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아이를 양육하고 있는 경험을 바탕으로
나는 첫째를 보기 전까지 자녀 양육은 정말 힘든 일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기쁨도 잠시 걱정이 앞섰다. 떼쓰고 울면 어떻게 달래지? 밤새 잠도 잘 못 잔다던데... 걱정 한 보따리를 안고 아이와 만났다. 그리고 벌써 둘째를 만났고 아이들을 키운 지 5년 차가 되었다. 5년 동안 힘들일도 많았다. 하지만, 경이로움, 신기함, 새로움, 행복함의 경험들이 그 힘듦을 견딜 수 있게 해 줬다. 그래서 지금까지 육아한 시간들을 돌아보았고 좋은 점(감사한 것)을 6가지로 정리해 보았다.
1. 교감하다
책 <아기 성장 보고서, 예담>를 보면 아이가 어릴 때 부모의 스킨십은 아이의 두뇌 발달과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아이가 세상에 태어나고 정말 열심히 접촉을 시도했다. 눈을 맞추고, 안아주고 토닥여 주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가 엄마, 아빠를 인지하는 게 보였고, 교감하고 있음을 느낄 수 있었다. 내가 웃으면 아이도 웃었고, 무표정하게 바라보면 아이도 표정이 없었다. 뭔가 서로 연결되어 있음을 느꼈고, 35년 간 부모님의 자녀로만 살아오다가 막상 부모가 되어보니 새로운 세계가 열린 것이다. 우리 부모님도 나를 바라보시면서 어떤 생각과 느낌이 드셨을지 공감할 수 있었다.
아이들이 자기 전 책을 읽어주는데 신데렐라, 백설공주를 연기하듯이 읽어준다. 가끔 이야기를 각색해서 읽어주는데 깔깔거리면서 아주 즐거워한다. 예를 들어 숲 속 요정이 신데렐라를 위해 드레스와 마차를 나오게 하는 주문을 걸 때 '비비디 바비디부, 비비디 바비디부'라고 하는데 세 번째 주문 때 '비빔밥 비벼먹어~' '밥에다 말아먹어'이런 식으로 말하는 것이다. 다음 날 샤워를 하고 머리를 말리면 "아빠 오늘도 신델레라 이야기 또 해주세요"라고 말한다. 아이와 스킨십을 하고 함께 경험한 것으로 교감한다는 것은 참 신기하고 감사한 일이다.
2. 아이들은 나의 거울
아이들은 나의 거울이다. 신기하게도 나는 오른쪽 새끼발가락이 오른쪽으로 휘었는데 첫째 아이도 그렇다. 신체뿐만 아니라 내가 좋아하는 음식을 아이도 좋아한다. 내가 신나는 음악에 맞춰 춤을 추면 아이도 그냥 따라 춘다. 내가 호랑이처럼 으르렁대면서 네 발로 기어 다니면 아이도 따라 한다. 한 번은 누워서 스마트폰을 보고 있는데 아이가 스마트폰과 비슷한 모양의 블록을 가져와 다리를 꼬고 눕더니 내가 스마트폰을 터치하는 모습을 그대로 따라한 적이 있었다. 그 일로 아이는 부모를 보고 그대로 배운다는 말을 실감할 수 있었고, 아이에게 본이 되기 위해 노력했다. 우선, 나의 단점을 개선하게 되었다. TV 없이 못 살던 나와 아내는 TV를 과감히 없앴고, 퇴근하고 TV와 스마트폰만 보던 저녁시간에 독서를 하게 됐다. 배가 나오는 게 보여도 운동을 하지 않았는데 건강한 아빠가 되기 위해서 좋은 음식을 챙겨 먹고 운동을 하게 되었다. 늦게 자고 늦게 일어나는 것을 35년 동안 해오다가 일찍 자고 일찍 일어나는 새벽형 인간이 되었다. 작심삼일 챔피언에서 2년 넘게 매일 감사일기를 쓰는 습관맨이 된 것이다. 나의 생각, 행동 하나하나가 아이들에게 미칠 영향을 생각하다 보니 좋은 생각을 많이 하고 좋은 습관을 늘리는 사람이 될 수 있었다. 지나고 보니 아이들은 나의 스승이었다.
3. 인간관계의 확장
대학교 동창 친구는 아들만 셋이다. 아이가 없었을 때는 안부만 묻고 가끔 밥만 먹었는데, 첫째가 생기자 자연스럽게 부부동반 모임을 갖게 되었다. 몇 차례 만남을 갖자 아내들끼리도 친해져 자주 만나게 되었다. 가까운 공원부터 경주, 강원도, 서해바다 등 여행도 같이 다니면서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겪게 되는 다양한 고충들과 노하우를 나누고 공감하면서 가까워질 수 있었다. 친구를 통해 다른 가정들도 알게 되면서 한 달에 한 번 다섯 가정이 모여 즐겁고 의미 있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10명이 넘는 아이들은 언니, 오빠, 형, 누나 하면서 신나게 논다.
4. 다양한 경험을 하다
아이가 생기기 전 박물관, 수족관, 미술관, 놀이동산, 동물원은 나와 거리가 멀었다. 아이들과 시간이 날 때마다 다양한 경험을 위해 여기저기 다니게 됐다. 수족관에서 물고기들을 관찰하고, 대학로에 가서 어린 왕자를 봤다. 겨울왕국 특별전을 보러 고양시까지 1시간을 넘게 차를 타고 다녀왔었다. 존재 유무도 몰랐던 시크릿 쥬쥬 만화를 보고, 소피 루비 알라뷰 음악을 들으며 신나게 춤도 췄었다. 아이들이 없었다면 경험할 수 없는 세계다.
5. 사랑의 그릇이 커지다
2015년은 내 인생의 전환점이다. 아이를 키우고 보니 그 전에는 느끼지 못한 감정을 경험하게 된 나는 학생들을 대하는 마음이 달라졌다. 전 보다 학생들을 더 가깝게 느끼게 되었고, 한 사람 한 사람 아이들이 아주 소중하고 귀한 존재라는 생각이 더욱 커진 것이다. 칭찬, 격려 한 마디를 더 하게 되고 말을 안 듣는 학생이 있으면 학생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려고 노력하는 나를 발견하게 되었다. 이런 모든 변화는 내 마음속 사랑을 담는 그릇이 커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6. 최고의 경험
아이의 울음소리, 방귀소리, 기저귀 갈기, 목욕시키기, 조잘조잘 대며 오늘 무슨 일이 있었는지 이야기를 듣는 것, 바나나 차차 음악에 맞춰 신나게 율동하는 모습을 보는 것 등 자녀 양육을 통해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경험하지 못했던 최고의 경험을 누리고 있다. 1억짜리 차의 안락함도, 최고 등급의 소고기의 식감도 대체할 수 없는 놀랍고도 경이로운 경험을 매일 하고 있다. 아이가 고개를 처음 든 순간, 뒤집기를 하고 자기 자신에게 뿌듯해하며 웃는 모습, 항상 내가 먼저 잡았던 손을 아이가 “아빠” 하면서 먼저 잡았을 때 느낀 기분과 감정은 그 어떤 단어와 문장으로도 표현할 수가 없다. 그저, 감사하고 또 감사할 따름이다. 자녀를 잘 키우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아빠지만, 오히려 아이들이 나를 더 나은 사람으로 만들어 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