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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스페인 한량 스티브 Nov 06. 2023

15년 이상 해외에 살아보니

기인奇人의 기준이 있을까요?

넌 특이해


학생부터 어른인 지금까지 자주 들어온 말입니다. 특이하다는 말 외에도 의외다, 별나다 등의 말도 덤으로 얻곤 했지요.

글쎄요 뭐가 그렇게 특이하다는 걸까요? 

당사자인 저는 잘 모릅니다. 특이하다고 스스로 여겨본 적도 없어요. 오히려 "왜들 그러지? 다들 '원래' 이러고 사는 거 아닌가?" 하고 생각했지요.


태어난 곳에서만 주욱 자라면 자신에게 익숙한 것만이 당연하다고 여길 겁니다.

단일 민족(물론 근래에 와서는 과학적으로 아니라는 건 이미 널리 알려졌지만, 그래도 우리는 배달의 겨레, 단군의 자손이라는 표현에 익숙하지요)으로 살아온 우리에게 나와 다르다는 건 그냥 다르다는 것이 아니라 틀린 것으로, 그래서 수정하고 정정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여져 왔지요.


저도 밖에 나와 살아 보기 전까지는 저는 아주 평범한 집에서 평범하게 살아온 줄로 알았어요.

헌데 살아보니 그게 아니더만요. 


두 분의 부모님 밑에서 산 것만으로도 부러운 일이 되고,

학교를 다닌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되며,

결혼을 한 것도 실로 놀라운 일이며,

해외 나와서, 아이를, 그것도 셋이나 낳은 건 기네스감이라는 걸 알았습니다.


제가 마땅하다, 당연하다 여기는 것들은 다른 이들에게는 하나도 공감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도 새삼 깨달았어요.

중학교만 가도 같은 동네가 아닌 버스를 타고 등하교를 하는 친구들이 있다는 사실에 저 역시 놀랐는데, 그건 극히 사소한 시작에 불과했지요.

특목고 바람이 불던 당시 외고로 진학하면서 중학교 때보다 더 넓은 반경의 친구들을 만나보면서 사는 환경이 얼마나 다양한지를 알았고요. '먼 나라 이웃나라'에서 보던 세상은 생각보다 제법 가까운데 있었어요. 친구들 집에 놀러 가면서 세상에 당연하다는 건, '원래' 그렇다는 건 하나도 없다는 걸 알았어요. 


대학교를 가자 친구, 선후배는 사방팔방 뻗쳐 나갔어요. 오히려 전공인 프랑스어로 얘기를 할 때 우리는 동일했으며, 한국말을 하면 서울부터 제주까지 사투리에다, 해외에서 살다 온 교포까지 더해져 다양성의 극을 더했지요.

 

대한민국 남자라면 빼놓을 수 없는 군복무 당시, 미 8군 카투사로 가면서 미군 사병들, 장교급들과 사석에서 얘기 나눠보며 세상은 얼마나 별난 사람들 천지인가도 깨우쳤습니다.


사회인이 되자 드라마에서만 보던 부의 차이로 인한 클래스가 어떻게 존재하는지도 두 눈으로 목격했지요. 책에서 보는 것 이상으로 사는 집이며 걸치는 옷의 차이가 서로가 사는 바운더리를 어떻게 규정짓는지를 실감했습니다.


그런 가운데서 꾸준히 들은 말, 


넌 특이해 

 

어느 하나로 규정지을 수 없다는 것으로 저는 받아들였어요. 그리고 그 특이함은 잘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 기이하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습니다. 이게 좋은 건지 나쁜 건지는 모르겠어요. 하지만 더는 그런 식으로 나누거나 구분 지을 필요가 없다는 것도 깨달았습니다. 무지개처럼 다양한 색을 지닌 것으로 받아들이자라고 인식했지요. 그러자 마음이 한결 편해졌어요.


슬로바키아를 거쳐 스페인까지 15년 이상 해외에 살면서 느낀 것 중 하나는 절대적인 기준은 없다는 것이었습니다. 물론 이 말 자체도 절대적인 것이 될 수 없습니다. 그러니 이 말에 '어? 난 아닌 것 같은데?' 하는 생각이 든다면, 네, 당신 말이 맞습니다. 물론 종교 또는 신앙을 가진 관점에서는 다르게 보일 수 있지요.


스페인처럼 전 세계의 사람들이 다 찾아오는 관광대국의 경우엔 위 명제에 이마를 탁하고 치게 됩니다. 도대체 나와 같은 사람이라곤 암만 눈 씻고 찾아봐도 보이질 않거든요. 


누가 누굴 보고 특이하다는 걸까? 에서 출발한 질문은 

아, 나와 같은 사람은 세상에 아무도 없구나!라는 깨우침으로 귀결됩니다.

나는 나로서 세상에 유일무이한 인간, unique 한 존재로 남는다는 걸 아는 것이지요.


그리고 그걸 깨우친 순간 나는 자유할 수 있습니다. 

다른 어느 누구의 판단으로부터도 구속받지 않아요.

당신에게는 당신만의 고유한 가치가 있으니까요.

그걸 누구도 함부로 평가하고 재단할 수 없는 겁니다.

나도, 당신도, 우리는 모두 고귀합니다.


세계적인 리더십 권위자, 스티븐 커비 Stephen Covey의 문구를 인용하며 갈음합니다:


Strength lies in differences, not in similarities. 
강점은 비슷함이 아닌 다름에 있습니다. 


저와 다르게 사는 당신을, 당신과 다르게 사는 저를 응원합니다.



제목사진: 솔 광장, 마드리드, 스페인



글쓰기로 우주정복을 꿈꾸는 브런치 작가들이 모여 팀라이트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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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달 주제는 < 기인 奇人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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