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이 추워지는 계절에는 늦잠을 자고 싶다. 일찍 일어난 아들은 방으로 들어와 손을 잡아끌기 시작한다.
"아빠 일어나."
어둠 속에서 아들은 고구마를 찾는다. 잠든 아내가 깰까 봐 서둘러 방에서 나온다.
부엌 불을 켜면 아들은 얼굴을 찌푸리고 눈을 가린다. 저 표정, 레몬을 한가득 씹어도 저렇게 눈이 감기지는 않을 것이다. 나도 분명히 저럴 때가 있었다. 잊고지내던 순간이 겹쳐 보였다. 손발이 서늘한 부엌 불은 황량해 보였고, 나는 눈이 시려 한참을 찡그려야 했는데 엄마는 묵묵히 냉장고를 열고 물부터 꺼내 먹이셨다.
엄마는 눈부시지 않느냐고 물었을 때 엄마는 괜찮다고 하셨는데, 엄마는 다른 것들도 다 괜찮기만 하셔서 대답이 되질 않았다. 그 대답을 아들을 통해 듣는다.
나중에 크면 꼭 너 닮은 자식 낳아보라는 건 무슨 마음이었을까?
엄마는 내 자식이 나의 어떤 점을 닮았으면 했을까?
내 자식이 꼭 나를 닮으면 나는 엄마 닮은 사람이 될 수 있을까?
그랬으면 좋겠다. 나는 엄마가 좋다. 그럼 엄마의 말 없는 대답들을 하나씩 꺼내 읽어볼 수 있을 것이다.
아들과 함께 식탁 앞에 앉아 아직은 졸린 눈으로 고구마 껍질을 깐다. 머리는 맑은데 몸이 머리를 따라오질 못한다. 조금 까고 있으니 "내가. 내가."라며 달라고 손짓한다. 몇 번 꼬집듯이 까보더니 마음에 들지 않았는지 "아빠가. 아빠가." 하며 다시 돌려준다.
두 살배기 아들은 내가 얼마나 사랑받았는지 증명하려고 고구마를 앞에 두고 헤실헤실 웃는다.
고구마가 좋은 건지, 아빠가 좋은 건지, 아빠랑 같이 고구마 먹는 게 좋은 건지.
나는 그냥 다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