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일본 남녀는 왜 결혼을 포기했나

가족 제도의 구조적 붕괴

by 박상훈

12화. 일본 남녀는 왜 결혼을 포기했나

― 가족 제도의 구조적 붕괴



결혼식이 사라진 나라


예식장의 예약이 점점 줄어들고 있다.

결혼정보회사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신혼용품 매장도 규모를 축소한다.


"언제 결혼할 거야?"라는 질문이

이제는 금기어가 되어 버렸다.

대답하기 어려워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졌기 때문이다.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점점 줄어든다.

놀이터는 텅 비었고,

유치원은 문을 닫는다.


일본은 '결혼하지 않는 나라',

'아이를 낳지 않는 나라'가 되어가고 있다.

이것은 단순한 개인의 선택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구조적 변화를 의미한다.


숫자로 보는 현실


2024년 일본의 혼인 건수는 47만 8,120건으로

또다시 전후 최저를 경신했다.

1970년대에는 연간 100만 건을 넘었던 것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더 심각한 것은 출산율이다.

2024년 합계출산율이 1.20으로 떨어져

인구 유지에 필요한 2.07의 60% 수준이다.


평균 초혼 연령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다.

2025년 기준 남성 31.6세, 여성 30.1세로

30년 전보다 각각 4-5세씩 늦어졌다.


생애 미혼율(50세까지 한 번도 결혼하지 않은 비율)은

남성 30.7%, 여성 19.4%로 증가했다.


- 연간 혼인 건수: 47.8만 건 (1970년대 100만 건)

- 합계출산율: 1.20 (인구 유지 필요 2.07)

- 생애 미혼율: 남성 30.7%, 여성 19.4%

- 연간 출생아 수: 72.8만 명 (1973년 209만 명)


경제적 요인의 압박, 고용 불안정과 소득 격차


비정규직 증가로 젊은 세대의 경제적 안정성이

크게 훼손되었다.

결혼과 육아에 필요한 경제적 기반을

마련하기 어려워진 것이다.


특히 남성의 경우 여전히 '가족 부양자' 역할에 대한

사회적 기대가 강해

안정적 소득이 없으면 결혼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연간 소득 300만 엔 미만 남성의 결혼률은

500만 엔 이상 남성의 절반 수준에 불과하다.


육아비용의 급증


자녀 한 명을 키우는 데 드는 비용이

대학 졸업까지 약 3,000만 엔(약 2억 7천만 원)에 달한다.

이는 일반 가정 소득의 5-6년치에 해당하는 금액이다.


특히 교육비 부담이 심각해

사교육까지 포함하면 비용은 더욱 늘어난다.

경제적 여유가 없으면 '제대로 된 교육'을

시킬 수 없다는 부담감이 출산을 기피하게 만든다.


주거비 문제


도쿄를 중심으로 한 주거비 상승도

결혼과 출산의 장벽이 되고 있다.

신혼부부가 감당할 수 있는 주택을 구하기 어려워

결혼 자체를 미루는 경우가 늘고 있다.


사회 구조의 변화와 여성의 사회 진출, 딜레마


여성의 교육 수준 향상과 사회 진출 확대는

긍정적 변화다.


하지만 일본 사회는 여전히

'일하는 어머니'를 제대로 지원하지 못하고 있다.


출산 후 직장 복귀가 어렵고,

육아와 일을 병행할 수 있는 환경이 부족해

여성들이 '일 아니면 가정'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


대졸 여성일수록 결혼과 출산을 기피하는 경향이 강하다.

경력 단절에 대한 우려와

전통적 성 역할에 대한 거부감이 복합적으로 작용한다.


만혼화와 출산 적령기


결혼 연령이 늦어지면서 자연스럽게

출산 적령기도 늦어지고 있다.


35세 이후 첫 출산 비율이 30%를 넘어섰다.

늦은 결혼은 출산 가능 기간을 단축시키고,

난임 위험을 증가시켜

저출산을 더욱 가속화한다.


가치관의 변화


사토리 세대로 대표되는 젊은 세대는

결혼과 출산을 '필수'가 아닌 '선택'으로 여긴다.

개인의 행복과 자아실현을 우선시하며,

전통적인 가족 형태에 얽매이지 않으려 한다.


정부 정책의 한계, 엔젤 플랜과 그 후속 정책들


1994년 '엔젤 플랜'을 시작으로

일본 정부는 다양한 저출산 대책을 추진해왔다.

보육소 확충, 육아휴직 제도 개선,

아동수당 지급 등의 정책을 실시했다.


하지만 30년간 100조 엔 이상을 투입했음에도

출산율은 계속 하락했다.


정책이 근본 원인을 해결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일·가정 양립 지원의 한계


육아휴직 제도는 있지만 실제 사용률은 낮다.

특히 남성의 육아휴직 사용률은 14%에 불과하다.


직장 문화가 변하지 않은 상태에서는

제도만으로는 실효성을 거두기 어렵다.


육아휴직을 사용하면 승진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직장 내 눈치를 봐야 하는 상황이 지속되고 있다.


보육 서비스 부족


'대기아동' 문제가 여전히 해결되지 않고 있다.

특히 도시 지역에서는 보육소 입원 경쟁이 치열해

맞벌이 부부도 육아 지원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다.


- 대기아동 수: 약 8,900명 (2025년, 감소 추세)

- 남성 육아휴직 사용률: 17.2% (증가)

- 여성 출산 후 취업 지속률: 58.7% (개선)

- 보육소 이용 대기 기간: 평균 3.8개월 (단축)


지역별 격차, 도시 vs 지방


도쿄 등 대도시의 출산율은 1.0 내외로

전국 평균보다도 낮다.


높은 생활비, 주거비 부담,

치열한 경쟁 환경이 출산을 더욱 어렵게 만든다.


반면 지방은 상대적으로 출산율이 높지만

젊은 인구 자체가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어

절대적인 출생아 수는 계속 줄어들고 있다.


소득 계층별 격차


고소득층은 비교적 안정적인 출산율을 유지하지만

중산층과 저소득층의 출산율이 급격히 떨어지고 있다.


경제적 여유가 없는 계층일수록

육아 부담에 대한 우려가 커서

출산을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사회적 고립과 만남 기회 감소


직장 중심 사회에서

일 이외의

사회적 만남 기회가 줄어들고 있다.


전통적인 '중매' 문화가 사라지면서

배우자를 만날 기회 자체가 부족해졌다.


온라인 만남이 증가하고 있지만

진지한 교제로 발전하는 비율은 높지 않다.

특히 사회적 고립이 심한 계층일수록

만남 기회가 더욱 제한적이다.


한국의 더 심각한 현실


한국의 상황은 일본보다 더 심각하다.

2024년 합계출산율이 0.72로

세계 최저 수준을 또다시 경신했다.


혼인 건수도 급격히 감소해

2024년 17만 9천 건으로

10년 전 32만 건의 56% 수준이다.


한국 특유의 스펙 경쟁, 집값 폭등,

극심한 사교육비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저출산이 진행되고 있다.


- 한국 합계출산율: 0.72 (세계 최저, 2024년 기준)

- 연간 혼인 건수: 17만 9천 건 (10년 전 32만 건)

- 평균 초혼 연령: 남성 34.2세, 여성 31.9세 (2025년 기준)

- 생애 미혼율: 남성 23.1%, 여성 13.8% (2025년 추정)


문화적 요인, 완벽주의와 부모 됨에 대한 부담


일본과 한국 모두 '완벽한 부모' 되기에 대한

사회적 압박이 강하다.


'제대로 된 교육'을 시켜야 한다는 강박,

육아용품부터 교육까지 모든 것을

'최고'로 해줘야 한다는 부담감이 크다.


개인주의 문화의 확산


집단주의에서 개인주의로의 가치관 변화가

가족 형성에 대한 인식도 바꾸고 있다.


개인의 자유와 행복을 우선시하는 문화에서

가족에 대한 책임과 의무는 부담으로 여겨진다.


2050년 일본 사회, 미래에 대한 전망


2025년 최신 인구 추계에 따르면

2050년 일본 인구는 9,400만 명으로

이전 예상보다 300만 명 더 감소할 전망이다.

65세 이상 인구가 42%에 달하고,

생산가능인구는 더욱 급격히 감소할 예정이다.


연금, 의료보험 등 사회보장 시스템은

지속가능성 위기에 직면했고,

적은 수의 현역 세대가 많은 수의 고령자를

부양해야 하는 구조가 심화되고 있다.


오늘의 교훈


혼인 기피와 저출산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 문제가 아니다.

사회 구조와 경제 시스템, 문화적 가치관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정부의 정책적 대응도

단편적 지원을 넘어서

사회 전체의 패러다임 전환이 필요하다.


일과 가정의 양립이 가능한 사회,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문화,

육아 부담을 사회가 함께 나누는 시스템이 필요하다.


무엇보다 '아이를 낳는 것'이 개인의 행복과

사회적 성공을 포기해야 하는 일이 되어서는 안 된다.

부모가 되는 것이 축복이고 기쁨이 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만드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한국은 일본보다 더 빠른 속도로

같은 위기를 경험하고 있다.


일본의 시행착오에서 배워

더 적극적이고 근본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할 시점이다.


다음 화 예고


13화에서는 소비 없는 사회 – 디플레이션이 만든 경제적 악순환을 다룹니다.

일본이 30년간 경험한 디플레이션의 메커니즘과

소비 심리 위축이 만든 경제적 악순환,

그리고 한국이 주의해야 할 시사점들을 살펴봅니다.


[일본 : 잃어버린 미래가 남긴 구조적 경고]

2부 12화. 일본 남녀는 왜 결혼을 포기했나 – 가족 제도의 구조적 붕괴

(이 글은 일본 후생노동성 2024년 인구동태 통계, 내각부 2025년 저출산 대책 보고서, 보건복지부 2024년 출산지원 정책 분석, 통계청 2024년 혼인·출산 통계를 토대로 작성되었습니다.)

keyword
이전 11화11화. 일 때문에 죽는 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