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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중 indie film 09화

어른스러운 아이였던 우리를 위로하는 단편영화

⌜민혁이 동생 승혁이⌟

by modip



또래와 다르게 유난히 어른스러운 아이들이 있다. 눈치가 빠르고, 자제력이 있으며 어른들에게서 보이는 행동을 하는 아이들. 어른스러운 아이는 태어날 때부터 타고난 게 아니라 가정환경으로 인해 일찍 철이 든다. 이들 중 몇몇의 공통점은 부모님을 사랑해서 부모님이 괴롭지 않았으면 한다. ‘나’와 민혁이 동생 ‘승혁’이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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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혁이는 엄마와 아빠 그리고 ADHD를 앓고 있는 형 민혁이와 함께 살고 있다. 평범하지 않은 형 때문에 승혁이는 많은 것을 참아야 했고, 엄마의 사랑도 양보해야 했다.


부모님의 이혼으로 엄마와 형이 이사하는 날, 엄마랑 같이 살고 싶은 승혁이에게 엄마는 말한다. ‘승혁이는 어른스러워서 혼자 잘할 수 있을 거야. 엄마 보고 싶어도 잘 참을 수 있지?’ 이렇게 말할 수 있는 이유는 승혁이는 지금까지 그래왔기 때문이다. 다른 아이들이라면 엄마랑 살고 싶다고 울며 고집을 피웠을 텐데 승혁이는 더 이상 말을 하지 않았다. 자신이 고집 피우면 엄마가 더 힘들어할 걸 알기 때문에, 더 괴로워하지 않길 바라는 마음을 나는 잘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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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승혁이었던 어린 시절, ‘어른스럽다’, ‘일찍 철들었다’라는 말을 들으면 뿌듯하고 좋았다. 엄마의 자랑이었기에 더 어른스럽게 행동하려 했다. 하지만 이제 와서 그런 아이들을 바라보면 가슴이 저려온다. 일찍 철이 드는 건, 그 나이에 하고 싶은 걸 참아야 하고, 일찍이 자신의 감정을 숨기며 심리적 고통을 안게 된다. 어른스럽다는 말이 그 아이를 위한 칭찬이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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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혁이 동생 승혁이⌟ 감독은 아픔을 참고 견뎌온 사람으로서 자신이 어른스럽다기 보다 딱딱해진 느낌이라고 말했다. 강인하고, 멘탈이 강해 보이는 사람들의 성장기 속엔 아픔이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과거로 돌아가 질문하기 위해 이 단편영화를 제작했다. 감독의 어린 시절이자 어른스러운 아이였던 우리를 승혁이에게 투영한 영화라 할 수 있다. 그리고 그런 우리에게 감독이 하고 싶은 메시지는 정확히 12분 58초에 나온다.


“참으면 아프기만 하잖아”


무채색 옷을 입은 엄마와 아빠, 승혁이에게 샛노란 옷을 입은 민혁이의 대사다. 당연히 참아야지 하고 생각하면서도 그러지 않았어도 됐을까 생각해 보기도 한다. 혼란스러운 마음의 승혁이가 엄마에게 안겨 울 때 나도 같이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얼마나 안겨 울고 싶었을까. 자신도 모르게 가슴에 멍이 들었을 승혁이를 보며 가슴이 아팠다. 그리고 그 시절 안겨 울지 못한 나를 투영해 눈물을 참지 않고 흘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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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승혁이는 아빠와 함께 살고 있는 장면을 끝으로 영화가 끝난다. ’아빠 저 오늘 학교 끝나고 엄마랑 형 보러 갈래요.’ 원하는 대로 엄마와 살게 되진 않았지만 더는 형을 보살피지도, 어른이 되려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렇기에 해피앤딩이라고 생각한다.


제작 : 2018
러닝타임 : 29분
평점 : 3.2
연령 : All

줄거리
ADHD를 앓고 있는 형 민혁에게 많은 것을 양보하며 자라온 아이 승혁. 이혼으로 집을 떠나는 엄마가 형 민혁만 데려가려 하자, 엄마만큼은 양보할 수 없는 승혁은 학교를 못 가는 형을 홀로 학교에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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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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