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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진섭 Nov 14. 2015

혼자가 된다는 것

혼자라고 꼭 나쁜 것은 아니더라

표정 없는 날들이 늘어가는 것 같다. 

초연한 것처럼, 다 내려놓은 것처럼 말수도 줄어들고 웃음기도 사라지는 것 같다.

그와 동시에 혼자 있는 시간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친구들과도 점점 연락이 와도 일이 있다며 자리를 피하고 혼자 카페에 가거나 책을 보는 등 일할 때를 제외하고는 거의 혼자 지내는 것 같다. 혼자 있는 것을 극도로 불안해하던 내가 어느 순간 돌아보니 이렇게 변해있었다.


'때로는 사람들도 만나면서 지내야 하는데, 나 이러다 사교성 너무 떨어지면 어쩌나.'


조금 웃기지만 내 스스로 이런 걱정이 될 정도이니. 그런데 신기한 것은 그렇다고 외롭지도 않다는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어느 책에 고독과 외로움의 차이는 혼자 있는 것을 즐기느냐, 즐기지 못하느냐의 차이라고 나와 있었다. 책에 삶의 모든 정답이 나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요즘 내 삶을 바라볼 때 아마 나는 지금 외로움이 아닌 고독을 즐기는 것이 않을까. 


외로움이라는 것에 극도로 취약했던 나는 항상 누군가가 곁에 있어야만 존재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누군가가 없이는 내 존재의 의미가 없다는 생각을 했었다. 그래서인지 타인에게 지나치게 의존적이었고, 대인관계에 관한 불안과 긴장도가 상당히 높은 편이었다. 


외로움에도 면역이 생기는 것일까.


속이 깊은 항아리가 끝까지 비워져야 그 속의 깊이를 알 수 있듯이 어쩌면 지독할 정도로 혼자가 되어봐야 내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볼 수 있고, 내 존재에 확신을 갖고 애정을 줄 수 있으며 누군가와 같이 있을 때도 그 사람을 진정으로 위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였기에, 외로움을 이해할 수 있었고.

혼자였기에, 마음이란 것에 바라보게 되었고.

혼자였기에, 보이지 않는 추상적인 것들을 꿈꾸기 시작했다.


어쩌면 혼자가 된다는 것은 두려워할 일이 아닌 나 자신을 위해서도 내가 사랑할, 내가 관계를 맺을 누군가를 위해서도 한 번쯤은 필요한 일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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