어디에도 그가 성 정체성의 의문을 가진 부분은 없었다. 오직 동성애를 짐작할 수 있는 장면만 있었을 뿐.

자신이 좋아하는 동성 친구가 여자친구와 손을 잡고 걸어가는 걸 바라보는 태영이의 모습을 보며 남성을 좋아한다고 여성이 되진 않았으면 바랐다. 이 영화를 볼 때 중요한 포인트는 성 정체성과 성적 지향은 다르다는 점이다. 성 정체성은 ‘나는 누군인가’이고, 성적 지향은 ‘나는 누구에게 끌리는가’이다. 영화의 엔딩이 열린 결말로 끝났지만 나는 그가 남성으로서 떳떳하게 남성을 좋아할 수 있길 응원했다.

그런데 왜 영화 제목이 소라게였을까? 소라게의 학술적 정식 명칭은 집게라고 한다. 이들의 등껍질은 사실 본인의 몸이 아니다. 집게는 고둥이나 소라 등 조개류의 껍데기를 빼앗거나 주워서 몸을 집어넣어 보호한다. 평생을 몸이 커질 때마다 자신에게 맞는 껍질을 찾아다니며 이사를 해야 한다.

자신의 몸을 어디에, 어떤 외관을 가질지 결정하는 소라게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어디에, 어떤 외관을 가질지 결정해야 하는 주인공 태영이를 소라게에 비유한 것이 적적하다. 영화에서는 소라게에 대한 언급, 정보도 전혀 없었기에 주인공에게 몰입할 수 있었고, 관람을 마친 후 정보를 찾아보는 재미가 있었다.

만약 내가 태영이처럼 친한 동성 친구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고, 어느 날 남성의 신체가 발달되어 인터섹스로서 성 정체성을 새롭게 결정해야 한다면, 나는 여성을 선택할 것이다. 이십몇 년을 여성으로 살아왔는데 갑자기 남성의 몸을 가지게 된다면 더 혼란스러울 것 같다. 그리고 나는 동성애에 대해 존중하는 입장으로서 당당하게 사랑할 거다.

실제로 매년 세계에서 약 1.7%의 신생아가 인터섹스를 가지고 태어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렇게 태어난 아이들은 부모의 선택으로 남자와 여자가 된다. 여러 사람들은 아이의성 정체성은 아이가 선택해야 한다면서 이에 대해 비판하기도 한다. 주인공 태영은 자신의 성 정체성을 자신이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이다. 그렇다면 당신은 어떨까? 어느 날 갑자기 자신이 인터섹스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면, 당신은 어떤 결정을 내릴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