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수#41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

깨달음, 고수의 길

by 상처입은치유자

인간은 누구나 태고太古이래로

스스로의 존재이유와

세상에 대한 질문을 안고 살아왔다


그 중에 깨달음에 이른 몇몇 이들만이

'본질을 앞서는 존재'로서 스스로를 입증하고

인생과 세상사의 굴레를 벗어버렸지만


대다수 인간들은

눈부신 기술과 문명 발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그러한 멍에를 짊어지고 살아간다


스스로의 존재이유를 찾고 싶어서

''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던지면서도

누군가로부터 확인을 받고 싶어하고

소유에 대한 집착조차 버리지 못한다


자유의지를 존중하는듯 보이지만

결정장애에 허덕허덕대고 있으며

삶의 불확실성이 두려워 정답을 찾고자

매번 똑같은 질문을 던지면서도

방랑의 길을 헤매는 이유는 뭘까




'하나의 존재'란 그 존재 자체로서

이미 하나의 질문이기 때문에

'존재를 향한 왜'라는 의문과 질문은

질문이 질문을 던지는 꼴이 된다


깨달음의 상태에 이르렀다 함은

자신만의 답을 찾았다고도 볼 수 있지만

질문 자체가 사라져버린 것일 수도 있다


모든 것을 알아서 묻지 않는 게 아니라

모든 것이 하나로 귀결됨으로써

목적 자체에 더이상 집착하지 않기 때문에

질문이나 의문도 필요 없어지기 때문이다




상대성의 세상을 구성하는 이원성 법칙에 의하면

(二元性: 두 가지 원소로 구성되는 성질)

내가 있어야 목적이 생기고

목적이 생기면 나도 따라서 반응하는데


목적 자체가 사라져 버림으로서

''라는 자아自我도 더불어 사라지게 되니

결국 하나만 남는 일원성으로

(一元性: 한 가지 원소로 구성되는 성질)

귀결(歸結 결말에 이름)되게 된다


거짓된 자아自我가 사라지고 존재와 행동,

대상과 목적이 동일해지는 상태는

무아지경無我之境의 경지를 뜻하며

(내가 없어져 세상과 하나되는 경지)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를 이름이다

(집중한다는 사실조차 잊은 초집중상태)




떠밀려 살아가는 우리네 인생사에서

삶의 주재자主宰者(주관할 재)가 되면

얽히고 설킨 관계와 인연의 고리를 끊고

무소의 뿔처럼 거침없이 나아갈 수 있다


바닷속 깊은 곳에

조용히 잠들어 있던 곤鯤이

(곤 : 장자莊子에 나오는 거대한 물고기)

순간 붕鵬(대붕 붕)으로 변해 날아오르면

그 날개가 천지를 감싸게 된다


이 정도 경지의 고수高手가 되면

앉아서 천리를 보고 일어서 만리를 굽어보며

(좌조천리坐照千里요, 입신만리立身萬里)

삼라만상의 변화까지 꿰뚫어 보게 되니

평범하고 일상적인 말과 행동에서조차

현기玄機(깊고 묘한 이치)가 느껴진다


삶과 죽음의 경계를 가뿐히 넘어섰으니

생사경生死境(경지 경)이요

이해관계로 얽힌 관계와 인연을 초월했으니

현묘지경玄妙之境(오묘할 현, 신비할 묘)

또는 현경玄境이라고 부른다




마음이 만들어내는 삶의 허상虛像은

노력으로는 채울 수 없는 밑 빠진 독이요

쌓아 올려도 금새 허물어지는 모래성이다


마음이 일면 모든 것이 따라서 일어나고

마음이 죽으면 모든 것이 따라서 없어지니

일체유심조一體唯心造라 한다




"삶은 무언가를 배우는 과정이 아니라

가슴 뛰며 체험하며 나아가는 여정이다"




그러나 옛말에 이런 말이 있다

뛰어난 사람이 도道를 깨달아

용龍이 되어 하늘로 승천昇天하려 하면

꼭 가뭄이 온다고 하였다


왜 그런 것일까?

단순히 용이 승천하기 위해 끌어 모은

비바람(풍운風雲)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민심民心이 모이면 천심天心이다


이 거칠고 힘든 풍진세상風塵世上에

누군 도를 깨달아 용이 되어 승천하고

누군 이렇게 덩그러니 내팽개쳐지니

불쌍한 백성과 중생衆生들의 마음이

날씨로 나타나서 그런 것은 아닐까?


스스로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상처입은치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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