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백련 이다겸 Oct 10. 2021

음악처럼 감미로운 인생을

  부산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가 있는 날이다. 부산문화회관 로비는 청중聽衆들로 가득하다. 지인을 기다리거나 사진으로 추억을 담고 있는 사람, 작은 카페에서 커피 향을 즐기는 사람들로 붐빈다. 


  부자父子의 모습이 보인다. 초등학교 저학년이 되어 보이는 두 아들과 손잡고 오는 아버지의 모습이 눈에 띄었다. 다정하게 대화도 나누고, 자리를 이동해 오늘 공연 프로그램 책을 보는 모습이 정겨워 보였다.

  지금은 사회인이 된 아들과 함께 공연장을 찾던 생각이 난다. 아들을 키우면서 삶 속 깊숙이 음악이 일상이 되길 바라는 마음에 다양한 장르 음악을 접하게 했다. 중학교 1학년 때, “엄마 클래식 음악 들으면 마음이 편안하고 좋아요.” “그래 아들아 엄마 뱃속에서 태교胎敎로 듣던 음악, 아침 눈 뜨면 늘 함께 했던 음악이라 그렇단다” 하고 답했다. 어릴 때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들려준 음악을 지금도 즐기는 아들의 모습을 보면 흐뭇하다. 가정이라는 작은 울타리 안에서부터 문화와 음악이 흐르는 건강한 삶이 자리 잡았으면 좋겠다.      

   대중과 소통하는 명성이 높은 교수님 강의를 들었다. “철학과 클래식의 만남 음악은 지성적인 높이를 갖춘다.” 철학은 음악이 주는 감동의 매개媒介 역할을 한다. 꿈을 가지고, 독서를 하며 음악을 들으면 모든 장르가 한 공간으로 소통됨을 알 수 있다. 

  음악과 다채로운 문화생활은 자라는 아이들에게 행복과 감성이 어우러질 수 있다. 다양한 마음속 문화의 숲을 만들어 줄 필요성을 느낀다. 숲도 작은 한그루 나무와 이름 모를 풀꽃들이 모이면, 작은 숲에서 큰 산림山林으로 어우러져 삶의 휴식을 준다.     

  음악이란, 선율이 주는 감성感性을 흡수한다. 카타르시스(catharsis)와 희열을 느낄 수 있는 삶이다. 향기가 나는 문화 공간에서 내적 역량을 확장하면 살아 숨 쉬는 상큼한 향기가 전해져 온다. 오늘 지적 갈증을 채워 준 온몸에 전율이 흐르는 완성도 높은 공연 첫 곡이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어 풍부하면서 서정적인 주제, 슬프고도 아름다운 멜로디를 담은 엘가“현을 위한 세레나데‘중 ”레르게토 “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제20번 작품 466 “은 모차르트의 어려웠던 시절 삶이 묻어나는 곡이다.

 열정적인 지휘는 섬세함, 감미로움, 때로는 격정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자연의 변화를 보고 듣는 듯 소중한 시간이었다.     

 클래식 선율로 공감대 형성한 오늘 부자父子간 음악회를 온 아버지도 아들에게 보내는 오래전 내 마음의 메시지와 동일할 것이다. 삶 속에 아리고 시린 마음이 올 때도 축적된 정신적인 에너지로 슬기로움을 발휘하는 legato(원활하게) 삶이 되길 바라는 마음. 클래식은 삶의 휴식이고 지친 삶에 위로와 감흥感興을 준다.

  공연을 접하고 나면 오랫동안 여운이 남아 몸과 마음이 힐~링 된다. 부자父子와 같은 공간에서 여유로운 휴식 즐김이 가슴에 남는다.     

  음악을 접하면서 생각한다. 인생의 시작은 in tempo (바른 속도) 선율로 살아왔다면, 아들의 젊음을 필요로 하는 직장에서는 foco, fuoco(열정적으로), 마음과 정신은 liberamente(자유롭게), cantabile(노래하듯이), 인생을 즐기는 삶이 되길.. 

나도 이제부터는 마음과 생각을 larghetto(천천히), giocosl(즐겁게), 나만이 가질 수 있는 nobile(고귀한), 선율로 삶을 영위하고 싶다. 아들과 소통하며 공감대를 형성할 수 있음에 늘 감사한다. 이제는 부산시민회관과 부산문화회관이 통폐합 운영된다는 

 반가운 소식을 들었다. 문회 회원인 나와 부산시민들은 행복을 즐기는 일만 남았다. 20대부터 부산시민회관 대극장과 소극장을 순회하며 공연을 관람하던 추억이 아련하다.

다양한 콘텐츠로 전 세계 거장을 만난다. 문화와 공존하는 선율이 어우러져 자라나는 꿈나무들이 컴퓨터 게임에서 벗어나, 바른 인격형성人格形成과 꿈과 희망을 함께 할 수 있는 일상이 문화생활이 되는 날이 하루속히 왔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전 16화 나만의 사색思索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