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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송 Jun 03. 2024

단골식당 음식맛이 변했다

 얼마 전 호주여행을 갔다 오면서 인천에 발을 닿자마자 먹고 싶은 음식이 있었다. 바로 백짬뽕이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짬뽕을 좋아한다 하고, 항상 짜장면과 쌍벽을 이루는 음식으로 여기지만 난 빨간 짬뽕을 아주 좋아하진 않는다. 그 칼칼한 맛이 좋을 때도 있지만, 장이 안 좋은 편이다 보니 먹고 나서 설사를 한 적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그런데 좋아하는 짬뽕도 있다. 백짬뽕이다. 해물육수 베이스에 치킨스톡을 넣어 고소하고 진한 국물맛이 특징인 백짬뽕은 매운 걸 잘 못 먹는 나도 얼마든지 즐길 수 있어 자주 먹곤 한다. 경주에서는 부용이란 음식점에 가면 백짬뽕을 먹고, 인천에선 이비가짬뽕을 간다.

 어제는 오랜만에 그렇게 좋아하는 이비가짬뽕에 갔다. 호주 다녀올 때는 시간이 늦어 먹지 못했던 백짬뽕과 탕수육을 맘껏 즐길 생각에 신이 나서 달려갔다. 그런데 오랜만에 방문한 식당은 예전과 좀 달랐다. 일단 테이블마다 주문과 결제를 할 수 있는 키오스크가 달렸다. 그리고 식전에 미리 주는 백김치 맛이 예전과 좀 달랐다. 예전엔 더 식감이 아삭아삭했고 백김치에 묻어난 국물맛도 가슴이 뚫리는 시원한 맛이었는데 식감도 좀 물러지고 국물맛도 어쩐지 신선한 느낌이 없었다. 그래도 짬뽕과 탕수육은 예전과 같을 거라는 일말의 기대를 버리지 않았건만, 슬프게도 그것들마저 맛이 많이 변해있었다.

 본디 내가 즐기던 백짬뽕은 국물이 뽀얀 색에 가깝고 먹었을 때도 해물맛보다는 구수한 맛이 많이 났었다. 그런데 이번에 먹은 백짬뽕은 국물이 노란 색인 데다 조개맛이 아주 강하게 났다. 계속해서 들이키고 싶은 구수한 맛의 국물은 사라지고 그저 어디서나 흔히 볼 수 있는 조개칼국수 국물 같은 맛이었다. 탕수육도 원래는 아주 바삭바삭하고 얇은 피였는데 바삭한 느낌이 거의 없고 눅눅하게 소스에 적셔진 평범한 맛이었다. 결국 짬뽕은 반쯤 먹다 말았고 탕수육만 낸 돈이 아까워 억지로 다 먹고 식당을 나와버렸다.

 프랜차이즈 전체의 변화일까? 아니면 이 지점만의 변화일까? 사장님께 물어볼 수도 있었지만 결제도 무인으로 해놓고 서빙은 로봇으로 하는 마당에 사장님이 식당에 계시기는 할지 의문이었다. 또 괜히 물어봤다가 까다로운 진상 손님처럼 보이기도 싫고, 혹시나 프랜차이즈 전체의 조리법이 변한 거라고 하면 이제부턴 어딜 가도 예전의 그 백짬뽕을 먹을 수 없는 것이기에 두려운 생각도 들었다.

 거의 5년 동안 백짬뽕이 생각나면 달려가던 인천인데 이젠 어딜 가야 하나. 항상 가던 그 지점에 다시 가야 하나 하는 생각이 없는 건 아니지만, 너무 심하게 변해버린 맛에 다시 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다. 어쩌면 그동안에라도 맛있게 먹을 수 있었던 것을 감사하게 생각하며 다른 식당을 찾아야 할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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