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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indie film 06화

불쾌하지만 인정하게 되는 영화 <퍼니 게임>

과연 사람들이 말하는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은 무엇인가

by modip


불쾌한 영화 중 베스트로 꼽히는 <퍼니 게임>.

평화로운 휴가를 즐기기 위해 별장에 도착한 가족 앞에 낯선 청년 파울과 페터가 이 등장하며 영화의 불쾌함이 시작된다. 영화를 보는 내내 이들이 왜 이런 짓을 벌이는지 궁금했고, 감독이 그 이유를 빨리 알려주길 바랐다. 불우한 가정에서 자랐다던가, 약에 취했다던가… 그러나 이 기대는 모두 무의미했다. 그들이 살인을 저지르는데에는 이유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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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은 아무런 설명도 하지 않는다. 이유 없는 무차별 폭력이야말로 이 영화를 가장 불쾌하게 만드는 지점이다. 감독은 의미를 부여하지 않은 채, 오로지 폭력적인 영화를 만들기 위해 <퍼니 게임>을 제작했다. 미디어 속 폭력에 무감각해져 가는 관객들을 조롱하듯이, 의도적으로 불쾌한 영화를.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의 폭력은 정당방위다. 이유가 있으며 용서되고, 멋있는 액션으로 포장한다. 그러나 다른 인물의 폭력은 정당화할 수 없으며, 죽어 마땅하다고 규정한다.<퍼니 게임>은 바로 이런 지점을 비판한다. 마치 ‘더 자극적이길 원해? 그렇다면 내가 진짜 폭력적인 영화를 보여줄게’하고 만든 영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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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행과 성희롱, 살인이 난무하지만 내가 가장 불쾌했던 장면은 페터가 안나에게 계란을 몇 개 나눠줄 수 있냐고 찾아온 장면이었다. 받은 계란을 일부러 깨뜨려 놓고선 여분이 더 있을 테니 다시 달라고 억지 부리는 그 태도. 폭력적인 장면은 애초에 불쾌함의 정도를 넘어섰지만, 이런 상식 밖의 무례한 행동은 선을 넘을 듯 말 듯 해 더 예민하게 다가왔다. 안나가 그들의 계략에 넘어가지 않길 바랐지만, 감독은 나를 비웃듯 스토리를 전개했다. 중간중간 반전을 기대하게 만들지만 곧바로 관객의 무력감을 깨닫게 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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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분석할 수록 불쾌한 만큼 감독의 연출이 대단하다고 느껴진다. 인간이 불편해하는 심리를 정확하게 건드리고, 반전과 뻔하지 않는 전개로 관객과 밀당한다. 특히 파올이 카메라를 바라보며 관객에게 말을 거는 장면. 우리를 단순한 관람객이 아니라 공범 혹은 손발이 묶힌 채 이 상황을 지켜볼 수밖에 없는 인질로 만든다.


감독의 의도는 정확하게 적중했다. 그렇다면 잘 만든 영화 아닌가? 미국 개봉 당시에는 최악의 영화 25위에 올릴 만큼 악평을 받았다. 불쾌할수록 잘 만든 영화에서 멀어지는 거라면, 잘 만든 영화의 기준은 무엇일까. 다른 사람들은 퍼니 게임을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제작 : 1997 (2009년 리메이크 됨)
러닝타임 : 1시간 48분
평점 : 3.4
연령 : 19세

줄거리
서늘한 오스트리아의 여름, 게오르그 가족은 함께 휴가를 즐길 이웃을 만나러 호숫가 별장으로 향한다. 그러나 이웃의 태도는 어딘가 냉랭한 기운이 감돌고, 짐을 풀던 그들에게 낯선 청년 피터가 찾아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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