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25 마당 좀 쓸었다는 무투지력(武鬪之力)

이심행기(以心行氣), 고수의 길

by 상처입은치유자

어느 바닥 어느 세계든

일정 수준에 올랐음을 지칭하거나

속칭 어디서 좀 굴러먹었다는 표현들이 있는데


운동하는 사람들은 "집에서 마당 좀 쓸었다"

요리하는 주방에선 "칼 좀 잡아봤다"

당구장에선 "큐대 좀 잡았다, 공 좀 굴렸다"

공부하는 이들은 "펜대 좀 굴렸다 " 등등


소위 “가계가 잡혔다”는 식의 표현들이 있다


보통 그 바닥의 속성과 생리를 잘 알고

기본기가 충실하며 틀이 잡힌 것을 말한다


군대로 치면 이등병, 일병, 상병, 병장 중에서

상병 정도가 되면 '가계'가 잡힌 것이며

직장생활에서도 사원, 대리를 지나

과장 정도가 되면 '틀'이 잡힌 것이다


바둑에서는 1단, 2단을 지나 3단이 되어야

비로소 '투력'(鬪力: 싸울 힘을 갖춤)이라 하여

나름 전투력을 갖춘 기사로 인정해 준다




이 정도 수준이 되면 남보다 특출나진 않지만

기본기가 잘 잡혀있으니 어디 가서도

함부로 무시당하지 않는 수준이다


예전 하수 시절과 확연히 다른 것이 있다면

바로 지향성(指向性: 대상에 대해 일정한

방향성을 가지고 강하게 반응하는 성질)이다


하수(下手)의 단계를 벗어났다 함은

목적성, 방향성 거기에 지향성이 더해짐으로써

선택과 집중이 원활해지게 되며

세상과 사람, 일을 제대로 볼 수 있는

안목(眼目)이 열리기 시작하고

승부를 결(決)함에 여유를 부릴 수 있으며

일을 함에 있어서도 요령과 기교가 생긴다


스스로의 실력과 상대방의 실력을

비교 분석할 수 있는 수준이 되었고

세상에 대한 좁은 식견(識見)이나마 생겼으니

이른바 "틀이 잡혔다"고 말한다




무협지에 비유하자면

내공구결과 무공초식을 연마하여

실전에서도 실력발휘가 가능해지니

내공이 5성成에 이르면 이심행기(以心行氣)

(뜻이 일어나니 기氣도 따라서 일어남)


어디 가서 한 판 붙일 수 있고

어떤 일이든 맡을 수 있는 기본기가 되었으니

싸울 수 있는 힘이 생겼다고 해서

무투지력(武鬪之力)이라고 한다

(무술 무武, 싸움 투鬪, 힘 력力)


허나, 경험과 능력은 생겼으되 깨달음이 부족해

고수(高手)라고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다




목적성에 더해서 지향성(指向性)까지 생겼지만

진실과 거짓에 대한 분별력이 부족하고

지금까지 배우고 익힌 짧은 지식과 경험이

오히려 착각과 혼란을 불러 일으키니

득지망월(得指忘月)이라

(얻을 득, 손가락 지, 잊을 망, 달월)


'달(月)을 가리키는데 정작 달을 보지 않고

사람들은 오히려 손가락을 보고 있다'


착각과 혼란은 이 시기에 누구나 겪게 되는

자연스러운 성장통(成長痛)일 뿐이니


사물의 진체(眞體)를 볼 수 있는 눈이 뜨이면

달은 나중에 자연스레 보여지게 되므로

조급한 마음에 달을 따려고 사다리를 쌓는

우(愚)를 범하지나 않으면 그것으로 족하다


-상처입은치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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