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이로다. 밥에 대한 통찰

아이, 갓 지은 잡곡밥과 햇반의 밥맛을 비교하다.

by 서사임당




전날 저녁은 아이가 좋아하는 샤브샤브였는데 어쩐지 좀 성에 안차게 먹더니 잠들기 전에 그리도 계속 배고파 했다. 결국 “엄마, 나 내일 아침엔 햄이랑 김이랑 김치랑 해서 밥 많이 먹고 갈 거야.”란 말을 남기고 잠이 들었다.

약속한 아침을 챙겨줘야 하는데 앗불싸 어제 설거지하면서 밥솥에 조금 남아있던 오래된 밥을 버리고 설거지를 해버렸다. 새로 쌀을 씻어 준비해놓지 않아 지금 다시 밥을 안치면 아이가 못 먹고 갈 테니 햇반을 데워서 아침을 준비했다. 아침부터 햄은 조금 그래서 장조림을 식탁에 올렸다. 좋아하는 할머니 김치의 아삭한 부분, 짭조름한 조미김,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갓 데운 따끈한 햇반까지 계란 하나 구우면 더 금상첨화겠지만 이 정도도 충분해 보였다. 그런데 아이가 침대에서 일어나질 않았다. 계속 불렀다. 엉덩이를 토닥토닥, 밥 식는다며 먹고 학교 가려면 지금 아니면 안 된다고 말해도 잠을 이겨내지 못하고 있었다. 동생은 한 마디에 눈이 번쩍해서는 덜어서 담은 밥을 해치우고 양치를 하고 있었다. 아이가 겨우 눈을 뜨고 일어나 식탁에 앉았을 때 애타게 아이를 기다리고 있던 밥은 차갑게 식어버렸다.



그 사이 서로 각자의 학교로 간 시간이었다. 방학 중이지만 학교에 가서 이래 저래 일을 하다 보면 금방 퇴근 시간이 되었고 단골 카페에 들러 좋아하는 예가체프와 다른 맛의 원두를 골라 집으로 돌아왔다. 주말에 먹은 것들은 연어구이, 분짜, 샤브샤브, 대구 볼찜, 옛날 토스트 등 다양하고 맛있었지만 결국 정통 집밥을 먹고 싶게 하였다. 그래서 냉동실에 쟁여둔 굴비를 꺼내 해동하고 해산물 넣은 달래된장을 끓이기로 했다. 쌀을 씻고 불려서 밥을 했다. 육수를 우려내려고 대형솥에 멸치와 그 이외의 것들을 한가득 부었다. 잔멸치를 간장 소스에 볶아내었다. 아이는 이 반찬 할 때 기본으로 하는 간장 양념이 팬에서 달궈지는 냄새를 참 좋아한다. 그렇게 멸치를 볶고 있을 때 미술학원에서 그림을 다 그리고 온 아이들이 들이닥쳤다.


“엄마 밥하고 있어?”


“엉, 맛있게 해 줄게.”


‘띠리리리리 ~’


갑자기 울리는 집 전화...


“엄마, 아빠야. 엄마 바꿔보래~”


“여보세요... 오빠 왜? 무슨 일?”


“나 오늘 직원들하고 저녁 먹고 갈게...”


“아 알았어~”


이젠 남편이 갑자기 밥을 먹고 온다고 해서 화가 나지 않는다. 그냥 수렴한다. 그냥 우리끼리 간단히 먹으면 되니까

해동하려고 꺼내 둔 굴비를 다시 정리해 냉동실에 넣었다. 안 굽기를 잘했다. 많이 먹으라고 6마리나 꺼냈는데 구웠더라며 고함을 질렀겠지?



대신 아이가 아침에 구워달라던 리챔을 꺼내 구웠다. 지글지글하는 소리와 함께 소파에서 아이들의 환호성이 들려왔다. 육수와 썰어둔 양파와 대파, 달래 때문에 달래된장은 열심히 끓였다. 1인 1식판에 균등하게 햄을 분배하고 요구하는 만큼의 멸치볶음과 김치, 마늘종 절임을 담았다. 모두가 밥솥 앞에 줄을 서 자기가 먹을 만큼의 밥을 담았다. 아침에 잘라서 통에 담아둔 공용의 조미김과 새로 썰은 김치는 여분으로 하여 식탁 가운데 놓았다. 여기에 나만 달래된장을 추가했고 우리 셋은 정말 꿀맛을 외치며 밥을 먹었다. 제일 맛있는 것은 단연 밥이었다. 정말이지 신기한 것은 평소보다 조금 더 넣은 찹쌀 섞은 잡곡이 밥의 식감을 몇 단계는 올린 것 같았다. 아이들이 식판을 다 비웠고 한 번의 밥 리필을 해왔다. 그렇게 요란하게 밥이 맛있다며 떠들던 우리의 저녁 식사가 끝나고 아이는 오늘의 글에 아침과 저녁의 밥맛을 비교하는 글을 썼다.



앞으로 아이의 글은 하루를 마무리할 때 쓰고 나는 다음날 새롭게 하루를 시작하며 하루 전을 정리할 생각이다.

아이가 오늘도 눈을 뜨지 못하고 꿀잠을 자고 있다. 더 재우고 싶은데 그러면 오늘 아침 내가 차려줄 밥도 어제의 그 햇반처럼 식고 말겠지?

그럼 이제 어떤 글이 나올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