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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ip Oct 20. 2024

출근 한 시간 전 출근

신입 마케터의 자기계발 하는 법


  직장인의 시간은 내가 지금까지 살아오며 느낀 흐름보다 훨씬 빠르게 지나간다. 분명 엊그제 첫 출근을 한 것 같은데 어느새 한 달이 되어 통장에 월급이 들어왔다. 어른들이 자주 하던 말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은 빠르게 흘러간다.'라는 말의 의미를 몸소 깨우쳤다. 출근과 퇴근이 반복되는 삶 속에서 초심을 잃지 않기 위해 내가 했던 2가지 루틴이 있다. 첫 번째는 독서다. 출근 30분 전 회사에 도착해 직원분들이 올 때까지 작은 테라스에서 독서를 즐겼다. 가난했던 집안 형편으로 학원을 다니지 못해서 그럴까 나는 학구열이 높은 편이었다. 시험 기간이 되면 당연히 공부를 했고, 시험 기간이 아닐 때는 독서를 즐기는 편이었다. 학창 시절 나의 인생 책은 ‘꿈꾸는 다락방’이었고, 성인이 된 후에는 ‘더해빙'이 나의 인생 책이었다. 주변에서는 들을 수 없는 다양한 인생 이야기들, 지금은 살아계시지 않는 위대한 사람들의 인생 이야기를 직접 듣는 것 같아서 좋았다.  

어느 날 대표님께서 제일기획 이채훈 CD님을 만나러 간다는 말에 같은 마케팅 팀 던이 나에게 책 하나를 선물해 주었다. 책의 이름은 ‘크리에이티브는 단련된다’. 내일 만날 이채훈 CD님이 쓴 책이었다. 마케터로서 부끄럽게도 그가 누구인지, 얼마나 대단한 사람인지 알지 못했다. 그뿐만 아니라 이쪽 업계 사람들을 잘 몰랐다. 아니 사실 관심이 없었다는 게 더 정확한 말이다. 오늘 아침에는 30분 일찍 회사에 도착해 따뜻한 차를 마시며 던이 선물한 책을 읽었다. 여러 자기계발서를 읽어봤지만 마케터 자기계발서는 처음이었는데 이 책으로 인해 내 마음 인생 책장 속에 책을 한 권 더 채워졌다. 그리고 마케터라는 직업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이채훈 CD님을 만나는 당일, 너무 떨려서 얼굴도 제대로 보지 못했다. 어떤 이야기를 주고받았는지 기억도 희미한데 딱 하나만 기억이 난다. 이 날 대표님은 크리에이터 디렉터의 관점에서 우리 회사에 대한 느낌을 물었다. 나는 개인적으로 우리 회사의  브랜드명과 슬로건은  의미가 깊고, 전달력이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에는 무슨 뜻일까 호기심을 유발하며,  뜻을 이해하면 각인이 될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런데 이채훈 CD님도 나와 같은 생각이라는 말에 기뻐 흥분을 감출 수 없었다.


“거 봐요, 대표님 제가 말했잖아요…!”

"알았어 알았어 계속 바꾸자고 해서 미안해"

“대표님은 앞으로도 의구심이 생길 실 거예요. 대표로서 그럴 수밖에 없어요. 그러니 여러분이 (마케터) 옆에서 그 중심을 잘 잡아주세요"


  어쩜 일상 대화도 광고 문구 같은지 존경 그 자체였다. 짧았던 미팅이 끝나고, 던과 나는 책에 사인을 직접 받았다. 이 책은 지금까지 3번은 완독을 했고, 여전히 매년 한 번은 꼭  꺼내본다.


   두 번째 루틴은 마케팅 뉴스레터를 읽기. 월요일과 수요일은 구독 중인 뉴스레터가 발행되는 날이라 출근 한 시간 전 회사 근처 카페에서 뉴스레터를 읽고, 공부한다. 처음에는 읽어도 무슨 내용인지 이해를 하지 못했고, 생소한 단어들이 많아서 검색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려서 한 시간이 촉박했다. 마케터에게 뉴스레터는 좋은 인풋 자료라고 하는데 나는 도저히 공감할 수 없었다. 한 달 만 무작정 읽어보자고 다짐을 하고, 드디어 한 달째 되는 날 오늘은 뭔가 다르다. 내용이 눈에 잘 들어오고, 머리로 이해가 된다.
  
  소개된 마케팅 사례는 tvN 드라마 장미맨션 실종사건 범인 검거 투표다. 장미맨션은 스릴러 드라마로 시청자들이 함께 범인을 추리할 수 있도록 온라인 투표 이벤트를 진행했다. 이 마케팅이 흥미로웠던 점은 단순히 투표만 하는 게 아니라 후보자를 소개하고, 실시간 투표 현황은 물론 시청자 토론방까지 개발자 없이 노션이라는 업무 툴로만 만들어졌다는 거다. 이 말은 즉, 나도 이런 투표 이벤트를 만들어 진행해 볼 수 있다는 말이다. 디테일한 구상은 없지만 언젠간 우리 회사에 적용할 수 있을 마케팅 사례라서 아이디어 노트에 메모했다. 그리고 약 1년 반 뒤 메모해 둔 아이디어를 꺼낼 때가 왔다.

  브랜드 매거진 시즌 1이 종료되고, 시즌 2가 시작되기 전까지 1~2달 텀이 생겨 새로운 마케팅 안을 찾고 있었다. 이때다 싶어 유저 활동 유지를 목적으로 시즌 1을 되돌아볼 수 있는 결산 투표 이벤트를 진행하는 아이디어를 제안했다. 성공 사례 레퍼런스도 있고, 개발자 없이 나 홀로 빠르게 진행해 볼 수 있다는 점을 어필하여 큰 틀을 구상해 보여드리니 바로 실행해 보라고 하셨다. 주로 혼자서 일을 했었는데 이번 프로젝트는 에디터팀, 개발팀, 디자이너팀 모두와 커뮤니케이션을 했다. 제대로 된 PM을 경험한 나의 첫 프로젝트라 더 애정이 깊다. 100% 만족하지 못했지만 약 85% 만족스럽게 준비를 마쳤고, 어마어마한 성과는 아니나 나름 만족스러운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결과 정리까지 마치고, 주간 회의에서 보고를 진행했다.


“선거 프로젝트 너무 잘했어요. 기획도 결과도 좋고,  무엇보다 브랜드의 긍정적인 영향을 많이 줄 수 있었던 거 같아요.”

  우리 회사 자문가님이 말했다. 처음 겪어보는 책임감과 압박감을 위로받는 기분 그리고 내 기획 의도를 정확하게 파악해 주셔서 감사한 마음에 눈시울이 핑 돌았다. ‘나 그래도 잘하고 있구나' 지금까지 마케터로서 열심히 일 해온 시간을 모두 인정받는 것 같았다.


  요즘에는 시간을 내어 루틴을 실행하기보다 일상 속에서 틈틈이 자리 잡혀 있다. 매일 아침 라이브 뉴스를 들으며 출근을 하고, 약속 시간보다 30분 일찍 도착해서 독서나 핸드폰으로 뉴스레터를 훑어본다. 디지털 사회에 살지만 아날로그를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가방에는 항상 작은 노트와 펜을 갖고 다닌다. 핸드폰 메모장도 사용하지만 간혹 머릿속으로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땐 노트에 형식 없이 글을 적고, 그림을 그리는데 그러면 생각 정리가 잘된다. 이게 바로 아날로그가 가진 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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