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14년 차 경험을 바탕으로
우리 부부는 2005년에 결혼을 했다. 남들보다 일찍 했다. 그리고 올해 들어 14년 차다. 결혼은 빨리 했지만, 자녀는 10년 만에 태어났다. 어느새 두 아이의 부모가 되었다. 14년 간의 결혼생활을 돌아보면서 결혼을 하고 가정을 이루면 좋은 점 6가지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아내를 통해 배우다
우리는 하루 일과를 마치고 저녁을 먹으면서 그날 있었던 일들을 시시콜콜 나눈다. 좋았던 일, 아쉬운 일, 유튜브나 책에서 본 것들, 최근 이슈에 대한 생각들을 공유한다. 첨예한 이슈에 대해서 갑론을박을 하기도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상대방의 생각을 잘 알 수 있게 된다. 서로 영화와 여행을 좋아해서 자녀가 없는 10년 동안 영화관에서 영화도 보고 여행도 많이 다녔다. 영화가 끝나고 차 안에서 영화에 대해 이야기하고, 여행지에 가서 현지 역사와 생각들을 공유했다. 아내는 특히, 유럽을 좋아한다. 덕분에 나도 유럽 역사와 문화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매일 아침 기상 후 <예술, 역사를 만들다> 책을 읽을 정도로 유럽에 푹 빠지게 됐다. 정치외교를 전공한 아내는 사회적 이슈에 관심이 많은 반면 나는 심리학, 철학에 관심이 많은데 아내와의 대화를 통해 정치와 경제에도 눈을 뜰 수 있게 됐다. 몰랐던 세계를 알게 되고 관심의 영역이 넓어지면서 지식과 교양의 숲이 더 풍성해 짐을 느낀다.
2. 서로의 스승
신혼 초에는 서로의 단점에 대해 이야기를 하지 않았다. 한 번은 내가 바나나를 먹고 껍질을 소파 위에 둔 채 TV를 본 적이 있었다. 마침, 화장실이 급해 볼일을 보고 나왔는데 아내가 한 소리를 했다. 바나나를 먹었으면 바로 쓰레기통에 버려야 한다는 게 요점이었다. 아내에게 받은 첫 지적이었다. 그렇게 우리는 바나나 껍질로 단점 말해주기를 텄다. 바나나 사건 후로 우리는 서로의 장단점을 수시로 이야기해주었다. 처음엔 짜증도 나고 화가 나서 싸우기도 했지만, 어느 순간부터 싸우지 않고 귀담아듣게 됐다. 아무도 나에게 나의 단점을 직면할 수 있게 말해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안 좋은 습관과 생각들을 아내의 조언으로 고칠 수 있었다. 아내 또한 끊임없이 자신의 부족함을 개선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장점을 들으면 나의 강점을 더 강화시키기 위해 노력할 수 있게 되었다.
3. 가족의 확장
나는 누나와 형이 있지만 여동생이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항상 해왔다. 결혼 전 아내의 가족들에 대해 들었는데 아내는 장녀고 동생들이 네 명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중에 3명이 여동생들이었다. 여동생의 아쉬움이 처제들을 통해 충족될 수 있었다. 처제들을 만날 때마다 여동생을 대하는 마음으로 잘해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처제 중 두 명은 결혼을 하고 자녀들이 있는데 조카들이 무려 6명이나 된다. 그래서 처갓집에 방문하면 늘 시끌벅적하고 즐겁다. 우리 자녀들까지 8명의 아이들이 깔깔대고 웃으면서 놀면 정신은 없지만, 정을 나눌 수 있는 가족이 많아져서 기쁘게 생각한다.
4. 밥상머리의 기적
나는 가족의 행복은 밥상머리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다 같이 둘러앉아 맛있는 밥을 나누어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고 정을 나눌 수 있기 때문이다. 둘째 아이는 아직 어려 오이를 양손에 쥐고 열심히 씹다가 뱉어버리는 것을 반복하고, 첫째 아이는 브로콜리는 안 먹겠다고 떼를 써도 식사시간은 언제나 즐겁다. 준비도 버겁고 치우는 것도 오래 걸리지만, 식사는 단순히 배를 채우는 차원을 넘어서서 가족이라는 공동체의 사랑과 유대감을 강화시켜 주는 기능을 한다고 생각한다. 아이들이 바쁜 중, 고등학생이 되더라도 다 같이 식사하는 시간을 많이 갖고 싶다.
5. 추억 만들기 공장
지난여름 강원도 속초에 놀러 갔었다. 콘도에 짐을 풀고 아이들이 숙소 구석구석을 탐색하며 신나 하는 모습을 보면서 문득 생각이 떠올랐다. 가족은 추억을 함께 공유하는 공동체다.라는 생각이었다. 아무리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리더라도 가족이 공유할 추억이 적다면 가족이라는 조직의 순기능을 제대로 경험하지 못하는 거라고 생각한다. 결혼을 하고 가족들과 다양한 곳을 다니고 놀라운 경험들의 추억들이 많을수록 삶이 보다 풍요로워짐을 느낀다.
6. 점점 더 나아짐을 느낀다
결혼을 하기 전에는 철부지 그 자체였다. 어리고 나약하고 겁쟁이였다. 결혼을 하고 한 여자의 남편이 되었고, 자녀가 생기면서 아이들의 아버지가 되었다. 훗날 아이들이 결혼을 하고 자녀를 낳으면 할아버지가 될 것이다. 결혼은 책임이라는 무거운 짐을 어깨에 짊어져야 하지만, 그 짐을 통해서 나라는 인간이 점점 더 성장하고 성숙해 짐을 느끼게 됐다. 아이의 임신 소식에 기쁘기도 했지만, 한 편으로는 걱정도 됐다. 잘 키울 수 있을까? 더 좋은 환경을 만들어 줘야 하는데 하나부터 열까지 걱정 투성이었다. 아이가 세상에 나오고 키우다 보니 그런 쓸데없는 걱정과 나태하고 게으른 허물은 벗겨지고 하늘을 힘차게 훨훨 날아오르는 나비처럼 부지런하고 열심히 사는 나로 변했다. 오늘도 아내와 아이들을 위해 어제보다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