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를 인정하는 용기

미니멀한 생각

by 사각사각

인간은 살아가면서 늘 실패를 경험하게 된다. 실패의 크기나 경중만 다를 뿐 실패란 우리에게 잊을 만하면 아프게 다가오는 것이다. 실패를 경험하는 것은 괜찮다. 문제는 실패를 인정하지 못하는 태도이다.


다소 허술하고 보통인 인간보다 오히려 지적이고 뛰어난 인간이 더 실패를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향이 있다. 실패의 아픔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면 빛나는 성공의 길로 갈 수가 없다.


완벽하고도 똑똑한 인간들의 문제는 내 사전에 실패란 없는 것이다!


나의 좌충우돌하는 실패담을 다시 한 번 꺼내놓지 않을 수 없다. 자잘한 실패는 수없이 많았지만 내 인생 최대의 실패 중 하나는 대학 입시에서 떨어진 것이었다. 자세한 스토리는 이러하다.


내가 고등학교에 다니던 시절에는 원서를 쓸 때 절대적으로 담임선생님의 의견을 따랐다. 인터넷도 가정마다 보급되지 않았고 입시에 대한 별 다른 정보가 없었다. 오직 담임샘이 입시를 전적으로 맡길 신 같은 존재였던 것이다. 꼰대 같고 엄청 늙어 보이지만 사실이다!


그 당시에는 제2외국어로 불어를 배우고 있었다. 입시 때는 불어와 가정이라는 과목 중 하나만 선택을 해도 되었다. 2학년 때부터 가정 대신에 불어를 선택하여 공부를 했다. 제 2외국어를 선택해야 할 만큼 성적이 최상위권이 아니었는데 유난스럽게도 불어를 선택한 것이다.


이때부터도 모두가 '예스'할 때 '노'하는 남다른 고집이 있었다. 왜냐? 가정은 너무 어렵기만 했고 불어는 재미있었다. 다양한 어학 쪽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라.


고등학교 시절 가정 시간에는 요리, 바느질 등 여러 가지를 배웠다. 그 중 바느질은 나에게 크나큰 장벽이었다. 성격이 원래 꼼꼼하거나 조신하지 못하다. 학창시절에는 수업 시간에 발표도 목소리를 내어서 못할 정도로 매우 내향적이어서 남들에게 요조숙녀처럼 얌전하게 보일 수는 있었을 것이다.


가정 시간에 손바닥만한 사이즈로 한복 저고리를 만드는 수업이 있었는데 손재주도 없고 이해를 못하여 끝없이 뒤집고 뜯고 하다가 결국은 할머니의 손을 빌어 겨우 과제를 마쳤다. 할머니 찬스를 이용!


불어는? 그 당시 불어샘이 중년의 40~50대는 되어 보이는 우아하신 분이었다. 진짜 프랑스 여자처럼 부리부리한 큰 눈에 머리는 굽실굽실한 웨이브가 있고 무심한 듯 도도하신 스타일이었다.


오묘한 발음으로 불어를 하실 때는 마치 방금 외국에서 날아온 프랑스 여자처럼 보였다. 그 선생님의 입에서 생전 처음 들어보는 외국어인 불어가 나올 때는 참으로 감탄스러웠다.


콧소리를 내며 희안한 발음을 하시는 샘을 연예인처럼 넋을 잃고 바라보았고. 한 때는 불문과를 지원할까 하는 생각도 했을 정도였다. 다.행.이.다. 불어를 전공 했더라면 또 어디서 어떻게 써 먹으며 이 세월을 먹고 살았을꼬? 신이 여러 번 불쌍한 인생을 살려주신다!


입시철이 되어 어머니가 원서를 쓰러 학교에 다녀오셨는데 선생님이 가정관리학과를 추천하셨다. 가정을 잘 관리 하지도 못하는데. 세상에~ 아무리 관심이 없다 해도 가정이 싫어서 불어를 선택한 아이에게 너무 하신 것 아닌가?


일절 내 의견은 반영을 안한 것이 지금도 이해가 안간다. 선생님의 말씀이라면 절대적으로 따르던 호랑이 담배 피던 시절이 있었다. 그 시절에 태어나 선생님을 했어야 하는데 하며 수업 시간에 화를 억누르고 혼자 구시렁대며 혀를 찬 적이 많다. 옛날 사람 소리를 들을까봐 아주 가끔씩만 아이들에게 내 학창 시절 이야기를 입밖에 내었다.


그렇게 또 선생님이 권유를 하는대로 원서를 제출하였다. 천만 다행으로 떨어졌다. 그리고 그 다음 후기 시험에서 영어교육과에 합격한 것이다.


당시에도 영어는 무척 좋아하는 과목 중 하나였다. 도무지 아무리 들어도 외계어같은 수학, 물리, 화학을 일찌감치 포기한 이후로 오직 국어, 영어 등 문과 과목에만 매진하였다.


이것은 나의 일생의 제일 큰 간증 중에 하나이다. 전기 시험에 실패하여 지금까지 십 수 년을 영어샘을 하며 먹고 살고 있다는 것.


전화위복이라는 단어가 있다. 화가 바뀌어 복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나 자신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이 화를 당할 당시에는 복이 올 거라는 건 상상도 하지 못한다. 대학 입시를 떨어진 것은 일생일대 최대의 실패였고 상당히 마음이 무너지는 일이었다.


아직 인생의 쓴 맛을 못 본 십대의 아이에게는 이불을 뒤집어쓰고 밤새 울만한 일이었다. 하지만 복이 오고 있었다. 영어를 전공한 것은 오랜동안 선생님으로 살게 만들어준 귀하디 귀한 기회였다.


그 이후에 또 설렁설렁 공부한 임용고시에서 줄줄이 떨어지며 실패를 경험했지만 변명을 하자면 목숨을 걸지도 않았고 고시는 체질이 아니다!


'실패란 성공의 어머니'라 한다. 식상하게 들릴 수도 있으나 실패를 받아들이고 절망의 시간을 벗어나는 자만이 엄청난 성공은 아니어도 인생을 계속 지속할 수가 있다.


성공한 삶이란 대체 무엇일까? 인생의 온갖 풍파를 겪고 보니 평범한 삶을 지속하는 것 자체가 이 세상에 태어난 어마 무시한 인생의 과제의 성공이다.


그래서 결국은 평범하게 사는 게 꿈이다!

커피나 한잔 하면 만족하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