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탁동시(啐啄同時), 고수의 길
어깨에 힘을 빼야 자세가 제대로 나오고
엉덩이 무거운 놈이 공부 잘 하는 것임에도
싸움 좀 한다 싶으면 어깨에 힘부터 들어가고
머리에 든 게 많아지면 목이 뻣뻣해진다
힘이 생기면 쓰고 싶고
아는 건 뽐내고 싶은 게 인지상정(人之常情)
주먹을 쓰고 싶어 근질근질
아는 걸 떠버리고 싶어서 입이 간질간질
뭔가 보여주고 싶어 엉덩이가 들썩들썩
'틀이 잡힐 정도의 실력을 갖추었다는 건
반대로 고착화(固着化)라는 약점이 생긴 것'
좋은 일에는 마(魔)가 낀다고 했던가
이제야 비로소 밥벌이 할 수준이 되었건만
산이 높아질수록 골이 깊어지듯
내공이 커져 하수의 틀을 벗어남과 동시에
주화입마의 가능성도 높아져 버렸다
(走火入魔:기氣를 잘못 운용해 폐인이 됨)
그나마 주화입마 증상이
어줍잖은 편협함 정도로 그치면야
평생 제대로 된 친구 하나 없이
외톨이로 살다 가면 그만이지만
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스캔들 식으로
앞뒤 모르는 자가당착(自家撞着)은 고질병이라
평생 돈은 돈대로, 골병은 골병대로 들고
타고난 능력, 배경을 믿는 금수저들이
멋모르고 동네방네 함부로 설쳐대다간
생무살인의 대형참사를 불러 온다
(生巫殺人:선무당이 사람잡는)
번데기 앞에서 주름잡다가 개털리듯 털리고
고수들의 호구나 봉으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자신의 껍질을 깨뜨려줄
스승의 바른 가르침이 필요하다
소(牛)도 비빌 언덕이 있어야 되듯이
하나를 들으면 열을 깨우치는 천재라 하더라도
먼저 '하나'를 가르쳐 줄 스승이 있어야 된다
스승이 좋은 제자를 찾아서 삼 년을 헤매고
제자가 좋은 스승을 찾아서 삼 년을 헤매지만
진심으로 스승을 받아들이는
제자도(弟子徒)의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말짱 도루묵
성장발전시기에 스승의 가장 중요한 역할은
병아리와 어미 닭이 안팎에서 동시에
알을 깨어야 병아리가 세상에 나온다는
줄탁동시(啐啄同時: 안팎에서 동시에 쫌)
너무 빨라서도 늦어서도 안 되며
너무 약해서도 강해서도 안 되는
이 세심한 공동작업을 함께 할 스승의 존재란
그 자체로 대단한 기연(奇緣)이 아닐 수 없다
힘 좀 쓴다는 무투지력(武鬪之力)의 단계에서
주화입마의 진창에 빠지지 않고
제대로 된 고수(高手)로 성장하려면
스스로의 부족함을 일깨워주고 이를 채워주며
길을 열어줄 길잡이가 반드시 필요하다
"아직 스승을 만나지 못했는가?"
그럴 때는 조바심내지 말고
더욱 자신을 단련하면서 준비하고 기다려라
준비된 자에게 기회는 오기 마련이니
아직 자신에게만 기회와 인연이 오지 않았다면
대부분의 경우에 둘 중의 하나다
스스로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거나
기회가 왔는데도 그걸 볼 수 있는
눈을 가지지 못했기 때문이다
괜히 열리지도 않는 남의 집 문 두드리지 말고
먼저 본인 마음의 문을 두드려라
그러면 제자도(弟子徒)의 길이 열릴 것이요
절실하게 스승을 구하라
그러면 껍질을 깨어 줄 스승이 찾아올 것이다
-상처입은치유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