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무기력증 극복 도전기
새해가 밝았다.
새해가 되면 모든 것이 달라질 것 같은 느낌이 들지만 바뀌는 건 거의 없다.
뭐라도 해야할 것 같아서 새해 계획을 노트에 적어 본다.
매주 책 한 권씩 읽기
운동 다시 시작하기
...
매년 적는 2~3개의 목록을 적고 난 뒤에는 더 이상 아이디어가 없다.
가슴 뛰게 하는 새로운 목표도 없고, 적는다 한들 지킬 수 있을까 하는 의문부터 든다.
언제부터인지 일상에 불만과 걱정만을 달고 살았던 것 같다.
‘내일 출근하기 싫다’
‘집에 가고 싶다’
‘피곤해’
‘이 일이 제대로 처리가 안 되면 어떡하지?’
‘인생은 고난의 연속인데 인간은 왜 사는 거지’
친한 언니에게 나의 이런 사정을 말하니
‘너는 전문직에, 어리고, 건강하고, 사랑하는 사람이랑 결혼까지 했는데 뭐가 문제냐’고 꾸지람을 들었다. 맞는 말이었다.
남들이 보면 목표한 것을 다 이룬 사람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을 살 법도 했다. 그런데도 이상하게 내 마음 속은 늘 소란스러웠다. 세상이 흉흉해서, 출퇴근 하는 게 힘들어서, 일이 계획대로 안 풀려서, 내 딴에는 지금 행복하지 못한 이유가 여기 저기에 있었다. 하지만 원인을 밖에서 찾는다고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었다.
그러다가 우연히 유튜브에서 양자역학에 대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세상 모든 물질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다고 한다. 이 원자는 가운데 원자핵과 원자핵 주위를 도는 전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원자핵과 전자 사이는 빈 공간이라고 한다.
게다가 양자역학의 세계에서 모든 물질은 입자의 성질과 파동의 성질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고 한다.
즉, 내가 이해한 바에 따르면 내 몸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는데 거의 비어있으며, 고정된 형태가 아니라 흘러가는 에너지 형태로도 존재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이게 정말 뭔소리지 싶었다. 내가 지금껏 살아온 세상과는 딴 나라의 일 같았다. 유튜브에서 쉽게 설명해주다 보니 잘못 전달된 것인가 싶기도 했다.
며칠에 걸쳐 양자역학 말고도 빅뱅이론, 다중우주 등 여러 가지 영상을 더 보았다. 다 보고 난 뒤 나는 서울 지하철에서, 선릉 사무실에서 더 이상 아등바등 살지 않기로 했다. 그냥 지금 이 자리에서 편안하기로 다짐했다. 누가 뭐라하든, 눈에 보이는 세상이 어떻게 흘러가든 나는 고요해지기로 했다.
그리고 1년 동안 지금 이 순간 편안해지는 나를 매주 기록하기로 다짐했다.
이것이 올해 나의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