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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권진섭 Oct 05. 2015

행복을 선택하다

행복해질 수 있는 용기

모든 것은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새삼 깨닫게 된다.

내 현재의 모습도, 내 과거의 모습도, 앞으로 마주하게 될 미래의 모습까지도.

과거의 환경적 요소는 내가 선택할 수 없던 것들도 있었겠지만 내가 어떻게 지내는가, '행복'하게 지낼 수 있었는지는 선택할 수 있었고 그것은 현재도 마찬가지이다.


모든 것이 과거의 상처 때문이라 불평하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이러지만 않았더라면, 그때 그 사람이 나한테 이러지만 않았더라면 나는 지금 행복할 텐데!'


그런데 과연 행복의 기준이 타인으로부터 비롯되는가는 고민해 봐야 할 논제라 생각한다.

만약 그렇다 한다면 나 자신을 가꿀 이유도, 필요도 없어지는 것 아닌가.

타인에게만 집중하면 되는 것이니.

진정한 행복은 어디에서부터 오는 것일까.



프로이트와 융, 아들러에 이르기까지



프로이트는 정신분석학의 창시자로 불려지는 인물이다. 그는 과거의 안 좋았던 경험, 즉 '트라우마'라는 개념을 사용했었고 인간이 겪는 심리적 문제의 원인을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찾으려 했었다. 그의 제자였던 융은 분석심리학의 대가였고 그 역시 프로이트와는 완전히 같지는 않지만 대체적으로 비슷한 느낌이다.

그런데 아들러는 개인심리학이라는 독특한 분야로 자신만의 철학을 만들어 나간다.

프로이트의 철학을 원인론이라 한다면 아들러의 철학은 목적론이라 볼 수 있는 것이다.


심리학의 삼대장이라 내 스스로 칭하는 이들은 각자가 추구한 '행복'이라는 개념이 달랐다.

프로이트와 융은 과거의 트라우마를 극복함으로써 '지금 여기(Here and now)'에 집중하여 행복해질 수 있다고 주장했었고 아들러는 내가 어떤 것을 선택하는가에 따라 행복은 결정되어진다 주장했다.


이들은 철학자들이었기에 이들이 세웠던 이론들은 가설일 뿐이다. 절대적인 진리는 없다. 하지만 한 가지 집고 넘어가야 할 부분은 있다.


'행복은 만들어 가는 것 or 행복은 선택하는 것'


개인적으로 나는 프로이트의 철학을 중시하는 편이었다. 과거의 충격, 상처 즉 트라우마라는 녀석은 생각보다 거대한 힘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몸소 체험했기 때문인지 그의 철학과 사상은 내게 있어 절대적일 만큼의 끌림이 있었던 것 같다. 그가 썼던 책들을 한 권씩 읽어보며 빠져들기 시작했고 어느덧 내 사상 또한 프로이트와 마찬가지로 변해버린 것을 느끼게 된다.

그의 이론을 반박하려는 것이 아니다. 그가 했던 말도 옳지만, 아들러가 했었다는 말 또한 옳다고 생각한다.

행복을 선택함으로써 얻는 것이라는 그의 주장 또한 충분히 일리 있는 말이라 생각한다.


나는 이들처럼 위대한 철학자가 아니기에 그냥 담백하게 행복이란 무엇인가에 대해 나눠보고자 한다.



무엇이 행복이에요?

행복이란 지극히 상대적인 감정이라 각자가 추구하는 행복은 모두 다를 것이라 생각한다.

보호사로 재직하던 시절 한 환자가 내게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보호사님 나는 왜 이렇게 불행하죠? 엄마는 날 병원에 가둬버리기만 하고, 아빠는 없고."


순간이지만 내 어린 시절을 연상케 했었던 것 같다. 한창 사랑받아야 할 나이에 병원에서 면회 오는 이 없이 하염없는 기다림만을 하고 있던 어린 시절 나를 보는 것 같아 마음이 좀 아팠었다. 나와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는 아이에게 내가 해 줄 수 있는 말은 이 것뿐이었다.


"OO야. 어머니는 너를 사랑하셔서 네가 빨리 치료받고 건강해지길 바라셔서 이 방법을 선택하신 거야. 그리고 너는 불행한 것이 아니야. 여기 있는 치료진 모두가 너를 얼마나 아끼고 있는지 알고 있니?"


내 이런 위로의 말에도 그 아이는 미동조차 없을 만큼 이미 불행이란 것에 압도 당해 있어 소용이 없었다. 다른 이들에게 뺏기는 관심이 유난히도 싫었는지 밥 자해를 시도했었고, 밥도 잘 안 먹고, 치료를 받으려는 의지 조차 점점 더 약해지는 듯했다. 유난히 나를 잘 따랐던 그 아이에게 퇴사하기 얼마 전 서점에 들러 한 권의 책을 사 편지를 써서 선물로 줬던 적이 있다. 편지의 내용은 이러했다.


"OO에게

OO야 참 세상이 힘들게만 느껴지지 않니? 혼자라고만 느껴지기도 하고 말이야. 왜 나는 불행하게만 느껴지는지. 참 외롭고 힘든 것만 같아. 그런데 네 주위를 둘러보면 너보다 더 큰 고통 속에 아파하는 사람들이 정말 많단다. 너는 아프면 아프다 말할 수라도 있지. 그런 말 조차 못하는 사람들도 많단다. 이 책 속에서 네가 조금 더 너 자신을 스스로 사랑할 수 있게 되기를 간절히 바라마. 그동안 더 잘해주지 못해 미안했어. 건강하게 잘 지내렴."


그 후로 그 아이를 따로 만난 적이 없어 지금은 어찌 지내는지 잘 모르겠지만 퇴사를 한 지 2년이 넘어가는 이 시기까지 마음 깊숙이 남아있는 환자였었다. 그만큼의 애정과 관심을 쏟았었기에 그렇지 않았을까.

이 아이에게 있어 행복이란 무엇이었을까.

아마 어머니와 아버지 그리고 동생이 활짝 웃으며 함께 살아가는 것.

이 것이 아니었을까.


내 어린 시절도 그 아이와 다를 바 없었다는 것을 그 아이를 보며 느꼈다. 나도 같은 것을 경험해봤기에 그 아이에게 마음이 더 쓰였던 것이었겠지.

올해 초 치료에 접어든 지 3년이 지날 때까지도 내 치료에는 차도가 없었었다.

늘 불안과 우울에 시달렸었고 행복은 이미 물 건너간 단어에 지나지 않았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행복하다는 말을 입에 달고 살 정도로 삶이 편안하고 행복하다.

불과 몇 달 사이에 이런 변화가 가능한 것이었을까.


현재의 내가 정의하는 행복은 생각보다 심플하다.


'내 한 몸 누일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읽을 수 있는 책 한 권에 커피까지 있으면 더 좋고 음악까지 있다면 바랄게 없지요.'


행복이라 정의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심플하지만 나에게 있어 행복이란 이런 것이었다.

되돌아보니 나는 아들러의 철학처럼 내 스스로 행복하지 않은 길을 선택했던 것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모든 것을 불행하게만 여겼었고, 나보다 더 불행한 이는 없을 것이라는 생각만을 했었기에 변화란 일어날 수 없었던 것이 아니었을까.



행복은 선택이에요.



아들러의 심리학을 '용기의 심리학'이라 부르기도 한다.

용기라는 것에 행복을 더해본다면 '행복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라 말할 수 있지 않을까.

인생의 순간순간에는 선택을 해야 하는 시기가 찾아온다. 그 선택의 결과에 따라 참 다양한 길들이 도출되는데 그 길들을 선택하는 순간에도 나 자신이 행복할 수 있는 길을 선택해야 한다.


그 길들을 어떻게 선택하는 것이냐 묻는다면 나는 이렇게 답할 것 같다.


"자신의 마음에게 물어보세요."


인간은 본능적으로 행복을 추구하려 한다. 안락함과 따스함을 추구하려는 본능이 있다. 그러한 DNA가 내재되어 있는 우리의 마음은 스스로 어떤 길을 걸어야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지 어떠한 카운슬러보다 스스로가 더 잘 알고 있다. 단지, 그 선택이 두려울 뿐이다. 혹시나 잘못된 선택이면 어쩌나 하는 염려 때문에.


혹시나 그런 두려움이 느껴질 때면 이렇게 생각해 보길 바란다.

'잘못된 선택이란 없다는 것을.'

사람들은 살아가며 크고 작은 실수들을 반복하며 살아간다. 하지만 그 순간 실수라 생각했고 사고를 쳤다 생각했던 일들이 뒤돌아 보면 선물로 바뀌어 내게 돌아올 때가 있음을 기억하라.


그 작은 두려움 때문에 행복할 수 있는 선택을 포기하는 것은 용기가 부족한 일이다. 용기를 길러야 한다.

그 누구도 대신해줄 수 없고 대신해줘서도 안된다. 자신의 인생을 남에게 위탁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의 삶에 대한 의지가 없다는 것이 아닐까. 많은 실패로 낙담해 있을 수 있다는 것 이해한다. 많은 좌절로 남에게 기대고 싶은 마음 또한 이해한다. 하지만, 진정 행복해지고 싶다면 이제 다시 한 번 용기를 내야 할 시간이다.


행복해지기 위한 선택을 시작할 때 그제야 비로소 행복의 문이 열리고 행복이 내게 찾아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를.

그 선택이 잘못되었을지언정 결과가 꼭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것을 기억하길.

스스로를 위해 조금 더 용기 낼 수 있기를.


행복을 선택할 수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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