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력없이 폭력적인 프랑스 영화
자칫하단 가정폭력 트라우마를 떠오를 수 있는 단편 영화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지금까지 본 프랑스 영화 중 최고의 영화라고 말할 수 있다.
제대로 된 창문 하나 없이 비이상적으로 거대한 건물 하나가 화면을 가득 채운다. 마치 감옥이 인상될 정도로 삭막한 건물. 그리고 그곳에서 나오는 한 아이 ‘줄리앙’. 아무리 봐도 단란한 가정집이랑은 거리가 멀어 보이는 영화의 첫 장면부터 심상치 않다.
초반 7분까지는 대사가 거의 없다시피 한다. 엄마 미리암 차에 탄 순간부터는 줄리앙의 시선으로 화면이 전개된다. 덜컥거리는 비포장도로 위를 달리는 자동차 안, 엄마와 누나의 초조한 뒷모습 앵글은 감시 당하는 듯, 추격 당하는 듯한 느낌을 준다.
이들이 어떠한 상황에 처했는지 알 수 없다 보니 허겁지겁 어디론가 향하는 그들을 따라갈 수밖에 없다. 정보를 알려주지 않기 때문에 궁금증이 커지며 화면에 시선을 잠시라도 땔 수 없이 몰입하게 된다.
상황을 예측할 수 없다고 답답하진 않다. 그 이유는 카메라 앵글에 있다. 영화는 전반적으로 eye level(아이레벨) 앵글로 사람의 시선과 비슷한 눈높이를 갖고 있다. 그렇기에 관객들은 등장인물 중 하나가 되어 실제 영화 속에 있듯 현장감을 더욱 잘 느낄 수 있고, 굉장한 몰입감을 느끼게 된다.
또한, 색감도 눈여겨볼 수 있다. 주요 스토리가 전개되는 미리암의 회사 마트는 흰색 벽, 시각적으로 튀어 보이기 위한 빨강, 파란색의 홍보물 디자인, 마젠타 색의 직원 유니폼 등 강렬한 비비드 톤들로 날카롭고, 차가운 분위기를 연출했다. 영상의 색감은 빈티지하지만 비비드 한 컬러를 연출적으로 사용함으로써 가정폭력에서 벗어나기 위한 긴장감과 이들을 도우려는 사람들의 따뜻한 마음을 모두 담아내었다고 할 수 있다.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영화는 가정폭력 남편이자 아빠에게 도망가는 이야기지만 어디에도 폭력적인 장면은 없다. 아이들의 입으로, 미리암 몸의 멍 자국 등 간접적으로 전달하며 영화가 끝날 때까지 긴장감을 내려놓을 수 없다. 이들이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지 조마조마하게 바라만 볼 수밖에 없어 무기력함도 동시에 느껴졌다.
지금 이 순간에도 가정폭력에 휘둘리고, 도망치려는 사람들이 있을 터. 나 또한 비슷한 유년기를 보냈기에 미리암의 표정만으로 어떤 두려움을 안고 있는지 공감할 수 있었다. 처음에는 별생각이 없었지만 영화를 다 본 후 ⌜모든 것을 잃기 전에⌟라는 제목이 너무나 현실적이고, 위로와 응원의 메세지로 와닿았다. 마치 가정폭력에 휘둘리는 당신에게 ‘모든 것을 잃기 전에 어서 벗어나자’라고 말해주듯 말이다.
이 영화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프리퀄 단편 영화다. 프리퀄이란, 그 이전의 이야기를 말하며 장편영화 ‘아직 끝나지 않았다’의 앞 이야기가 ‘모든 것을 잃기 전’에 라는 단편영화인 것이다. 단편영화를 재미있게 봤다면 장편 영화도 충분히 재미있게 볼 수 있다. 단편을 먼저 봤다면 장편이 우리가 궁금한 이들의 뒷이야기이니 말이다.
제작 : 2013
러닝타임 : 30분
평점 : 3.8
연령 : 12세
줄거리
10살 소년 줄리앙은 학교에 가는 척하고 집에서 나와 다리 밑에 숨는다. 조금 떨어져 있는 버스 정류장에는 그의 누나 조세핀이 울고 있다. 엄마 미리엄은 그들을 차에 태우고 슈퍼마켓으로 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