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초1 등교하는 날의 기록
아이의 종업식이 있는 날이었다. 아침으로 주문하신 메뉴는 계란 프라이에 김치와 김, 지원은 넓은 국그릇에 담은 밥에 계란과 김치를 넣어 비벼서는 김에 맛있게도 싸 먹었다. 오늘은 학교에서 점심이 안 나와서 엄마가 나중에 꼭 점심밥을 챙겨달라는 말을 하면서 우걱우걱 잘도 먹었다. 방과 후 수업으로 신청한 배드민턴을 하는 화요일인데 종업식이라 하는지 의아했지만 아무튼 배드민턴 채를 챙기도록 일렀다. 밥을 먹고 아이가 오늘의 코디라며 가져온 옷은 청바지에 셔츠, 니트조끼에 울코트였다. 아침 시간 중에 밥을 먹느라 절반 이상을 허비했는데 엄마 속 타는 줄 모르는지 아이는 느긋하게 양치도 하고 머리에 물칠도 하고 거울 보며 연신 빗질을 하는 거였다. 얼굴에 드리워진 다크서클은 지울 수 없었지만 오랜만에 본 아이의 말끔한 모습이었다. 맨날 머리에 까치집 짓고 기모든 추리닝을 입고서 운동화 구겨신고 뛰쳐나가던 아이가 별안간 시켜도 잘 안하던 짓을 하는지 목구멍 밖으로 터져 나오려는 잔소리를 꿀꺽 삼키고 물었다.
“오늘도 왜 이렇게 열심히 챙겨? 그러다 지각하겠다!!!”
“오늘은 1학년 마지막 날이라서 좀 늦어도 멋지게 하고 가야 해. 엄마”
“1학년 마지막 날인데, 그럼 담임선생님이랑 헤어져야 하는데, 선생님께 편지 써 드리지? 아니면 작은 카드라도 어때?”
“엄마 편지 안 써도 돼. 내가 생각해봤는데 그것보다 중요한 게 있어. 뭐냐면 내가 어른이 되어도 1학년 담임 선생님 이름을 안 까먹고 같이 했던 것들을 잘 기억하는 게 더 중요한 거지.”
“어?... 그래...”
‘이렇게 어른스러운 생각은 어디서 배워오는 걸까? 1학년 담임선생님께서 가르쳐 주셨나? 1학년 마지막 날이라도 친구들은 대부분 집에서 원격수업을 들을 텐데... ’하고 속으로 생각했다. 돌봄 교실 신청 수요가 늘어 얼마 전 추첨을 했던 것을 떠올려보면 또 그 공간에 모여 있는 여러 아이들의 또 다른 분위기, 그들만의 세계가 있을지도 모르겠다. 벌써 이렇게 자신만의 세계가 넓어져가는 가는 아이를 보면서 나중에 말로는 못 당할 수도 있겠다 생각했다.
그렇게 지원은 발걸음도 당당하게 학교 지각을 할까 말까 하는 시간에 집을 나섰다. 그리고 횡단보도를 하나 건너야 하기에 적어도 7분은 걸리던 시간을 5분으로 압축해서 9시 1분에 교문을 통과했다. 겨울방학 전까지만 하더라도 평균 30분도 전에 등교하던 아이가 이렇게 느지막이 또 태평하게 집을 나섰지만 그래도 잘 크고 있는 것 같았다.
오늘의 글은 학교에서 일기 쓰기로 정한 주제 ‘내가 2학년이 된다면?’이 있어 직접 손으로 쓰기 때문에 다른 주제로 이야기를 말해주지 않고 오늘의 일기장으로 대체한다고 했다. 오후 도교육청 출장을 다녀오면서 그 길로 친정에 들러 우리 엄마가 시어머니와 다인이네 가족에게 전해주는 굴박스를 가져오느라 평소보다 집에 늦게 왔다. 아이들은 아빠와 통화하고 나에게 여러 번 전화를 했는데 폰이 꺼져있어서 자기들끼리 간식을 챙겨 먹고 리모컨을 못 찾아서 어쩔 수 없이 책을 보고 놀고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차에 싣고 온 굴박스를 각각 현관 앞에 배달해드리고 남편이 포장해 온 김떡튀를 먹으며 지원의 일기장을 열였다. 풋 하고 웃음이 났다. 이렇게 글자 틀린 걸 보면 처음엔 속에 천불이 나고 눈이 뒤집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는데 언제 또 이런 오타 투성이의 글을 읽을 수 있을까 하면서 위안하는 법도 늘었다. 계속 쓰고 있던 하루북에 아이의 일기를 옮겨 적었다. 분량이 너무 짧아서 추가할 말을 유도하니 이어질 이야기를 술술 불러줬다. 그래도 2학년이 되면 이것저것 도전도 하고 열심히도 한다는 걸 보니 대견하다. ‘2학년에는 공부를 더 잘할 것이다.’ 이 문장에서 나는 꽤나 감동했다. 설레던 내 마음은 아이의 입을 통해 그것이 곧 체육 공부라는 사실을 알게 되면서... 묻지 않을걸 하고 약간 후회도 했다. 그래도 아무튼 아들, 뭐든 열심히 하는 2학년이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