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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주 Nov 18. 2015

트럭킹의 시작

[아프리카 여행 일기] Day 7. 이런저런 트럭킹의 모습들

저는 한 달 동안 케냐 - 탄자니아 - 말라위 - 잠비아 - 보츠와나 - 짐바브웨 - 남아공을 '자유여행(케냐, 짐바브웨, 남아공) + 트럭킹(*Southern Discoverer)'으로 다녀왔습니다. 

*This trip begins in Nairobi, Kenya and travels south through Tanzania, Malawi, Zambia and Botswana, before ending in Victoria Falls, Zimbabwe.

관련 글 : 나의 청산, 푸른 아프리카
관련 매거진 : [푸른 아프리카]


Day 7. 나이로비, 케냐 -> 아루샤, 탄자니아


드디어 20박 21일 트럭킹의 막이 올랐습니다. ㅎㅎ 야호.

부산한 아침. 다들 자기 몸만 한 배낭을 앞뒤로 매고 Kenya Comfort Hotel을 떠나 트럭에 올랐다. 트럭은 우리네들이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트럭 모양이 아닌, 좀 투박한 버스에 가까웠고 생각보다 컸다. 

아래쪽에는 각종 짐과 텐트, 식재료 등을 보관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짧은 사다리를 타고 올라가야 비로소 트럭 안 좌석에 안착할 수 있다. 

*트럭킹과 관련한 보다 자세한 내용은 아프리카 일단 생각을 해보자


투어가이드 크리스와 조프리, 요리사 존, 운전사 스티브 외에, 3주간 함께 여행하게 될 우리 트럭 팀은 총 23명이다. 어제 오티에서 볼 수 없었던 새로운 얼굴들도 몇몇 보였다. 드디어 고대하던 한국인! 현재 미국에서 일하고 계시는 남자분이신데 아쉽게도 5일? 정도 일정만 함께 한다고 하셨다. 그 외에도 뉴질랜드, 영국, 말레이시아 등 다양한 나라에서 온 친구들. 그리고 노부부도 두 쌍이나 계셨다. 아프리카에, 그것도 텐트에서 자야 하는 조금 힘든 투어임에도 함께 오신 모습이 너무 멋있었다. 

서로에게 기대있는 모습이 편안해보이는, 멋진 폴 할아버지와 우아한 데니스 할머니. 사진 찍으면서 모자가 거슬렸지만.. 그걸 치우고 찍을 정도로는 아직 친해지지 못했던 첫날...
모든 트럭 멤버들을 소개하기는 어려울 것 같아 앞으로 자주 나올, 특히 나와 친했던 몇 명만 간단히..ㅎ
Sabine : 오스트리아 출신. 나의 텐트 메이트.
Deswyn : 말레이시아 출신. 둘만 동양인이라서 그랬는지 잘 맞아서 가장 친하게 지낸 친구.
Rebecca & Steve : 뉴질랜드 출신. 세계 여행 중인 커플.
Dick & Sjanneke : 네덜란드 출신. 고등학교 선생님 커플. 
Lee LeeBong : 한국 출신이지만 지금은 미국에서 일하는 중. 


첫날이라 모든 것이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마트를 들렀다. 

중간중간 마트에 들러 요리사가 식재료도 사고, 다들 개인적으로 필요한 간식을 산다고 가이드 크리스가 설명해줬다. 이때까지만 해도 마트 나들이가 몇 시간, 며칠 동안의 트럭 라이딩ㅎ에서의 낙이 될 줄 몰랐다. 그래도 하루 7,8시간을 달리다 보면 한 번쯤은 마트에 들르지 않을까라고 생각했었지만.. 실제로는 3,4일에 한 번 마트가 나올까 말까였다. 말라위에서는 한 번도 제대로 된 마트를 들르지 못했던 것으로 기억... 



이렇게 그냥 마냥 평범한 마트다. 어떤 간식이 필요할지도 몰라 초코바 하나랑 물 한 병을 샀던 마트. 내가 탄 트럭 밑에는 따로 물탱크가 설치되어 있어 언제든 식수를 받아 마실 수 있다. 처음에는 이유 없는 찝찝함때문인지 다들 마트에서 식수를 따로 샀지만 시간이 갈수록 모두 거리낌 없이 물탱크에서 식수를 받아 마셨다. 아무도 물때문에 탈나지 않았던 걸 보면 꽤나 위생적이었나 보다. 


트럭 멤버들이 조금씩 돈을 모아 공동구매했던 것은 화장지와 얼음. 화장실에 화장지가 비치되어 있는 경우도  적을뿐더러, 트럭 이동을 하는 동안에는 애초에 제대로 갖춰진 화장실을 가는 경우가 드물기 때문에 (*Bush Toilet 이용. 여러분이 생각하는 그거. bush는 덤불) 한꺼번에 많이 사서 트럭 뒤 짐칸에 넣어두고 필요한 사람이 가져다 쓰면 편하다. 하지만 공유지의 비극으로 금방 거덜나고ㅎ 곧 다들 개인적으로 휴지를 구매해서 사용했다.  

얼음은 공용 아이스박스에 넣는다. 다 같이 쓰는 것이기 때문에 맥주나 주스병에 본인의 이름을 쓴 후 넣어두면 시원하게 보관할 수 있다. 하지만 며칠 동안 새 얼음을 살 마트를 들르지 못하면 아이스박스는 그냥 물 잔뜩 먹은 하마 제습제마냥 찰랑찰랑 미지근한 물로만 가득 차서 무용지물이 된다. 결론. 공동구매하는 건 아마도 첫 마트가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확률이 높..


처음으로 점심과 저녁을 만들어 먹었다.

점심은 대체로 트럭 이동 중에 공터나 갓길에서 간단히 샌드위치를 만들어먹는다. 아직 cooking 조를 정하지 않았을 때라 손이 빠른 몇 명이 요리사 존을 도와 후딱 만들었다. 샌드위치를 먹으며 본격적인 자기소개 타임.  

점심은 거의 항상 샌드위치다. 처음에는 괜찮았지만 매일 샌드위치를 먹으려니 속이 더부룩해서 나중엔 빵은 한쪽만 먹고 샌드위치에 들어가는 샐러드만 먹었다. 서양인 친구들은 원래 먹던 식단이라 그런지 괜찮아 보였고 나랑 말레이시안 친구 대스윈만 종종 빵을 너무 많이 먹는 것 같다고 푸념 아닌 푸념을 하곤 했다. 


저녁은 점심에 비하면 훨씬 제대로 된 식사 느낌! 파스타나 스테이크가 나올 때도 있고 밥도 종종 나왔다. 불빛이 없어서 다들 헤드랜턴을 끼고 옹기종기 둘러앉아 저녁을 먹는다. 그냥 일반 랜턴과 손가락에 끼울 수 있는 자전거용 렌턴만 들고 간 나는 옆 친구의 헤드랜턴 불빛에 의지해 밥을 먹었다. ㅎㅎ 아무리 어두워도 다들 어련히 밥 잘 먹는다. 

dish washing 조가 있긴 했지만 자신이 사용한 식기는 당연히 스스로 설거지. 이 설거지가 사실 조금 찝찝했다. 3개의 커다란 대야가 있다. 하나에는 세제를 푼 물이(1단계), 나머지 두개에는 그냥 맑은 물이 담겨있다(2,3단계). 쪼르르 놓여있는 대야들. 먼저 세제물에서 수세미로 문질러 닦고 옆으로 한 칸씩 이동하면서 헹구는데.. 워낙 많은 이들의 손과 접시와 포크와 나이프와 컵이 물에 퐁당 빠졌다가 나오다 보니 나중엔 제일 깨끗했던 3단계 물도 구정물이 되기 마련이었다. 구정물이 되었다고 4단계 물을 더 받아오진 않으니 그냥 3단계에서 끝내고 팔을 휘휘 저으며 식기를 털어말린다...찝찝..



처음으로 국경을 넘었다.

케냐에서 출발한 버스는 곧장 탄자니아 국경을 향해 갔다. 오늘 우리가 텐트를 치고 하룻밤을 지낼 곳은 탄자니아 아루샤이기 때문. 케냐 땅에서 출국신고를 하고 한 50m를 걸어서 도착한 탄자니아 땅에서 입국신고를 했다. 공항에서 하는 입국신고와 그다지 다를 바 없음에도 걸어서 국경을 넘는 이 상황이 신기해 어버버거리는 나를 동갑내기 가이드 조프리와 말레이시아 친구 대스윈이 잘 챙겨주었다. 국경에서는 카메라는 물론, 핸드폰도 꺼낼 수 없어 사진이 없다. 

케냐-탄자니아 국경을 시작으로 총 7번의 (보츠와나를 두 번 거쳤다) 국경넘나들이를 하게 되었는데 그러다 생긴 에피소드와 비자에 관한 정보는 아프리카, 걸어서 국경 넘기  여기로! ^.^ 깨알 링크



처음으로 마사이족을 봤다. 

탄자니아 아루샤 캠핑 사이트 바로 옆에는 마사이족 마을이 있었다. 전통 거주지? 라기 보다는 관광객을 위해 만들어진 듯한 느낌이었다. 마사이 박물관, 마사이 마켓 등이 있어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규모가 크지 않아 저녁 먹기 전 가볍게 구경하고 오기 좋은 정도였다.  


 처음으로 텐트를 쳤다. 

나는 텐트에서 자는 투어를 신청했기 때문에 매일 밤 텐트를 치고, 매일 새벽 텐트를 해체했다. 요즘 세상에는 원터치 텐트라든지, 원터치 텐트나 혹은 원터치 텐트 등 아주 쉽게 설치할 수 있는 텐트가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트럭킹에서 지원해주는 텐트는 하나하나 철심을 연결해서 땅에 박고 텐트 천막을 고리에 끼우고 위에 덮개를 씌우고...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까탈스러운 친구였다. 매일 하다 보면 스킬이 늘어 시간이 좀 덜 걸리긴 하지만 2인용 텐트임에도 두 명이서 하기엔 조금 힘든 감이 없지 않았다. 다른 텐트 메이트들과 힘을 합쳐서 4명이서 한 귀퉁이씩 맡아서 하면 금방 텐트를 세울 수 있다. 


가이드 크리스가  텐트치는 법을 알려줬다.

이 영상에서 나온 것이 끝은 아니다. 텐트 위에 레인 덮개를 덮고, 텐트가 들어있었던 가방을 뱀이 들어가지 못하도록 텐트 위에 올려 놓는다. 


나는 오스트리아에서 온 Sabine과 텐트를 함께 썼다. 처음이라 그런지 텐트 치는 데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걸리긴 했지만 다행히 스티브와 레베카가 도와줘서 마무리할 수 있었다. 매트리스를 깔고 가져온 침낭까지 펴 놓으니 텐트는 생각보다 아늑한 우리만의 공간으로 변했다. 3계절용과 겨울용 중 고민하다가 아프리카는 일교차가 심해 밤엔 쌀쌀하다는 말을 듣고 겨울용 침낭을 가져갔다. 지난 일주일 동안의 아프리카 여행에서는 침낭을 쓸 일이 없었다. 2kg이나 되는 겨울용 침낭은 가뜩이나 무거운 내 배낭에 얹힌 구박데기였다. 배낭과 침낭을 연결하는 끈이 시원치 않아 종종 낙상, 흙바닥에 뒹굴곤 했던 나의 침낭.  


하지만 텐트에서 자게 된  첫날. 겨울용 침낭은 숨겨왔던 매력을 발산하기 시작했다. 딱 적당한 정도의 따뜻함은 물론 잠이 솔솔 오게 만드는 그 폭신함. 내가 흙먼지가 폴폴 이는 땅바닥에, 콤콤한 냄새가 나는 텐트를 치고, 조금만 움직여도 먼지가 풀썩이는 매트리스 위에 있음에도, 그 매트리스 위에 마지막으로 나의 겨울용 침낭을 깔았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그 온갖 텁텁한 느낌으로부터 완벽히 차단되는 느낌이었다. 그리고 첫날은 그다지 춥지 않았지만 이후에 정말 추웠던 밤이 몇 번 있었다. 3계절용 침낭을 가져와 덜덜 떨었던 Sabine. 나는 그 추운 밤, 나의 담요를 Sabine에게 빌려줄 수 있는 관용을 가질 수 있게끔 해준 내 겨울용 침낭이 그렇게 대견스러울 수 없었다. 포근한 침낭 안에서 끝난 트럭킹  첫날. 


별게 다 처음이었던  첫날!
그런데 둘째 날에도 온갖 "처음"들이 이어지기 시작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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