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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엘아라 Aug 17. 2023

부르고뉴 가문 : 부르고뉴의 앙리와 레온의 테레자

포르투갈을 통치한 가문들 : 두번째 이야기

포르투갈의 첫 번째 국왕이 된 아폰수 1세는 전쟁을 통해서 레온에서 포르투갈의 독립을 쟁취했었습니다만, 포르투갈 왕국의 바탕이 된 포르투갈 백작령에 대한 권리는 외할아버지인 레온과 카스티야의 알폰소 6세가  아버지에게 준 것이었습니다. 


카스티야와 레온의 국왕 알폰소 6세


11세기 이베리아 반도는 이슬람 세력과의 투쟁이 활발한 곳이었습니다. 중세시대 이교도와의 투쟁은 의무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부수적으로 이교도들이 장악했던 영지를 차지해서 자신의 영지로 만들 수 있었기에 영지가 필요했던 통치 가문 사람들 역시 이베리아 반도의 투쟁에 참여했었습니다.특히 레온의 알폰소 6세는 1086년 10월 이슬람 교도와의 전투에서 패배했고 피레네 산맥너머의 기독교 세력에게 도움을 호소했었으며 이에 호응한 기독교 영주들이 군사를 이끌고 투쟁에 참여하게 됩니다. 이렇게 왔던 인물들중에는 부르고뉴 백작 가문 출신의 레이몽과 부르고뉴 공작 가문 출신의 앙리가 있었습니다. 부르고뉴 지방은 샤를마뉴의 후손들이 그의 제국을 분할 상속하면서 역시 나뉘어졌는데 이전의 부르고뉴 왕국으로 존재했던 이 지역은 프랑스 쪽의 부르고뉴 공작령과 신성로마제국쪽의 부르고뉴 백작령으로 나뉘고 이 두 개는 각기 다른 가문들이 이어받게 됩니다. 


부르고뉴 백작 가문 출신의 레이몽이 먼저 레온으로 왔으며 알폰소 6세는 그를 좋게 보게 됩니다. 물론 강력한 부르고뉴 백작 가문과의 연결고리 역시 원했기에 유일한 적자 딸인 우라카를 그와 결혼시켰고 포르투갈 백작령을 포함하는 갈리시아 지역을 통치하는 백작으로 임명했습니다. 하지만 곧 알폰소 6세는 레이몽의 힘이 너무 커졌다고 생각했고, 레이몽의 힘을 약화시키기 위해서 레이몽이 받은 영지중 포르투갈 백작령을 떼어서 다른 인물에게 줍니다. 이 포르투갈 백작령을 받은 인물이 바로 부르고뉴 공작의 손자였던 앙리였습니다.


부르고뉴의 앙리, 포르투갈 백작 엔히크


포르투갈 식으로 엔히크라는 이름으로 알려진 부르고뉴의 앙리는 부르고뉴 공작 로베르 1세의 손자였습니다. 그래서 아폰수 1세와 그의 직계 후손들을 “부르고뉴 가문” 사람들이라고 부르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이 부르고뉴 공작 가문 사람들은 또 다른 유럽의 왕가 출신이었습니다. 바로 프랑스 왕가인 카페 가문입니다.


서프랑크 왕국은 원래 카롤링거 제국의 일부였으며 당연히 카롤링거 가문 출신의 왕국이 왕국을 이어받았습니다. 하지만 왕국내 제후들의 힘이 강하고 왕권은 약했기에 제후들과 국왕이 갈등을 빚게 되면서 제후들은 기존의 카롤링거 왕가 출신의 국왕을 쫓아내고 자신들이 지지하는 사람을 국왕으로 추대합니다. 그렇게 카롤링거 가문 출신이 아닌 사람이 국왕이 되는데 바로 바이킹들과의 투쟁에서 이름을 떨친 로베르 르 포르의 아들들인 외드와 로베르 1세가 그들이었습니다. 로베르 1세의 아들인 위그 르 그랑은 국왕이 되지 않았습니다만, 위그 르 그랑의 아들인 위그 카페는 왕위에 올랐으며 이후 프랑스는 프랑스 대혁명이 일어날때까지 이 위그 카페의 남성 직계 후손들이 프랑스를 통치했었습니다. 


위그 카페의 아들인 로베르 2세는 숙부인 부르고뉴 공작 앙리가 아들이 없자 부르고뉴 공작령을 회수했으며 그의 아들인 로베르가 이어받게 됩니다. 이 부르고뉴 공작 로베르 1세가 바로 포르투갈로 온 엔히크의 할아버지 였습니다. 엔히크의 아버지인 앙리는 아버지인 공작 로베르 1세보다 먼저 죽었기에 부르고뉴 공작이 되지 못했지만 엔히크의 형이 부르고뉴 공작령을 이어 받았습니다. 엔히크는 막내아들이었기에 상속받을 영지가 부족했기에 아마도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고 레온으로 왔을 것입니다. 특히 앙리의 고모인 부르고뉴의 콩스탕스는 알폰소 6세의 왕비였을뿐만 아니라 알폰소 6세의 유일한 적자 딸이자 부르고뉴 백작 가문의 레이몽과 결혼한 우라카의 어머니이기도 했습니다. 이런 연줄은 앙리가 레온 왕국에 자연스럽게 정착할수 있도록 했을 것이며 더 나아가서 알폰소 6세가 앙리에게 포르투갈 백작령을 주는데 어느정도 영향을 줬을 것입니다.


로베르티안 가문의 가계도, 위그 카페는 로베르티안 가문의 후손이자 카페 가문의 선조였습니다. 포르투갈 왕가 역시 이 카페 가문의 방계 가문이기도 했습니다. Ⓒ엘아라


알폰소 6세는 앙리에게 포르투갈 백작령을 주면서 동시에 자신의 딸이었던 테레자와 결혼시키게 됩니다. 테레사는 알폰소 6세의 딸이었지만 정식 왕비의 자녀가 아니라 알폰소 6세의 정부였던 히메나 무뇨스의 딸이었습니다. 알폰소 6세는 히메나 무뇨스와의 사이에서 태어난 두 딸인 엘비라와 테레자를 모두 자신의 자녀로 인정했으며 레온으로 온 기독교 왕가 출신의 사람들중 강력한 가문과 연결고리가 될 만한 사람들과 결혼시켰습니다. 


사실 알폰소 6세가 앙리에게 포르투갈 백작령을 맡긴 이유는 포르투갈 백작령을 비롯한 갈리시아 왕국의 지역은 레온과 카스티야의 국왕의 통치를 받는데 불만을 가지고 독립하려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래서 알폰소 6세는  독립하려는 세력을 억누르고 자신에게 충성을 다할 사람이 필요했습니다. 부르고뉴의 앙리는 알폰소 6세가 원하던대로 상위군주인 알폰소 6세에게 매우 충성스러운 인물이었습니다만 1109년 알폰소 6세가 죽은 뒤 상황은 바뀌게 됩니다.


부르고뉴의 앙리에게 작위를 내리고 있는 카스티야와 레온의 알폰소 6세 (19세기 작품)


알폰소 6세가 죽은 뒤 레온과 카스티야의 왕위는 알폰소 6세의 유일한 적자 딸이자 앙리의 고종사촌인 우라카에게 돌아가게 됩니다. 이때 우라카는 두 번째 남편인 나바라와 아라곤의 국왕 알폰소 1세(알폰소 엘 바타야도르)와 격렬하게 대립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앙리는 이런 상황을 이용해서 포르투갈 백작으로 자신의 힘을 더욱더 키워나갔으며 더 나아가서 자신의 레온국왕의 봉신이 아니라 독립적인 군주가 되려는 시도를 하기에 이릅니다. 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1112년 사망합니다. 


앙리가 죽으면서 포르투갈 백작령은 아내인 테레자와 아들인 아폰수 엔히크가 이어받게 됩니다. 앙리는 장인으로부터 포르투갈 백작령을 받았기에, 아내인 테레자가 상속권리가 있다고 여겨졌었습니다. 그리고 앙리가 죽었을 때 아들인 아폰수 엔히크는 미성년자였기에 어머니인 테레사가 섭정이자 포르투갈의 여백작으로 포르투갈을 통치하는 것을 인정받았습니다. 테레자는 남편에 이어서 자매이자 레온의 여왕인 우라카의 지배를 거부하고 포르투갈을 독립적으로 상속받은 것이기에 자신이 “포르투갈의 여왕”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하면서 우라카와의 전쟁을 시작합니다. 테레자는 여성이었기에 무력 투쟁은 테레사를 대신해서 갈리시아의 유력 가문이었던 트라바 가문에서 주도했습니다. 그리고 테레자는 트라바 가문과의 동맹을 강화하려 했으며 특히 트라바 가문 출신의 페르난도 페레스 데 트라바와 깊은 관계가 됩니다.


레온의 테레자, 포르투갈의 여백작, 포르투갈의 아폰수 1세의 어머니


테레사의 포르투갈 독립 시도는 실패했습니다만, 테레자는 포르투갈의 여백작으로 포르투갈을 통치했으며, 테레자의 연인으로 테레자에게 영향력을 가지고 있던 페르난도 페레스 데 트라바는 포르투갈의 실질적 통치자나 다름없게 됩니다. 이런 상황에 대해서 포르투갈 내에서 불만을 품는 인물들이 나타나는데 이들은 테레자의 아들이자 역시 포르투갈 백작령에 대한 통치권리를 가지고 있던 아폰수 엔히크를 중심으로 모여듭니다. 그리고 아폰수 엔히크는 이런 세력들의 중심인물로 어머니로부터 포르투갈 백작령에 대한 통치 권리를 넘겨받으려 합니다.  


1128년 6월 기마랑이스 근처에서 테레자의 군대와 아폰수 엔히크의 군대가 만나서 전투를 하게 됩니다. 이 전투가 상 마메데 전투로 이 전투에서 테레자는 아들인 아폰수 엔히크에게 패배하게 됩니다. 아폰수 엔히크는 어머니와 페르난도 페레스 데 트라바를 추방하고 백작으로의 통치 권리를 장악하게 됩니다.


상마메데 전투 (20세기 작품)


테레자는 아들에게 쫓겨나서 수도원으로 은퇴한뒤 1130년 사망했습니다. 하지만 테레자의 아들인 아폰수는 어머니의 주장을 이어받아 포르투갈이 독립 왕국이 되어야한다고 주장했으며 결국 포르투갈을 독립 왕국으로 만들었습니다.   


그림출처

위키 미디어 커먼스 (가계도 제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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