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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Joyce Mar 19. 2020

버리는 걸 좋아합니다.

미니멀리스트의 미니멀 라이프.

Photo by deborah cortelazzi on Unsplash

대학생 때의 일이었다. 당시 친구와 나는 룸메이트가 되어 2인 1실로 된 기숙사에 살고 있었다. 학기가 끝나갈 어느 무렵, 친구의 어머님께서 잠시 방에 오신 적이 있었는데 내 책상과 옷장을 보고 이렇게 말씀을 하셨다고 한다. "니 친구는 벌써 짐을 다 뺐니?"


그도 그럴 것이 옷가지 몇 개, 책 몇 권, 화장품 몇 개가 다였으니 짐을 뺀다고 해도 큰 박스 두세 개쯤이면 충분했을 것이다. 패션에 관심도 없고 공부는... 넘어가자, 화장도 안 하고 다니던 때였으니 그땐 그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맥시멀리스트인 지금의 룸메이트를 만나기 전까지는.


미니멀 라이프를 살게 된 건 어렸을 때부터 집에 불필요한 게 있는 것을 못 참는 아빠를 보고 자란 덕이 크다. 친구가 우리 집에 놀러 왔을 때 한 말도 내가 들었던 말과 비슷했다. "너네 집은 사람 사는 집 같지가 않아." 엄마는 그런 아빠를 항상 못마땅해했다. 언젠가는 꼭 쓸 거라고, 나중에 필요하면 어떡할 거냐며 아빠와 투닥투닥하기 일쑤였다(그래서 못 버린 것들이 조금 있긴 하다). 어쨌든, 나는 아빠의 성향을 많이 닮아서인지 아빠와 똑같이 지금 쓰지 않는 것들은 나중에도 안 쓸 거라며 갖다 버리기 일쑤다. 주로 버리는 것은 옷인데 올해 안 입은 옷들은 당연하고 조금이라도 보풀이 생겨서 안 입을 것 같은 옷들, 심지어 한두 번 입었는데 마음에 안 드는 옷들도 가차 없이 갖다 버린다. 그땐 정말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다고나 할까.


어쩌면 낭비하는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정말 나중에 필요할지도 모르고 그럼 그땐 또 새로 사야 되니까 말이다. 그래서 최소한의 것들만 사려고 노력하고 베이식한 아이템만 고른다. 삶의 질이 달라진다고 하는 것들도 없어도 크게 불편하지 않으니까 당연히 우리 집엔 없다. 궁금하긴 하지만 우리 집에 꼭 있어야 할까 생각하면 사고 싶다가도 살 마음이 쏙 들어간다. 아이러니는 이렇게 안 사는데 내 돈은 다 어디로 사라진 걸까. 갑자기 의문이 드네. 돈도 미니멀한 게 역시 한결같은 취향!


요즘은 신혼집을 어떻게 꾸밀까를 고민하고 있는데, 사실 답은 정해져 있는 거나 마찬가지다. 내 취향과 의견이 적극 반영된 집이 되겠지. 백화점에 가서 혼수를 사는데 최소 금액인 300만 원이 안 넘어서 혼수 혜택도 못 받았다는 슬픈 이야기... 아무튼, 새 집에서의 미니멀 라이프를 기대하면서 신혼집 이야기도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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