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북 100쪽 출간 프로젝트의 시작
100일간 매일 아이가 글을 쓴다는 것이 가능할까?
얼마나 어려울지 눈에 선하다.
매주 한 번의 일기를 쓰는 방학 숙제를 해야 했을 때 내 아이도 결국 개학 이틀 전 밀린 일기를 쓰느라 울먹였고 결국엔 통곡을 하고 말았다.
아이의 감정과 생각은 풍부한데 쓰는 것이 어려워 그 소중한 순간들이 제대로 남겨지지 못하는 것이 아쉬웠다.
아이가 연필로 꾹꾹 눌러썼다가 지우개로 지우고 또 쓰기를 반복한 너덜너덜한 일기장에는 오타 투성이의 글자들과 앞뒤 전후가 과감히 생략된 급작스러운 글의 전개가 가득했다. 한글을 깨쳤지만 완벽하지는 못한 이맘때에만 볼 수 있는 그 귀엽고 사랑스러운 기록들을 읽어 내려갈때가 참 좋았다. 그래서 몰래 내 폰 메모장에 적어 몇 번이고 읽어보곤 했다. 너무 솔직하고 재미있고 가끔은 짧은 한 문장이 가슴을 후려치는 것도 있었다. 내 눈에만 그렇게 보이는 것은 아닌 것 같으니 이 순수한 영혼의 소중한 날들을 지금부터 열심히 남겨보고 싶었다.
독립출판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이것저것 찾아보다가 ‘하루북’이라는 어플을 발견했다. 매일 또는 이따금 써 내려간 자신의 글을 서재에서 묶으면 한 권의 책으로 뚝딱 만들어준다. 사진과 탬플릿, 폰트까지 다양했고 능력껏 또 마음껏 그래서 한껏 자기만의 스타일로 편집도 가능했다.
문제는 과연 우리 아이가 매일 쓸 수 있느냐였다. 쓸 수 있을까? 지금의 상황으로는 한 줄의 글을 써 내려가는 데 아마 한 시간은 족히 걸릴 것 같다. 그래서 우리는 이 프로젝트에 들어가는 노동력과 시간을 줄이고 이를 쉽고 재밌는 작업화하기 위해 협업하기로 했다. 아이는 쓰고 싶은 말들을 마음껏 말하고 나는 그것을 받아 적고 그날 그날 편집해두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아이의 어투와 표현을 최대한 살리되 글의 흐름과 전개가 매끄러워지도록 아이의 생각을 열고 이끄는 질문을 잘 하는 것이 중요하다. 8년 전 아이의 출산 예정일이었던 2월 5일 우리는 그 첫 기록을 남겼다.
엄마와 아들, 우리 둘이 함께 하는 작업이기 때문에 둘 중 하나라도 귀찮아지거나 마음이 흐트러지면 실패하고 말 것이다.
다가오는 봄에 아이에게 책 한 권을 만들어줄 수 있을까?
그 봄에 아이는 자신의 책 한 권을 만들 수 있을까?
동기부여를 위해 100편의 글을 완성하게 되면 소정의 원고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그리고 10권의 책을 만들어 몇 권은 우리가 간직하고 나머지는 아이가 선물하고 싶은 사람들께 드리기로 했다. 태어날 때부터 지금까지 소중한 친구, 자신의 롤모델인 사촌 형, 가끔은 친모보다 더 사랑하는 것 같은 이모, 5살까지 품어주셨던 어린이집 원장님, 같은 반 친구들에게도 보여주고 싶어서 교실 비치용까지 이래 저래 드릴 곳을 세어보던 아이의 눈빛이 반짝였다. 우리 가족끼리 모여 자축할 소소한 출판기념회를 열고 출판 소감도 잘 남겨서 작가로 데뷔하는 그날의 그 감정을 잊지 않도록 도와주기로 했다.
그날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벌써 기대가 부푼다. 아이가 갖고 있는 여러 약점을 커버하고도 남을 자신만의 강점과 자존감을 키우기 위한 우리만의 프로젝트를 시작하며,
그 첫날의 기록을 남겨본다.
“우리 잘할 수 있겠지?”
“아니... 우리 못할 것 같아. 엄마”
“엄마, 내가 할래~”
시작부터 아들은 자신감 없는 소리로 실패를 예견하고 갑자기 둘째가 자기가 하겠다며 큰소리쳤다. 뭔가 걱정스럽게 삐걱거린다. 그 다음을 장담할 수는 없지만 나는 우리가 결국 해내리라 생각한다.
꽃 피어야 하는 것은 꽃핀다.
다가오는 봄에 그 꽃을 우리가 피워낼 것이다.
생각하는 꽃의 계절이 혹 봄이 아니라면 여름에 피어날 것이다. 생각했던 계절보다 조금 더 늦을지도 모르지만 결국엔 그 꽃이 피어나리라는 것을 나는 믿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