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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起) 2. 너무 늦기 전에

나를 정신과로 이끈 3번의 사고

by 당김약사

내 직업이 약사라지만 이러한 증상들을 질환이라 자각하고 처음부터 병원에 간 것은 아니었다. 계기가 된 세 번의 차사고가 있었다.

사고당시 처참했던 차의 상태. 1000만원 이상의 견적이 나왔다...

첫 번째 사고는 토요일 퇴근길에 일어났다. 막히는 고속도로에서 어김없이 뇌가 절전모드에 들어갔다. 불행 중 다행이라는 표현이 적절한지 몰라도 상대 차주도 나도 크게 다친 사람은 없었다. 하지만 이 사고는 시작에 불과했다.


두 번째 사고는 이면도로에서 일어났다. 노상 공영주차장에서 주차 자리를 찾다가 내 뒤를 지나던 벤츠를 후진으로 들이박았다. 분명 삐~삐~ 거리는 후면 감지 센서가 작동하고 후방 카메라까지 보였는데 내 발은 가속 페달을 더 힘차게 밟고 있었다.

사실 자잘한 사고까지 포함하면 당시 기록에서 보듯이 훨씬 더 많았다.

참고로 잦은 자동차 사고로 알게된 것이 있다. 자동차 보험에 가입하기 힘들어진다는 것이다. 일명 '공동 물건'이라 불리는 블랙리스트에 오르게 된다. (이렇게 되면 인터넷 다이렉트 할인 가입 따위는 바라지 말고 받아 주는 보험사를 전화를 돌려가며 찾아야 한다. 국산차임에도 당시 보험료가 200만원까지 올랐었다)



두 번째까지만해도 나의 운전 미숙으로 치부하고 더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 번째 큰 사고를 겪고 나 자신이 뭔가 이상하다는 것을 감지했다.


오전 출근 시간이라 피곤해서도 아니고 길이 어두워서도 아니었다. 핑곗거리를 찾을 수 없었다. 고속도로 한 복판에서 중앙 분리대를 들이 받고 멈춘 차 안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꼈다. 당장 병원에 가봐야겠다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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