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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진섭 Jun 19. 2016

나를 아프게 하는 '나'와의 작별

있는 그대로의 내 모습을 사랑해주세요

그리스 신화에 나오는, 물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한 나머지 그곳에서 죽어 수선화가 되어버린 나르키소스.

그런 수선화의 꽃말은 '자기애'라고 한다.


https://commons.wikimedia.org/wiki/File:Michelangelo_Caravaggio_065.jpg?uselang=ko

애절하고 안타깝기까지 한 그의 이야기 속에서 무엇을 발견할 수 있을까. 

'자신 밖에 모르는, 자아도취적인'이라는 의미를 담고 있는 나르시시즘이란 말속에서 우리는 흔히, '자뻑'에 빠진 사람을 연상하기 쉬운 것 같다. 

그런데, 자신밖에 모르는 사람은 이기적이라고, 남을 배려할 줄 모른다며 손가락질받기 쉽지만 문득, 그런 성향 때문에 더 괴로운 사람이 있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에잇. 다 너 때문이야!



어떤 연구결과를 보니, 성인 인구의 80% 이상이 크고 작은 신경증들을 평생에 한 번쯤은 앓는다고 한다. 신경증에 범주에 속하는 잘 알려진 것은 우울증, 불면증이지 않을까. 80% 이상이라는 통계 수치에서 볼 수 있듯이, 이 정도의 수치면 쉬쉬하고 넘어갈 것이 아니라 한 번쯤은 자신의 상태에 대해서 돌아봐야 할, 점검해봐야 하지 않을까.


불면증과 우울증으로 고생하던 한 청년이 있었다. 약물치료와 상담치료를 수년 가까이 병행했음에도 상태가 약간 좋아졌다가 다시 나빠졌다가 하는 만성화 양상을 보이고 있었다. 약효도 거의 나타나지 않는 듯했고 시간이 지날수록 그 청년은 지쳐가기 시작했다.
'아, 내가 언제쯤이면 좋아질까... 아니, 좋아질 수는 있는 걸까.'
지쳐가던 그 청년은 해결책을 찾기 위해 고심했다. 고민에 고민을 거듭한 결과, 그 청년은 한 가지 일을 시작했다. 바로, 일기를 쓰는 것이었다.
일상적인 일기라기보다는, 자신의 상태를 숨김없이, 있는 그대로 기록하는 것이었다. 그 기록들이 한 달, 두 달, 일 년 가까이 쌓였고 어느 날, 그 기록들을 찬찬히 살피던 청년은 한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일정한 패턴이 있고, 무엇보다도 이건 꼭 나를 괴롭히는 것 같은데...?'

-본 사례는 필자의 경험을 토대로 재구성한 것임을 밝힙니다.


대개의 경우, 나를 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이냐 물으면 대다수가 "누구 때문에, 무엇 때문에."라는 말이 바로 튀어나오곤 한다. 그런데 어떤 경우는 자신을 괴롭게 하는 그 무언가가 상황 때문도, 타인 때문도 아닌 자신 때문인 경우가 있다. 


SNS에 게시되어 있는 어떤 짤막한 컷툰을 본 적이 있다. 그 만화를 간략하게 소개해보자면 이렇다.


상사, 야근, 출근, 프로젝트 = 소화불량

퇴사 = 행복


직장인의 애환을 풍자한 듯한 그 만화에서조차 자신을 괴롭게 하는 것은 외부 요소였다. 그런데 사실 깊이 파고들어가다 보면 우리가 괴로운 원인들은 바로 '나' 때문이다.



나는 왜 나를 힘들게 하는 걸까?



어린 시절에 가정의 불화 혹은 부모가 이혼을 경험한 어린아이는 그 상황에 대한 책임을 자신에게 전가하여 죄책감을 타인보다 심하게 느낀다고 한다. 그 시절 자신은 무력하기에 그러한 상황들을 통제할 수 없었고, 그 통제 못한 그 상황들을 자신의 내면에 내재화하여 평생의 괴로움으로 안고 살아가는 것이다. 


이런 아이들은 또래의 아이들보다 긴장도나 불안감이 상대적으로 높은 편이고 늘 남의 눈치와 시선을 경계하듯 살핀다. 단순히 불안감 때문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그 아이에게 있어 그러한 행위들은 자신의 '심리적 생존'과 직결된 일일 것이다. 그렇게 시간은 흐르고 그 어린아이도 성인이 되었다. 그러한 상황을 겪은 모든 아이들이 다 그러한 것은 아니나 일부의 경우 어린 시절 그 '상처'들을 해결하지 못한 체 마음속 깊숙한 곳에 위치한 창고에 넣어두곤 한다. 


사실 그런 억압된 상처들은 어린 시절보다 성인이 된 이후에 여러 모습으로 표출되기 시작하며 문제가 발생하기 시작한다. 이유 모를 불안에 사로잡히고, 불면의 밤들을 지새우고, 우울감에 압도되어 외출을 하지 못하는 등 개인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어려운 상황 가운데 놓이게 된다.


앞서 언급했었던, 불안에 취약하고 죄책감을 잘 느끼고, 우울감에 압도되기 쉬운 성향을 가진 사람들은 대체로 자신의 속마음을 잘 표현하지도 못할뿐더러, 모든 상황을 객관적으로 바라보기보다는 자신에게 빗대어 주관적으로 바라보는 경향이 크기 때문에 모든 일의 원인이 자신 때문이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크다. 


'타인의 기분 변화에 예민하게 반응'

'심장 두근거림, 늘 신경이 곤두서 있음, 소화불량'

'불면, 만성적 피로감, 우울감'

'극심한 무기력감' 


만약 누군가의 표정이 좋지 않을 때, 대부분은 크게 신경 쓰지 않고 '그냥 기분 안 좋은 일이 있나?' 하고 흘려버리지만 이러한 사람들의 경우에는 '나 때문인가. 내가 무슨 실수를 했지. 미안하다고 해야 하나.'하고 상대의 기분에 대한 책임조차 자신이 짊어지려 하다 보니 늘 죄인 된 기분이고 살아가는 것이 너무나도 버겁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답답한 마음에 상담사나 정신과 진료를 받아보기도 하지만 그러한 상담 및 치료들은 도깨비방망이가 아닌지라 상담을 받았다고 해서 바로 좋아지는 경우는 드물다. 반복되는 상담 과정 속에서 스스로 자신의 문제에 대한 통찰을 통해 자신을 짓누르던 근원적인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 나가는 과정이 그러한 치료들의 핵심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만 하는 걸까.



나를, 격려해주세요.
나는, 이대로여도 충분하다고 토닥여주세요.
나를, 이 모습 그대로 사랑해주세요.


그런 것들이 있다. 

너무 당연한 것들인데 지키지 못하고 있는 것들.


더 이상은 누군가의 눈치를 살피느라, 나를 아프게 하지 마세요.

더 이상은 누군가의 짐까지 내가 대신 짊어 지려 하지 마세요.

이제는 '너'가 아닌 '나'에게 관심을 기울여 보세요.

내 삶은 그 사람들이 대신 살아주지 않거든요. 

내가 나를 아끼고 사랑하기 시작할 때, 치유는 시작되는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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