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북 과외 인생 13화

아이들이 좋다

그 단순명료함이란!

by 사각사각

열 살 아이와 수업을 했다. 이 아이는 최근에 화내는 빈도가 확실히 줄어들었다. 아마도 주변인들의 끊임없는 훈계도 있었지만 본인이 단단히 결심한 것 같다.

처음에 이 아이는 수업을 하다가 자기가 틀리는 부분만 나오면 벌컥 화를 내곤 했다. 참으로 이해할 수 없는 타이밍에 물건을 바닥에 던질 정도로 엄청난 강도로. 이건 마치 방의 스위치를 누르자마자 불이 빤짝 들어오는 것 같다. 타인은 도무지 알 수 없는 이유로 화를 내고 수업을 중단시켰다.


이 아이는 "이제 격하게 화를 내지는 않을 거라" 고 강조했다. 하지만 아주 작은 목소리로 "왜 안되지. 짜증나네." 이렇게 혼잣말은 할 거라고 분명하게 밝혔다. 화는 무조건 참기만 해서는 안된다고 조리있게 말해서 그마저 금지하고 싶었지만 동의해주었다. 곰곰히 돌아보니 이 정도의 가벼운 화는 어른이라도 누구나 내고 있지 않은가?


이 아이가 슬라임을 가지고 와서 함께 놀기 시작했다. 이 슬라임은 버블이 만들어지지는 않았고 좀 더 점성이 강하고 쫀쫀한 고무 느낌이었다. 어느새 어린아이 머리만한 슬라임을 주거니 받거니 던지며 놀았다. 옷에 붙어도 잘 떨어져서 다행이었다. 깔깔.


점점 더 신이 나나기 시작했다. 슬라임을 조그맣게 뭉쳐서 문에 던져보았다. 달라 붙을지 궁금하다고 해서 냉큼 아이의 호기심에 동조했다. 그리고도 끝없이, 잠시만 놀러고 했는데 이미 아이는 저만치 동심의 세계로 무한히 달려나갔다. 붙잡아 오기에는 참새처럼 날렵하고 재빠르다. 부추기듯이 처음부터 시작을 한 내 잘못이다.


이 아이는 클레이 등을 손으로 조물락 조물락 만드는 걸 좋아한다. 언어 구사력이 뛰어나고 공부도 시작만 하면 잘하는 편이다. 잠깐만 하고 걷어들이려고 했으나 이번에는 책상 위에 분홍색 기괴한 괴물을 만들어갔다. 괴물은 구부러진 긴 목에 손바닥에 눈이 하나씩 붙어있고 입은 배 한가운데 뜷려 있었다. 와, 외계인이라 해도 예상치 못한 신체구조다. 여기서 또 이 아이의 순진무구하고 신묘막측한 정신 세계에 빠져들어갔다. 와아아. 멋지다.


겨우겨우 정신을 차리고 슬라임을 다시 제자리에 넣고 한 챕터는 끝냈다. 논 시간이 더 많은 거 같은 게 문제이지만. 수업이 끝나고 아이가 랩을 기가 막히게 따라하면서 '까만 리무진'을 불러주었다. 짝짝짝. 훌륭하다.


'회전목마'도 불렀다. 회전목마를 타고 나의 시간은 빙글빙글 거꾸로 가고 있는 건가? 팍팍한 중년을 지나서 청년기를 거쳐 소녀시대에서 유아로 엄마의 자궁으로 들어갔다가 먼지처럼 우주로 사라진다. 뽀로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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