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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용맹한 바닷가재 Dec 17. 2019

부부싸움을 하면 좋은 점 6가지

14년 간 부부싸움을 해보니

옛말에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이 있다. 14년 간 칼을 물에 많이 담가봤다. 이왕이면 덜 담그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힘든 경험이었지만 배울 점도 많았다. 14년 간 부부싸움을 한 경험을 바탕으로 부부싸움을 하면 좋은 점 6가지를 찾아보았다.


이런 분들이 읽으시면 더욱 좋습니다.

이제 그만 좀 싸우고 싶으신 분
현명하게 싸우고 싶으신 분
부부싸움을 발전의 계기로 삼고 싶으신 분


1. 나를 돌아보다

  30년 가까운 시간 동안 각자의 환경에서 나름대로의 습관을 가지고 살았던 두 사람이 한 집에서 옹기종기, 알콩달콩 산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물론, 생각 방식, 습관이 도플갱어 수준이라면 편안한 결혼생활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나와 아내는 하나부터 열까지 달랐다. 치약 짜는 방법부터 라면 수프 넣는 타이밍까지 달라도 너무 달랐다. 연애할 때는 몰랐던 작은 부분들이 한 지붕 아래에 살면서 하나둘씩 드러나기 시작했다. 바나나를 먹고 소파 테이블에 잠시 올려놨는데 지적을 받고, 양말을 바구니에 제대로 넣지 않아 한 소리를 들었다. 아내가 머리를 말리고 지나간 자리에는 머리카락이 한 움큼 자리하고 있었다. "다음 사람을 위해 배려 좀 해주세요"라고 몇 번을 말해도 소용이 없었다. 그런 작은 일들 때문에 티격태격했다. 물론, 시부모님에 대한 서운함, 자녀 교육 방식에 대한 의견 차이들은 싸움 단골 메뉴다. 14년 간 다양한 주제로 싸움을 해보니 내가 어떤 사람인지 특히,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 세심하지 못한 나를 발견했다. 꼼꼼한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게 됐다. 솔로일 때 귀찮다고 미루고 하지 않았던 일들을 일사천리로 끝내고 다음 일을 하게 됐다. 그런 나를 보면서 아내도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고, 작은 일로 싸우는 횟수가 눈에 띄게 줄었다. 이제는 만족스럽지 못한 게 보여도 바로 쓴소리를 하지 않고 기분 나쁘지 않은 선에서 대화를 하고 있다. 단점은 줄어들고 장점이 늘어났다.   


2. 지혜로워지다

  결혼한 지 2년이 지나면 상대방의 모든 것을 알게 된다. 그야말로 가족이 되는데 형제자매가 사소한 일로 다투는 현상이 일어난다. 초반에는 서로 상처를 받고 며칠간 말을 하지 않기도 했었다. 하지만, 최근에는 길어야 10분이다. 싸움의 횟수도 줄었지만,  화해를 하기 위한 시간도 점점 짧아지고 있다. 특히, 싸움을 할 때 서로 화를 많이 냈는데 그럴 때마다 어떻게 하면 화를 내지 않고 이야기를 할 수 있을까에 대해서 생각하고 도움이 될만한 책을 읽었다. 벌어진 상황에 대해 상대방 탓을 하곤 했는데 최근에는 지혜롭게 이야기를 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어 “당신 때문에 이렇게 됐잖아요”라고 했다면 “당신이 한 말 때문에 내 기분이 씁쓸하고 마음이 좋지 않네요”라고 이야기하는 것이다. 안다. 오글거리는 거 알지만 이렇게 하면 물에서 칼을 빨리 뺄 수 있다. 심하게 화를 내거나 화를 전혀 내지 않아도 문제다. 그러므로 지혜롭게 화를 내야 한다. 내가 지금 화가 났고 이런 부분 때문에 내가 어떤 마음인지를 전달하면 상대방은 공감을 하고 개선을 위한 대화 모드로 넘어간다.    


3. 긍정적인 자기 평가의 기회

  부부싸움 전성기 때는 한바탕 싸우고 공원에 가서 한없이 걸었다. 걸으면서 뭐가 문제인지 생각을 많이 했고, 이런 상황을 더 이상 만들지 않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긍정적인 자기 평가를 했다. 내가 원하는 가정의 모습을 상상하면서 반드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다. 부정적인 생각을 하면 반드시 그렇게 될 것 같은 생각이 들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긍정적인 생각을 했고, 그렇게 생각을 하고 집에 오면 화해의 제스처를 주저 없이 내밀 수 있었다. 슈크림빵과 카페라테를 들고 아까 있었던 일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자고 하면 긍정적인 에너지가 집안 전체를 지배했다. 서로 부족한 점에 대해 공유를 하고 서로 잘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를 주고받으면 상황은 종료된다. 이런 경험들을 하면서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는 말의 뜻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었다.


4. 나의 장점 강화하기

  심리검사를 했는데, 나의 강점 중 하나가 ‘유머’다 부부싸움은 나의 강점을 발전시킬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아내가 어떤 부분에 대해 문제제기를 하면 수긍보다는 자기 방어를 많이 했었는데, 어렸을 때 아버지께서 어머니의 문제 제기를 자기 방어하지 않으시고 마치 소년이 이야기하듯이 “네 알겠습니다.!”라고 대답을 하시고 상황을 개선해 나가셨던 게 떠올랐다. 그런 모습이 참 보기 좋았기 때문에 아내가 어떤 점에 대해 문제를 삼았을 때 그렇게 해보았다. 충분히 싸움으로 전개될 상황을 바로 끝내 버렸다. 그 이후로도 계속 사용하고 있는데, 최근에는 아내가 좋아하는 유튜버가 하는 말투(“지적해주셔서 감사합니다.”)로 재미있게 하고 있는데 서로 박장대소를 하고 상황을 종료시켰다. 덕분에 유머력의 상승을 경험하고 있다.


5. 공감능력의 상승

  처음에 아내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내면 아무것도 아닌 걸 가지고 왜 저렇게 화를 내지?라고 생각하며 이해하지 못했는데 어느 순간부터 이유를 알게 됐다. 심리적으로 불안하거나 체력적으로 힘들면 그렇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래서 아내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면 무슨 이유 때문에 그런지 알려고 노력하게 됐다. 안 좋은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어떤 부분이 힘든지 들으려고 노력하고 공감해주고 있다. 아내도 내가 짜증을 내면 직장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부터 물어본다. 공감능력의 향상은 학교에서도 발휘를 했다. 학생들이 지각을 하면 “왜 자꾸 늦어”라고 했다면 이제는 “아침에 엄마랑 싸웠니?” “어제 많이 늦게 잤구나”라고 공감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 왜라고 했을 때보다 확실히 학생들이 마음을 열고 선생님의 지도에 따라 개선하고자 노력하는 게 보인다. “당신은 왜”!라는 말만 하지 않으면 부부싸움의 불을 크게 만들지 않을 수 있다.   


6. 우리 가정은 점점 더 좋아지고 있다

  횟수를 정확하게 세보지는 않았지만, 우리 부부는 부부싸움을 꽤 많이 한 편에 속할 것이다. 그만큼 서로의 생각, 습관이 달랐고 맞춰가야 할 일도 많았다. 어떤 부부들은 부부싸움을 왜 해요?라고 말하기도 하는데 그럴 때마다 부럽기도 하지만, 한 편으로는 열심히 싸웠기 때문에 서로를 더 잘 알게 됐고, 더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중요한 것은 싸움은 나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부부상담 전문가들도 부부관계는 잔잔한 호수보다 역동적인 바다가 낫다고 했다. 우리 부부는 이제 부부싸움을 하더라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는 선에서 가정의 발전을 위한 기회의 시간으로 보내고 있다. 싸우고 싶지 않아서 피하는 것이 아니라 모든 상황들을 수용하는 것이다. 마치, 버스 운전기사가 승객들이 아무리 시끄럽게 떠들어도 가야 할 목적지를 향해 묵묵히 가듯이 말이다. 우리에겐 ‘행복한 가정 만들기’라는 공통의 목표가 있다. 그 목표를 향해 오늘도 한 걸음 나아가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버리는 날을 잊고 버리지 못해 한소리를 들어도 목표를 향해 나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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