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차에서 일하는 분들 보고 멋있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워케이션이란 일(Work)과 휴가(Vacation)의 합성어로 원하는 장소에서 여행과 업무를 병행하는 근무형태를 뜻한다. 팬데믹 이후 원격 근무와 유연 근무제가 확산되며 워케이션은 하나의 새로운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지만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낯설기만 했던 이 개념이 이제는 지역별 한달살이 프로그램과 함께 새로운 여행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나의 첫 워케이션은 2년 전 여름이었다. 당시 퇴사한 던의 자리를 채우기 위해 새롭게 합류한 마케터 비비와 나는 전주에서의 한 달 살기 소식을 접하고 대표님께 워케이션을 제안했다. 예상보다 쉽게 허락이 떨어졌고, 오히려 다른 팀원들에게도 적극적으로 추천할 정도였다. 그렇게 마케팅 팀원인 나와 비비, 영상 PD 세이지, 세 명이 함께 팀을 꾸렸다.
전주로 가는 기차 안, 우리는 모두 분주했다. 세이지는 카메라를 들고 촬영에 집중했고, 비비는 인스타그램 콘텐츠 오류를 수정하느라 바빴다. 나 역시 노트북을 꺼내들고 마무리해야 할 작업에 몰두했다. 그러다 문득 어릴 적 기차에서 노트북을 두드리던 직장인들이 멋있게 보였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릴 땐 기차에서 일하는 분들 보고 멋있는 직장인이라고 생각했었는데 현실은 진짜 큰일 난 상황이었던 거 군요. 지금의 우리처럼”
전주에 도착한 후, 우리는 4박 5일 동안 일-여행-일-여행을 반복했다. 오전에는 취재 겸 카페에서 일을 하고, 낮에는 전주 여행을 즐기며 저녁에는 숙소에서 잠들기 전까지 함께 일을 하는 루틴이었다. 밤 10시쯤 되면 다들 정신줄을 놓기 시작하는데 그 시간이 가장 즐거웠다. 흥에 취한 세이지의 즉흥적인 노래 공연이 시작되고, 시답지 않는 대화에도 까르르르 웃음이 터지며 스트레스가 풀렸다. 너무 힘들 때면 근처 슈퍼마켓에서 맥주 한 캔을 사와 함께 쉬는 시간도 가졌다. 밤 11시가 되고 일을 끝마쳤지만 뭔가 아쉬운 마음에 쉽사리 잠에 들지 못할 때면 마당 의자에 앉아 밤하늘을 올려다 보고, 오늘 촬영한 사진을 되돌아보며 하루를 더 깊이있게 느낀다.
마지막 날, 개인 인터뷰 촬영을 진행했다. 이번 워케이션이 특히 즐거웠던 이유를 생각해 보면 아마도 혼자가 아닌 팀원들과 함께였기 때문이다. 혼자서 전주에 왔다면 이만큼 웃고, 소중한 좋은 추억을 만들지 못했을 거다. 소수의 좋은 팀원들과 함께라서 일과 여행 모두 잘 해낼 수 있었던 첫 워케이션이다.
워케이션 문화가 점차 활성화되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많은 문제와 고민이 따른다. 산업 군마다 워케이션이 불가능한 경우도 많고, 과도한 업무량 때문에 실제로 워케이션을 제대로 즐기지 못하는 경우도 있다. 또한 주거비, 교통비, 식비 등 추가 비용도 큰 부담이다. 우리 회사는 워케이션을 장려하는 편이지만, 특히 사회 초년생의 경우 낮은 월급으로 추가 비용을 감당하는 것이 큰 걸림돌이었다. 이런 한계에도 불구하고 나는 자유롭게 전 세계를 돌아다니며 일하는 디지털 노마드의 삶을 꿈꾼다. 워케이션에서는 어떻게 일을 해도 상관이 없다. 작은 걸림돌만 조금 해결한다면 새로운 장소, 사람들, 경험이라는 가능성을 활짝 열어줄 것이다. '이렇게 일하는 게 맞나요?’라는 질문이 아닌 나만의 라이프스타일을 만들어 갈 수 있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