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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dip Oct 19. 2024

성장을 뜻하는 불편한 심리학

이를 이겨내는 자가 성장한다

  나는 게으른 완벽주의자이다. 가지고 있는 능력 그 이상의 것이 요구되면 최대한 피하고 싶어지고, 그 일의 마감일이 다가올 때까지 불안감에 휘둘린다. 입사 초 가장 싫었던 것 시간은 주 1회 진행되는 전체 미팅이었다. 하는 거라곤 SNS 콘텐츠 제작이 전부라 할 말이 없어서 쓸모없는 느낌이 들었다,


  "저번 주 인수인계 마무리했으며 이번 주부터 전담하게 되었습니다. 현재 인스타 콘텐츠 N개 제작과 블로그 N개 포스팅 진행 이상 없습니다."

  약 30초도 걸리지 않은 파트. 다른 사람들과 비교되며 한없이 초라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더 의미있고, 정보 공유가 잘 되는 미팅을 할 수 있을지 다른 사람들들의 발표를 주의 깊게 살펴봤다. 이전에는 일을 양을 강조했다면, 지금은 과정과 성과를 분석해서 인사이트를 공유하고, 다음 주 업무에 대해서 함께 이야기 하도록 바뀌었다.


after
지난주 채널별 인기 글입니다. 벚꽃 시즌으로 벚꽃 콘텐츠가 점차 많이 발행되고 있는데요.
네이버 트렌드 기준 지난달 대비 해당 키워드 검색률이 00% 증가한 데이터가 있습니다. 저희 역시 1위 5위는 지역별 벚꽃 명소가 차지했습니다. 이 중에서 검색 유입이 가장 높았던 키워드는 ‘대구 앞산’인데요. 서울 보다 키워드 경쟁력이 다소 낮은 지방 벚꽃 명소 글들이 다수 상위 노출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했습니다. 인스타그램도 동일합니다. 전반적으로 상승세를 달리고 있으며 벚꽃 콘텐츠의 댓글과 저장률이 기존 콘텐츠 대비 0% 높아졌습니다. 이번 주에도 벚꽃 콘텐츠 인기가 높을 것으로 예측되며 ~~~ 하려 하고 있습니다.


  전체 회의 전에 위 내용을 준비하는데 얼마나 걸릴것 같은가? 최소 30분~1시간이 걸린다. 데이터를 분석하고, 확실한 근거 자료를 찾아 WHY에 대한 나의 답을 찾는 것은 생각보다 어렵다. 나에게 100% 확신이 들어야 팀원들에게도 자신있게 전달할 수 있기에 나부터 설득하기 위해서는 꽤 오랜 시간이 걸렸다. 성과에 대한 이유를 찾지 못할 때면 답답해 미쳐버린다. '아니 도대체 이 콘텐츠가 왜 상위 콘텐츠로 올라간거야..시즌도 아닌데, 왜...? 도대체 어느 채널에서 바이럴이 된건지 알 수가 없어 환장하겠네...'

  긴장되어 하기 싫었던 또 다른 일도 있다. 입사 후 두 달쯤인가? 새로운 소셜미디어 채널을 발굴하여 A/B 테스트를 진행하며 열심히 운영했다. 업로드 시간, 콘텐츠 구성, 제목의 노출 영향력 등에 대한 테스트. 그 결과 MAU가 600% 증가한 중대한 일이 벌어졌다. MAU란 Monthly Activity User의 약자로 월 활동 유저를 말한다. 지난 달 대비 이번 달 우리 서비스 방문자 수가 600% 증가한 것이다. 그 후로 대표님은 대시보드를 연신 들여다보았다. 그리고 온라인 마케팅 세미나를 해보면 어떻겠냐고 의견을 주셨다. 발표라면 치가 떨리지만 어쩔 수 있겠나 대표님이 하라는데. 그렇게 우리는 기획부터 준비, 발표까지 전담했다. 기획은 즐거웠지만 발표자로서 발표 준비는 막막했다. 오로지 나만 달성한 성과가 아니였기도 하고, 기록한 내용이 없어서 발표 자료를 만드는데 꽤나 힘들었다. (그러니 다들 무엇을 하든지 기록하는 습관을 들이길 바란다.) 사실 나는 감으로 일을 해내는 게 없지 않다. 감으로는 알겠지만 그 내용을 사람들에게 전달하는 게 어렵다. 어떻게 설명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발표 자료도 어디부터 어디까지 이야기를 어떻게 이야기를 해야 하는지 막막했다. 드디어 세미나 당일, 발표가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을까? 아쉽게도 나는 40분 동안 어떻게 발표를 했는지 기억이 없다.
같이 진행한 동료는 잘했다 말해주었지만 심각하게 긴장한 탓에 세미나가 끝난 후에도 정신이 돌아오지 않았다. 온라인이었기에 발표를 할 수 있었지 오프라인으로 발표를 해야 했다면 포기했을지도 모른다. 

  이번 일을 회고 하며 나에 대해 깊이 들여다 보았다. 왜그렇게 긴장을 하고, 이번 일을 하기 싫어했을까? 긴장에 대한 심리 요인을 자세히 들여다 보기 위해 심리학을 찾아보았다. 긴장은 본래 우리가 가지고 있는 심리 중 하나로 사람은 어느 정도 긴장 상태에 있을 때 정신적으로 건강하다. 우리가 긴장을 하는 이유는 현재의 나와 앞으로 되어야 할 나 사이에 간극 때문이다. 인간에게 기본적인 요소이고, 삶의 원동력이자 성장을 하기 위한 필수적인 심리라고 생각하니 거부만 했던 감정을 받아드릴 수 있게 되었다. 앞으로는 긴장할 때마다 내가 한층 더 성장할 것이라는 확신을 가지고, 그 과정을 즐기려도 노력한다.  


  정신건강에서 잘못된 개념 중 하나는 우리는 긴장이 없는 상태를 취해야 한다는 것이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긴장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자유의지에 의해 선택한 가치가 있는 목표를 추구하는 것이다.
-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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